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우리, 사랑해! [완]

우리, 사랑해! season 4 - [여든일곱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8. 10. 25. 22:58

 

 

 

우리, 사랑해! Season 4

 

- 여든일곱 번째 이야기 -

 

 

 

혼수는 어쩌지?

 

혼수는 무슨.

 

병환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네가 혼수인데 또 무슨 혼수를 준비하냐?

 

어이구?

 

혜지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병환을 흘겨 본다.

 

말이라도 아주 감사합니다.

 

어라?

 

병환이 고개를 갸웃한다.

 

나 진심으로 한 말이라고.

 

어떻게 그래?

 

?

 

병환이 혜지의 얼굴을 바라본다.

 

우리 어머니도 허락하실 거라니까.

 

내가 불편해서 그래.

 

혜지가 볼을 살짝 부풀린다.

 

그래도 명색이 결혼인데 어떻게 혼수를 안 해 가?

 

그러면.

 

병환이 싱긋 웃는다.

 

우리 집이나 사자.

 

?

 

혜지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집이 한 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집을 사?

 

?

 

병환이 생긋 웃어 보인다.

 

솔직히 집안 살림은 언제든지 마련할 수 있지만 집은 동료들이나 친구들 보니까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못 사는 애들이 태반이야. 친구들 보면 집 사고 시작한 애들이 훨씬 잘 산다니까.

 

그건 아는데.

 

혜지가 살짝 아래 입술을 꺠문다.

 

그런 돈은 없다니까.

 

?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내 오피스텔 빼고, 네 방 빼고, 너 혼수하려고 했던 거, 내가 모아뒀던 결혼 자금 모으면 어떻게 안 될까? 큰 거 아니라도 말이야. 자그마한 것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올라가면 되는 거잖아.

 

흐음.

 

혜지야.

 

몰라.

 

혜지가 어깨를 으쓱한다.

 

아직 결혼도 실감이 안 나는데.

 

실감이 안 나?

 

.

 

그러면.

 

병환이 혜지의 허리를 감싼다.

 

어머?

 

실감 나게 해드릴까요?

 

징그러.

 

?

 

됐네요.

 

.

 

혜지가 병환의 손을 때리자 병환이 혜지의 허리를 감았던 손을 놓는다.

 

정말 좋다.

 

뭐가?

 

너랑 결혼하는 거.

 

병환이 미소를 지어 보인다.

 

결국에 결혼을 할 건 알았는데 그래도 이렇게 진짜로 결혼하니까 믿기지가 않는다.

 

.

 

혜지가 병환의 어깨에 기댄다.

 

나도 오빠랑 결혼하는 거 안 믿겨.

 

기분은 어때?

 

좋아.

 

혜지가 눈을 감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는 거니까 좋아.

 

다행이다.

 

.

 

왜 웃어?

 

좋아서.

 

혜지가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과 있는 게 너무 좋아서.

 

 

 

린지 전화 받아.

 

고마워.

 

승연이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

 

, 혜지야.

 

승연의 얼굴이 밝아진다.

 

왜 전화 했어?

 

글쎄?

 

혜지의 목소리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내가 왜 전화했을 거 같아?

 

설마?

 

승연의 눈이 커다래진다.

 

너 정말?

 

.

 

우와!

 

자신이 생각했던 대답이 나오자 승연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어떻게?

 

어떻게긴 뭘?

 

혜지가 약간 으스대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면 언제 결혼하는 거야?

 

올해.

 

올해?

 

승연의 눈이 커다래진다.

 

결혼 얼마 전에 허락 받은 거 아니야?

 

어제.

 

그런데 어떻게?

 

오빠 나이가 좀 있잖아. 병환이 오빠 어머니는 내년이 오빠 아홉 수라서 피하고 내 후년은 이제 서른이니까 어떻게든 올해 장가를 꼭 보내셔야 한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 그래서 미룰 것 없이 그냥 하려고.

 

너도 참 대단하다.

 

내가 좀 대단한 사람이지.

 

으유.

 

승연이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 나는 언제쯤 가면 되는 거야?

 

정말 오려고?

 

그럼.

 

됐어. 뉴욕에서 여기까지 비행기 삯이 얼마인데, 차라리 그 돈 축의금으로나 내라.

 

으유, 누가 똑순이 조혜지 아니랄까봐, 바로 축의금 챙기려고 하는 거야?

 

헤헤.

 

어차피 한국 한 번 들어가 보려고 했어.

 

학기 막 시작했잖아.

 

괜찮아. 나 금요일은 수업 없거든, 목요일은 오전 수업만 있고, 목요일 오후 비행기 타고 갔다가 일요일에 오면 되지. 대신 너 결혼 꼭 토요일에 해야 한다.

 

나 참. 남의 결혼 날짜를 네 멋대로 정하냐?

 

그래야 나도 보지.

 

고려해 볼게.

 

.

 

승연이 작게 웃음을 짓는다.

 

그래도 정말 신기하다. 우리 나이가 지금 몇 살인데 결혼이라니, 정말 믿어지지가 않아. 신기해.

 

나도 안 믿겨.

 

그럼 날짜 정확히 정해지면 다시 전화 주라.

 

그래.

 

그럼 들어가.

 

.

 

승연인 미소를 짓는다.

 

결혼.

 

이상하게 자신의 가슴이 더 설레는 승연이다.

 

 

 

정말이요?

 

.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잘 됐네요.

 

그렇죠?

 

병환이 형님도 많이 좋아하시겠네요.

 

혜지가 더 좋아해요.

 

혜지 씨가요?

 

선재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헤지 정말로 오빠 많이 좋아하거든요.

 

그래요?

 

선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진심으로 두 사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나도 그래요. 두 사람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니까.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

 

주연이 선재를 바라본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궁금해서요.

 

선재가 멍하니 해산물 파스타를 내려다 본다.

 

가끔씩은 말이에요. 우리가 그렇게 행복해지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선재 씨.

 

그러니까 더 노력을 해야 하는 거겠죠?

 

선재가 씩 웃는다.

 

더 노력을 해야. 조금은 더 노력을 해야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거니까요. 맞는 거죠?

 

고마워요.

 

주연이 선재의 얼굴을 바라본다.

 

정말 고마워요.

 

뭐가요?

 

그냥이요.

 

주연이 생긋 웃어 보인다.

 

나 선재 씨에게는 늘 미안하고 고마워요.

 

나도 그래요.

 

아니.

 

주연이 가만히 고개를 젓는다.

 

내가 선재 씨가 나에게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는 거 보다 몇 십 배는 더 미안하고 고마워요.

 

주연 씨.

 

어쩌면, 어쩌면 말이에요. 정말 어쩌면 말이에요. 내가, 내가 선재 씨 아프게 해도 용서해줄래요?

 

글쎄요?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선재가 살짝 고개를 들어 주연을 바라본다.

 

그 상황이 되어 봐야 알 거 같아요.

 

선재 씨.

 

우리 그만해요.

 

선재가 와인을 딴다.

 

와인 드실래요?

 

주연이 와인 잔을 선재에게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