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여든네 번째 이야기 -
“어머니가 허락을 안 하신대요?”
“네.”
서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병환이 녀석 고민이 많은 모양이더라고요.”
“참 이상하네요.”
소은이 고개를 갸웃한다.
“어머니랑 사이 좋다고 들어서 그렇게 알고만 있었는데.”
“그렇데요.”
서우도 고개를 끄덕인다.
“평소에 정말 병환이 녀석에게 잘 해주시는 분인데 이상하게 결혼 이야기만 나오면 태도가 돌변하신다고 하네요. 뭐가 마음에 드시지 않는 걸까요?”
“혜지 씨가 너무 어려서 그런 거 아닐까요?”
소은이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신다.
“솔직히 스무 살이면 결혼을 할 나이는 아니잖아요. 결혼도 어느 정도 나이가 되고 나서 해야 하는 건데.”
“흐음.”
서우가 미간을 찌푸린다.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어요.”
“왜요?”
“서로 좋으면 결혼하는 거 아니에요?”
“그건 그렇죠. 하지만 사랑하는 감정만으로 결혼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면요?”
“네?”
“소은 씨는 또 뭐가 필요하대요?”
“아, 아니.”
“돈? 집?”
“그런 거 아니잖아요.”
소은이 볼을 부풀린다.
“도대체 서우 씨는 늘 왜 그래요?”
“내가 뭘요?”
“사소한 걸 가지고 트집이나 잡고.”
소은이 못 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진짜 속 좁아.”
“우아.”
서우가 답답하다는 듯 자신의 가슴을 두드린다.
“내가 뭐가 좁아요?”
“솔직히.”
서우가 연신 식식 거린다.
“후우.”
병환이 심호흡을 한다.
‘딩동’
‘누구세요?’
“접니다.”
‘잠시만요.’
병환은 자신의 넥타이를 만지작 거렸다. 그렇게 잠시 서 있고 문이 열렸다.
“들어와요.”
“예.”
병환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오늘 혜지는 스터디가 있어서 집에 일찍 들어오지 못한다고 말했었다. 그래서 병환에게도 자신의 집으로 오지 말라고 했는데 그럴 수는 없는 병환이었다.
“혜지는.”
“들었습니다.”
병환이 살짝 긴장한 미소를 짓는다.
“그래요.”
혜지의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서 앉아요.”
“예.”
병환이 쭈뼛거리며 자리에 앉는다.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병환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혜지가 아직 어리기에 쉽게 결혼 허락하지 못하신다는 어머니 마음 이해를 하고 또 이해를 합니다.”
“그러면 결론은 난 건가요?”
“아니요.”
병환이 고개를 젓는다.
“그렇기에 제가 더 결혼을 하고자 합니다.”
“뭐라고요?”
혜지의 어머니가 병환을 바라보며 살짝 오른편 눈썹을 치켜 뜬다.
“아직 어린 아이예요.”
“어리지 않습니다.”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어머니도 처음에 결혼을 하셨을 때, 주위 분들이 많이 말리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두 분 그런 우려 모두 꺾고 결혼을 하신 거 아닙니까?”
“시대가 달라요.”
“그러니까 더 가능합니다.”
병환이 혜지의 어머니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
혜지의 어머니는 병환의 눈을 들여다 본다.
“혜지 평생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게 한다는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식기세척기도 살 거고, 세탁기도 살 겁니다. 혜지 평생 안 걷게 한다는 말씀도 못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혜지가 다리가 아프다고 하면 늘 업어주고 안아주겠습니다. 혜지 평생 안 울게 한다는 말씀도 못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어깨를 빌려주고 토닥여주며 그렇게 살겠습니다.”
“흐음.”
혜지의 어머니가 미간을 찌푸린다.
“어머니, 절대로 어머니가 생각하시는 그런 일들 안 일어나게 하겠습니다. 언제나 어머니가 생각하시는 것 이상으로 혜지를 대접하면서 살겠습니다. 혜지가 어머니께는 귀여운 공주님이겠지만 제게는 아름다운 왕비 입니다.”
병환이 고개를 숙인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병환 군.”
“예.”
“결혼은 쉽지 않아요.”
“잘 알고 있습니다.”
“너무 어렵고 힘든 게 바로 결혼이에요.”
“그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병환이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그렇기에 결혼은 나이가 더더욱 상관이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나이가 많다고 결혼 생활을 더 잘하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결혼 생활이 어려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혼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됨됨이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두 사람이 함께 발을 맞추어 걸어 나가는 이인삼각 경기와도 같은 거니까요. 그러니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정말 잘 살겠습니다.”
“후우.”
혜지의 어머니가 한숨을 내쉰다.
“솔직히 나, 우리 혜지 결혼을 하려면 한참은 남은 줄 알았어. 그런데 이렇게 병환 군이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고 하니까 솔직히 많이 난감해. 병환 군 내가 단순히 결혼을 반대하는 게 혜지의 나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네?”
순간 병환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
“내가 아직 서른 여덟이야. 자네와 11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병환은 혜지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자네에게 큰 누님이 있다고 들었어, 몇 살 차이인가?”
“일곱 살입니다.”
“흐음.”
혜지의 어머니가 미간을 찌푸린다.
“내가 과연 자네에게 장모로써의 느낌으로 다가오는가?”
“예”
병환이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을 한다.
“저는 거듭 말하지만 나이라는 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 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머니는 혜지의 어머니인만큼 제게도 정말로 소중한 어머니입니다. 그 점은 절대로 변하지 않습니다.”
“흐음.”
“진심입니다.”
병환의 눈이 애절하다.
“진심으로 진심으로 잘 살 자신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네?”
“어머니는 허락을 하셨나?”
“예.”
병환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한다.
“어머니께서도 혜지를 많이 아끼십니다.”
“그래?”
혜지의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상견례 날짜를 잡지.”
“!”
“뭐, 두 사람만의 결혼은 아니니.”
“고맙습니다.”
병화이 바닥에 코가 닿도록 고개를 숙인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아니야.”
혜지의 어머니가 미소를 짓는다.
“우리 혜지 잘 부탁해.”
“예. 예. 예, 어머니.”
“후우.”
병환은 지금 허락을 받은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우와.”
병환은 자신의 볼을 꼬집어 보았다.
“아얏.”
아픈 것을 보니 분명 꿈은 아니었는데 정말 혜지의 어머니에게 결혼 승낙을 받았다니, 예상보다 조금은 싱겁게 게임이 풀리고 말았다. 하지만 혜지의 어머니에게 드린 말씀 중에 단 하나도 거짓은 없었다.
“혜지에게 알려줘야지.”
병환이 혜지의 번호를 누른다.
“여기!”
“어.”
성기가 손을 드는 것을 보고 혜지가 조심스럽게 그리로 가서 앉는다.
“왜?”
“왜긴?”
성기가 싱긋 웃는다.
“친구끼리 만나는데도 이유가 필요하나?”
“어?”
주연이 고개를 젓는다.
“그건 아니지.”
“그렇지?”
성기가 능글맞은 미소를 짓는다.
“그렇구나.”
“부럽지?”
“뭐가 부러워?”
혜지의 결혼 소식을 들은 성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였다.
“솔직히 내가 혜지랑 친한 것도 아닌데.”
“그래도.”
“아니.”
성기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결혼식도 안 올 거야?”
“글쎼?”
성기가 어깨를 으쓱한다.
“그건 초대를 받아봐야 알지.”
“그런가?”
주연이 고개를 갸웃한다.
“뭐 마실래?”
성기가 메뉴판을 주연에게 밀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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