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여든여덟 번째 이야기 -
“우리 말이에요.”
“네.”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선재 씨.”
“그냥요.”
선재가 주연을 보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냥 갑자기 이 이야기가 하고 싶었어요.”
“갑자기 왜요?”
“그러니까요.”
선재가 씩 웃는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선재 씨.”
“사랑해요.”
“!”
주연의 눈이 커다래진다. 평소에는 이렇게 대담하게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선재였다.
“진심이에요.”
“선재 씨.”
“이제 가요.”
선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많이 늦었어요.”
“네.”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선재 씨 미안해요.”
선재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아.”
선재의 집을 나서면서 주연이 한숨을 내쉰다.
“
갈팡질팡 자신이 생각해도 자신이 참 미웠다. 하지만 어느 한 쪽을 선택할 수는 없었다. 그건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후우.”
‘Rrrrr Rrrrr’
그 순간 전화가 울렸다. 성기다.
“흐음.”
주연이 목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하아.”
선재가 남은 와인을 병 째로 모두 다 마신다.
“주연 씨.”
선재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 있다.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예요.”
선재가 아래 입술을 살짝 깨문다.
“나 너무 아픈데, 너무 아픈데.”
선재가 무너지듯 의자에 주저 앉는다.
“나 너무 많이 아파요. 그래요. 그런데 주연 씨는 도대체 왜.”
선재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후우.”
그리고 그 눈물이 떨어진다.
“뭐?”
혜지의 어머니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혼수를 하지 말자고?”
“아니.”
혜지가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인다.
“오빠도 그냥 집을 사는 게 더 좋다고 하잖아.”
“그래도.”
혜지의 어머니가 못 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그 댁 어른들도 허락 하신 거야?”
“아, 아직.”
“그런데 무슨.”
혜지의 어머니가 가볍게 눈을 흘긴다.
“너 혼수 정도 할 돈은 있어.”
“아니 솔직히 나도 혼수 보다는 집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어른들 생각은 달라.”
“에?”
혜지가 볼을 부풀린다.
“왜?”
“아무리 혼수가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거라고 해도 다들 하는 거잖니? 그거 가지고 파혼도 하는 판국인데, 그래도 그 분들이 어른인데 대접을 해드려야 하는 거 아니겠니? 혼수 해야 돼.”
“나는 싫어.”
“왜?”
“솔직히 그게 뭐야?”
혜지가 못 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그냥 집 사는 돈 반반 보태고, 필요한 가구들 사오면 되는 거지.”
“으유.”
혜지의 어머니가 혜지의 손을 잡는다.
“이 어린 걸 어찌 시집을 보내누.”
“어, 엄마.”
“아니다.”
혜지의 어머니가 고개를 젓는다.
“일단 그 댁 어른들 말씀을 듣고.”
“네.”
혜지가 고개를 끄덕인다.
“혜지가 시키든?”
“아니요.”
병환이 고개를 젓는다.
“솔직히 그게 더 낫잖아요.”
“흐음.”
병환의 어머니가 미간을 찌푸린다.
“그게 더 나은 건 아는데.”
“그런데요?”
“그래도 어른들이 있지 않니?”
“어머니.”
“나 혼자 몸이면 필요 없다고 하겠다.”
“그러면.”
“하지만 친척 어른들이 계시지 않니?”
병환의 어머니가 병환의 얼굴을 본다.
“그게 돈이 꽤나 든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가벼운 것들 하는 게 낫지 않겠니?”
“요즘에는 다들 혼수 안 하는 게 대세에요.”
“그래도.”
병환의 어머니가 살짝 아래 입술을 깨문다.
“그러면 간단하게 백화점 상품권 20만원 씩만 준비하라고 해라.”
“어머니.”
병환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몇 분께나 드리려고요?”
“한 서른 분?”
“그 돈이 얼마인데요?”
“너.”
병환의 어머니가 엄한 표정을 짓는다.
“다들 그거보다 비싼 혼수 아무 말 않고 해 와. 그리고도 남는 돈이면 집을 사는데 보태건 무얼 하건 신경 쓰지 않으마.”
“예.”
병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 혜지에게 그렇게 전할게요.”
“그래.”
“얼마?”
혜지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600만원.”
병환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살짝 혜지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한다. 병환도 그 금액이 기가 막힌 모양이었다.
“그 큰 돈을?”
“친척이 꽤나 계셔.”
“홀어머니시잖아.”
“그래도 시댁 어른들 다 챙겨야 한대.”
“휴.”
혜지가 한숨을 내쉰다.
“그러면 집 사는데 돈을 어떻게 보태?”
“그러니까.”
병환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어, 형님.”
“어머, 선재 씨.”
“동생 아니야.”
그 순간 선재의 목소리가 들리자 혜지와 병환이 모두 고개를 든다.
“선재 씨 어쩐 일이세요?”
“케이크 좀 사가려고요.”
선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아 들었습니다.”
선재가 병환에게 손을 내민다,
“결혼 축하드립니다. 형님.”
“고마워.”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두 분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시길래 그렇게 심각하시던 거예요?”
“응?”
“그, 그게요.”
혜지가 살짝 아래 입술을 깨물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혼수 때문에요.”
“혼수?”
선재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뭐예요?”
“아.”
병환이 웃음이 나오는 것을 겨우 막는다.
“한국에서는 결혼을 할 때 신부 쪽에서 신랑 쪽 가족을 위해서 몇 가지 물건들을 준비해야 하거든요.”
“아 그래요? 그런데 왜 그렇게 심각한 거예요?”
“돈이 꽤나 비싸서요.”
혜지가 한숨 섞인 대답을 풀어 낸다.
“얼마나 드느데요?”
“그, 그게요.”
“그냥 다 말해.”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600만원이요.”
“600만원이요?”
비록 선재는 가인이 회장으로 있기는 했지만 600만원이라는 돈이 그렇게 적은 돈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원래들 그렇게 많이 해요?”
“이건 적은 거예요.”
혜지가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그래도 부담이 크네요.”
“혼수는 무어로 하는 건데요?”
“보통은 옷 막 그런 걸로 하는데 우리는 백화점 상품권으로 하려고요.”
“아.”
선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거면 제가 싸게 드릴 수 있는데.”
“네?”
선재가 싱긋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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