우리, 사랑해! Season 4
- 일흔다섯 번째 이야기 -
“미안해요.”
“벌써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하는 거예요?”
선재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나한테 무슨 미안할 일이라도 한 거예요?”
“네?”
“아니, 미안할 일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미안해해요?”
“그냥이요.”
주연이 선재의 얼굴을 바라본다.
“내가 같이 있어주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나 선재 씨에게 너무 많이 미안해서 그래요. 우리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해도 부족한 시간인데 항상 내가 선재 씨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게 많이 미안해서 그래요. 그런 거예요.”
“그러지 말아요.”
선재가 주연의 손을 잡는다.
“나 지금 너무 행복해요.”
“선재 씨.”
“주연 씨가 있는 지금의 상황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행복한 상황이에요. 지금 이 순간보다 더 행복한 순간은 느낄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많이 미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알았지요?"
“네.”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요.”
“이제 가요.”
“아.”
시계를 보던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그만.”
선재가 씩 웃는다.
“지금 또 미안하다는 말 하려고 그랬죠?”
“아.”
주연이 자신의 입을 가린다.
“들켰어요?”
“네.”
선재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주연 씨를 몰라요.”
“치.”
주연이 가볍게 눈을 흘긴다.
“선재 씨가 나를 어떻게 알아요?”
“왜 몰라요?”
선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내가 주연 씨를 이렇게 좋아하는데 내가 주연 씨를 모르면 어떻게 해요? 안 그래요?”
“그래요.”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진짜 가볼게요.”
“전화해요.”
“네.”
선재가 손을 흔들어 보인다.
“하아.”
성기를 만나는 것이 너무나도 미안한 주연이다.
“선재 씨.”
멀리 보이는 선재. 그가 너무나도 쓸쓸해 보인다.
“후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제 더 이상 안 되겠습니다.”
“?”
의사의 말에 태경이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더 이상 견디실 수 없습니다.”
“그 말은.”
의사가 고개를 숙인다.
“더 이상 그 진통제 만으로는 버티실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제 참을 만큼 참지 않으셨습니까? 전에 분명 제게, 참을 수 있을 때까지 다 참고 나면 분명 따님께 모든 걸 말씀하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지금입니다.
“아니오.”
태경이 고개를 젓는다.
“아직 아닙니다.”
“
“저는 아직 괜찮습니다.”
태경이 힘없는 미소를 짓는다.
“지금 내가 그 사실을 지연이에게 알려준다면 분명 지연이는 너무나도 아파할 것입니다. 괜찮습니다.”
“이제 더 이상 몸이 견딜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할 지도 모르고, 약을 먹는 횟수도, 약의 종류도 더 늘어날 게 분명하단 말입니다. 머리카락이 빠질 수도 있고 어떠한 일이 생길 지 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 사실을 처음 겪고 놀라게 하기보다는 미리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알려주면요?”
태경의 의사를 본다.
“제가 사나요?”
“
“부탁입니다.”
태경이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제 마음도 편치 않습니다. 떠나는 사람인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나는 사람은데 마음이 편하겠습니까? 하지만 아무 것도 지연이에게 말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너무나도 미안한 일이니까요.”
“후우.”
의사가 한숨을 내쉰다.
“왜 이렇게 자기 고집을 내세우는 환자가 배당이 되는 것인지,
“그래서 죄송합니다.”
태경이 쓸쓸한 표정을 짓는다.
“정말 죄송합니다.”
“후우.”
의사가 다시 한 번 더 깊은 한숨을 내쉰다.
“어떻게 해드리길 원하시는 겁니까?”
“지연이.”
태경의 눈이 반짝인다.
“아무 것도 모르게 말이죠.”
“그게.”
의사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게 가능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이제 더 이상 몸이.”
“견딥니다.”
태경의 의사의 말을 끊고 단호히 말한다.
“이 몸 견딥니다.”
“못 견딥니다.”
“아니요.”
태경이 고개를 젓는다.
“제 몸은 제가 더 잘 압니다.”
“저는 의사입니다!”
“저는 환자입니다.”
태경이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의사 선생님이 알지 못하는 것을 더 잘 알죠.”
“
“부탁입니다.”
태경이 의사를 바라본다.
“제발.”
“하아.”
의사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쉬어 나온다.
“너 정말 왜 그러냐?”
그리고 나온 의사의 말은 반말이었다.
“
“킥.”
태경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 의사가 아닌 거냐?”
“그래.”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 살 수 있을 지도 몰라.”
“살아?”
“응?”
“사냐고?”
태경이 슬픈 미소를 짓는다.
“아니잖아.”
태경의 의사의 눈을 바라본다.
“사는 거 아니잖아.”
“하지만.”
“영우야.”
태경이 슬픈 표정을 짓는다.
“나 이제 지쳤어.”
“왜?”
“응?”
영우가 태경을 바라본다.
“왜 네가 지쳐?”
“나는 지치면 안 돼?”
“그래.”
영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언제나 1등이었잖아.”
“킥.”
“모두가 가라는 대학도 가지 않고 그 종가를 맡았던 거잖아! 어렸을 적에 내 우상이었던 네가 왜 이 꼴이 되어 있는 거냐? 돈도 없고, 명예도 없고, 가족도 없고, 병만 얻고, 너 왜 이렇게 된 거냐?”
“그러게.”
태경이 미소를 짓는다.
“네가 알려주라.”
“
“알잖아?”
태경이 영우의 눈을 본다.
“내 고집.”
“이제는 좀 꺾어.”
영우가 태경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이제는, 이제는 제발 꺾을 때도 됐잖아. 왜 안 꺾어? 한 번쯤, 한 번쯤은 그 강한 고집 꺾어도 되는 거잖아!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왜 그 고집을 한 번 안 꺾는 거냐? 나 정말 답답하다.”
“너 좋은 의사인 거 알아.”
태경의 영우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너 그런 거 알아.”
“나쁜 놈.”
영우의 눈이 붉어진다.
“그러면 내 실력 믿으면 안 되냐?”
“응.”
태경이 고개를 끄덕인다.
“안 돼.”
“왜?”
“실패할 거니까?”
“나쁜 놈.”
“킥.”
태경이 작게 미소를 짓는다.
“너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아파할 거잖아.”
태경이 영우를 바라본다.
“너 지금 도전해도 성공하지 못할 거 알면서, 이렇게 도전을 한다고 하는 거잖아. 그런데 너에게 어떻게 하고 싶다고 말을 해? 안 그래? 안 그렇냐고? 너도 내가 죽으면 많이 아파할 거잖아.”
“아니야.”
영우의 목소리가 갈린다.
“안 슬퍼할 거야.”
영우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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