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여든두 번째 이야기 -
“부탁이라.”
혜지의 어머니가 살짝 미간을 찌푸린다.
“무슨 부탁이라는 건가?”
“혜지가 없으면 저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병환의 눈이 진실하게 빛난다.
“제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입니다.”
“소중하다는 이유 만으로 결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요?”
“아니요.”
병환이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소중하다는 사실과 그 사람을 지켜주고 싶다는 사실이라면 그 사람과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데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직도 꿈에 젖어 사는 군요.”
혜지의 어머니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병환에게 말을 잇는다.
“그런 건 오직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죠.”
“어머니.”
“정말 그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시겠나요? 그 아이는 병환 군이 놓아주는 걸 원합니다.”
“아닙니다.”
병환이 고개를 젓는다.
“혜지는.”
“병환 군.”
혜지의 어머니의 눈이 애절하다.
“그 아이 아직 너무 어려서 아무 것도 알지 못해요. 그런 어린 아이에게 쓸 데 없는 헛바람이나 일으키지 안아주기를 바라요. 그게 그 아이에게 더욱 더 큰 상처가 되고 말 겁니다. 분명해요.”
“어머니는 아직 변한 시대를 알지 못하십니다.”
“시대가 변했다.”
혜지의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요. 시대가 변했지요.”
혜지의 어머니가 병환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더 이상 짧은 삶을 함께 살 필요도 없고, 이혼도 쉬워졌어요. 두 사람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분명 이혼을 할 겁니다.”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겁니다.”
“어떻게 장담하지요?”
“어머니께서는요?”
병환이 혜지의 어머니를 바라본다.
“어머니는 그 사실을 어떻게 장담을 하시는 거죠?”
“삶에 대한 경험입니다.”
“삶에 대한 자유와 꿈입니다.”
혜지의 어머니가 병환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 본다.
“아직 젊어서 그래요.”
“어머니.”
“나는 병환 군이 싫지 않아요.”
혜지의 어머니가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 입을 연다.
“두 사람이 단순히 연애만 하겠다면 나는 말리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말릴 필요도 없고 말이에요. 하지만 두 사람이 결혼을 하겠다면 나는 두 사람을 말릴 수 밖에 없을 거예요. 그건 두 사람 모두에게 너무나도 아프고 상처가 되는 일이 되고 말 테니까요. 그건 잘못이니까요.”
‘아닙니다. 정말 아닙니다.”
병환이 단호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라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증명하겠습니다.”
“맞으면요?”
혜지의 어머니가 조금은 차가운 시선으로 병환을 바라본다.
“만일 그게 맞으면 어쩔 거죠?”
“아닐 겁니다.”
“맞아요.”
혜지의 어머니도 물러나지 않는다.
“분명히, 분명히 다칠 거예요.”
“어머니.”
“병환 군.”
혜지의 어머니가 조금은 애절한 눈으로 병환을 바라본다.
“제발, 제발 혜지를 놓아줘요.”
“사랑합니다.”
“사랑이 모든 건 아니에요.”
“어머니.”
“사랑은.”
혜지의 어머니가 병환을 바라본다.
“사랑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사람이 살아가는데 사랑이라는 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그저, 그저 그냥 지나가는 바람과도 같은 거예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그렇기에 조금은 기억이 나고 애틋하지만 다시 만날 수 없는 그런 게 바로 사랑인 거예요. 그래요.”
“어머니.”
“병환 군.”
두 사람은 다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고집을 피우는 건가요?”
“정말, 정말 잘 살 자신이 있습니다.”
“자신이라.”
혜지의 어머니가 조그맣게 중얼거린다.
“그 자신으로 나도 살아왔어요.”
혜지의 어머니가 쓸쓸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지금은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혜지를 나와 같이 만들 수는 없어요.”
혜지의 어머니가 병환을 바라본다.
“제발요.”
병환의 눈빛이 애절하다.
“부탁드립니다.”
“병환 군.”
혜지의 어머니가 애처로운 눈길로 병환을 바라본다.
“우리 혜지, 우리 혜지, 아직 너무 어려요. 그 아이가 결혼 생활을 잘 해나갈 거라고 생각할 수 없어요.”
“아니요.”
병환이 고개를 젓는다.
“잘 할 수 있습니다.
“후우.”
혜지의 어머니가 한숨을 내쉰다.
“결혼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에요.”
“머리로도 잘 할 자신이 있고 가슴으로도 잘 할 자신이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 봐요.”
병환이 혜지의 어머니의 눈을 바라본다.
“저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
병환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혜지는.”
“먼저 갔다고 제가 연락하겠습니다.”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그럼 가요.”
“예.”
병환이 인사를 꾸뻑한다.
“하아.”
병환이 한숨을 내쉰다.
“이거 꽤나 어렵네.”
그래도 혜지의 어머니에게는 꽤나 예쁨을 받고 있다고 생각을 하던 병환이었는데 막상 결혼 허락을 받으러 가서 거절을 받고 나니, 기분이 조금은 이상해지는 병환이다. 무겁고 힘들 것 같은 일정.
“후우.”
병환은 애써 미소를 지어 본다.
“잘 되겠지.”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하아. 하아.”
병환이 조금이라도 빨리 궁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뛰어왔던 혜지는 집에 들어서자 멈칫한다. 분명히 현관에 있어야 할 병환의 구두가 없다.
“갔다.”
“?”
혜지가 무슨 말을 할 줄 알았다는 지, 혜지의 어머니는 혜지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연다.
“일이 있다는 구나.”
“설마?”
혜지가 고개를 젓는다.
“오빠가 분명히 있는다고 했는데?”
“내일 다시 온다더구나.”
혜지의 어머니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한다.
“누가 이기나 봐야 겠지.”
“나 참.”
혜지가 어깨를 으쓱한다.
“오빠도 대단한 사람이라니까. 그럼 엄마 우유는?”
“냉장고에 넣어 둬.”
“네.”
혜지가 냉장고에 우유를 넣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선다.
“후우.”
혜지의 어머니가 한숨을 내쉰다.
“저런 걸 어떻게.”
혜지의 어머니가 고개를 젓는다.
“아직 어려. 너무 어려.”
“주연 씨.”
주연은 아무런 대꾸가 없다.
“주연 씨!”
“네?”
주연이 화들짝 놀라며 선재를 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요?”
선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주연을 바라본다.
“사람이 몇 번을 불러도 대답도 안 하고 말이에요.”
“아, 미안해요.”
“아니에요.”
선재가 고개를 젓는다.
“미안할 건 아니죠.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요?”
“아니요.”
주연이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짓는다.
“제가 고민이 있을게 있나요? 그나저나 선재 씨 무슨 이야기 하고 계셨어요.”
“나 참.”
선재가 입맛을 다신다.
“정말 내 이야기 안 듣고 있었나 보네.”
“정말 미안해요.”
주연이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말 잘 들을게요.”
“킥.”
선재가 작게 미소를 짓는다.
“이번 주말에 저희 부모님 오신다고요.”
“아.”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잘 됐네요.”
“그래서 말인데요.”
선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주연 씨도 공항으로 같이 갈래요?”
“네?”
주연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말 그대로요.
선재가 씩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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