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해! Season 4
- 여든일곱 번째 이야기 -
“혼수는 어쩌지?”
“혼수는 무슨.”
병환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짓는다.
“네가 혼수인데 또 무슨 혼수를 준비하냐?”
“어이구?”
혜지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병환을 흘겨 본다.
“말이라도 아주 감사합니다.”
“어라?”
병환이 고개를 갸웃한다.
“나 진심으로 한 말이라고.”
“어떻게 그래?”
“에?”
병환이 혜지의 얼굴을 바라본다.
“우리 어머니도 허락하실 거라니까.”
“내가 불편해서 그래.”
혜지가 볼을 살짝 부풀린다.
“그래도 명색이 결혼인데 어떻게 혼수를 안 해 가?”
“그러면.”
병환이 싱긋 웃는다.
“우리 집이나 사자.”
“집?”
혜지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집이 한 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집을 사?”
“왜?”
병환이 생긋 웃어 보인다.
“솔직히 집안 살림은 언제든지 마련할 수 있지만 집은 동료들이나 친구들 보니까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못 사는 애들이 태반이야. 친구들 보면 집 사고 시작한 애들이 훨씬 잘 산다니까.”
“그건 아는데.”
혜지가 살짝 아래 입술을 꺠문다.
“그런 돈은 없다니까.”
“왜?”
병환이 미소를 짓는다.
“내 오피스텔 빼고, 네 방 빼고, 너 혼수하려고 했던 거, 내가 모아뒀던 결혼 자금 모으면 어떻게 안 될까? 큰 거 아니라도 말이야. 자그마한 것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올라가면 되는 거잖아.”
“흐음.”
“혜지야.”
“몰라.”
혜지가 어깨를 으쓱한다.
“아직 결혼도 실감이 안 나는데.”
“실감이 안 나?”
“응.”
“그러면.”
병환이 혜지의 허리를 감싼다.
“어머?”
“실감 나게 해드릴까요?”
“징그러.”
“왜?”
“됐네요.”
“피.”
혜지가 병환의 손을 때리자 병환이 혜지의 허리를 감았던 손을 놓는다.
“정말 좋다.”
“뭐가?”
“너랑 결혼하는 거.”
병환이 미소를 지어 보인다.
“결국에 결혼을 할 건 알았는데 그래도 이렇게 진짜로 결혼하니까 믿기지가 않는다.”
“치.”
혜지가 병환의 어깨에 기댄다.
“나도 오빠랑 결혼하는 거 안 믿겨.”
“기분은 어때?”
“좋아.”
혜지가 눈을 감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는 거니까 좋아.”
“다행이다.”
“킥.”
“왜 웃어?”
“좋아서.”
혜지가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과 있는 게 너무 좋아서.”
“린지 전화 받아.”
“고마워.”
승연이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나.”
“어, 혜지야.”
승연의 얼굴이 밝아진다.
“왜 전화 했어?”
“글쎄?”
혜지의 목소리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내가 왜 전화했을 거 같아?”
“설마?”
승연의 눈이 커다래진다.
“너 정말?”
“응.”
“우와!”
자신이 생각했던 대답이 나오자 승연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어떻게?”
“어떻게긴 뭘?”
혜지가 약간 으스대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면 언제 결혼하는 거야?”
“올해.”
“올해?”
승연의 눈이 커다래진다.
“결혼 얼마 전에 허락 받은 거 아니야?”
“어제.”
“그런데 어떻게?”
“오빠 나이가 좀 있잖아. 병환이 오빠 어머니는 내년이 오빠 아홉 수라서 피하고 내 후년은 이제 서른이니까 어떻게든 올해 장가를 꼭 보내셔야 한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 그래서 미룰 것 없이 그냥 하려고.”
“너도 참 대단하다.”
“내가 좀 대단한 사람이지.”
“으유.”
승연이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 나는 언제쯤 가면 되는 거야?”
“정말 오려고?”
“그럼.”
“됐어. 뉴욕에서 여기까지 비행기 삯이 얼마인데, 차라리 그 돈 축의금으로나 내라.”
“으유, 누가 똑순이
“헤헤.”
“어차피 한국 한 번 들어가 보려고 했어.”
“학기 막 시작했잖아.”
“괜찮아. 나 금요일은 수업 없거든, 목요일은 오전 수업만 있고, 목요일 오후 비행기 타고 갔다가 일요일에 오면 되지. 대신 너 결혼 꼭 토요일에 해야 한다.”
“나 참. 남의 결혼 날짜를 네 멋대로 정하냐?”
“그래야 나도 보지.”
“고려해 볼게.”
“킥.”
승연이 작게 웃음을 짓는다.
“그래도 정말 신기하다. 우리 나이가 지금 몇 살인데 결혼이라니, 정말 믿어지지가 않아. 신기해.”
“나도 안 믿겨.”
“그럼 날짜 정확히 정해지면 다시 전화 주라.”
“그래.”
“그럼 들어가.”
“응.”
승연인 미소를 짓는다.
“결혼.”
이상하게 자신의 가슴이 더 설레는 승연이다.
“정말이요?”
“네.”
주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잘 됐네요.”
“그렇죠?”
“병환이 형님도 많이 좋아하시겠네요.”
“혜지가 더 좋아해요.”
“혜지 씨가요?”
선재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헤지 정말로 오빠 많이 좋아하거든요.”
“그래요?”
선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진심으로 두 사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나도 그래요. 두 사람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니까.”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네?”
주연이 선재를 바라본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궁금해서요.”
선재가 멍하니 해산물 파스타를 내려다 본다.
“가끔씩은 말이에요. 우리가 그렇게 행복해지지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 선재 씨.”
“그러니까 더 노력을 해야 하는 거겠죠?”
선재가 씩 웃는다.
“더 노력을 해야. 조금은 더 노력을 해야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거니까요. 맞는 거죠?”
“고마워요.”
주연이 선재의 얼굴을 바라본다.
“정말 고마워요.”
“뭐가요?”
“그냥이요.”
주연이 생긋 웃어 보인다.
“나 선재 씨에게는 늘 미안하고 고마워요.”
“나도 그래요.”
“아니.”
주연이 가만히 고개를 젓는다.
“내가 선재 씨가 나에게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는 거 보다 몇 십 배는 더 미안하고 고마워요.”
“주연 씨.”
“어쩌면, 어쩌면 말이에요. 정말 어쩌면 말이에요. 내가, 내가 선재 씨 아프게 해도 용서해줄래요?”
“글쎄요?”
선재가 미소를 짓는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선재가 살짝 고개를 들어 주연을 바라본다.
“그 상황이 되어 봐야 알 거 같아요.”
“선재 씨.”
“우리 그만해요.”
선재가 와인을 딴다.
“와인 드실래요?”
주연이 와인 잔을 선재에게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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