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열다섯 번째 이야기
“애미야!”
문희가 비명을 질렀다.
“피, 피가 나오잖아! 어머 동서 괜찮아? 도, 동서.”
고함 소리에 밖으로 나오던 해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가렸다. 신지의 다리 사이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 절대로 이혼 안 해.”
신지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내 뱃속에 오빠랑 내 아이가 있는데, 어떻게 우리가 또 이혼할 수가 있어? 나 절대로 이혼 못 해.”
“그래?”
민용이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어떻게 하냐?”
민용이 사나운 표정을 지으며 신지를 바라봤다.
“지금 네 뱃속의 아이는 곧 지워질 거 같은데 말이야. 그 아이가 아니라면 미련 없이 나를 떠날 거야?”
‘짝’
그 순간 해미의 손에 의해서 민용의 고개가 돌아갔다.
“혀, 형수.”
“서방님 지금 말씀 정말 심하시네요.”
해미가 싸늘한 어조로 민용에게 말했다.
“지금 동서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세요? 좋아요. 이혼 하세요. 다만, 그 아이가 무슨 죄예요? 그 아이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고 그러는 거 제가 용서하지 못해요.”
“아.”
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형수 아이가 유산되어서요?”
“!”
해미의 눈이 커다래졌다.
“이, 이건 또 무슨 소리냐?”
문희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해미를 바라봤다.
“윤호 애미야.”
“아니에요. 어머니.”
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동서부터 어떻게 해야지요.”
“그래.”
“저는 괜찮아요.”
신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오빠 말 해 봐.”
신지가 민용을 바라봤다.
“정말 나랑 이혼하고 싶니?”
“그래.”
민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부터 너랑 결혼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어.”
“하.”
신지가 이마를 짚었다.
“그런데, 그런데 왜 나에게, 어째서 나에게 결혼하자는 말을 한 거야?”
“얘기 했잖아.”
민용이 너무나도 무덤덤히 답했다.
“네가 불쌍했다고.”
“그래. 내가 많이 불쌍했구나?”
신지가 아래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니까 나랑 오빠랑 이혼하지 못하겠네. 나는 여전히 오빠에게는 너무나도 불쌍한 사람일 테니까.”
“아니.”
민용은 너무나도 쉽게 고개를 저었다.
“나는 내가 불쌍히 여기는 사람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 그리고 그건 네가 아니야.”
“마, 말도 안 돼.”
민정이 입을 가렸다.
“이 선생님이, 이 선생님이.”
“선생님 가만히 계세요.”
윤호가 가볍게 민정을 타일렀다.
“왜 나를 못 나가게 하는 거야?”
“지금 선생님께서 나가신다면 일이 더 복잡해질 거예요.”
윤호는 가만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거 원하시지는 않으시는 거죠?”
“응.”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나가시면 두 사람 사이 더 복잡해져요. 조금은 마음이 아프시겠지만 일단은 가만히 계세요.”
“하아.”
민정이 한숨을 토해냈다.
“다 나 때문이야. 이 모든 게 전부 다 나 때문이라고.”
“그런 말씀 좀 하지 마시라고요.”
윤호가 민정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자꾸 자신의 탓이라고만 하세요? 지금 이 문제는 모두 삼촌이 만들어낸 문제라고요.”
“하지만, 내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이 선생님께서도 저란 말씀 하시지 않으셨을 거잖아. 안 그래?”
“아니요.”
윤호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터질 문제였어요.”
“뭐?”
“너무나도 둔한 제 눈에도 보였으니까요.”
윤호가 문을 바라봤다.
“제 눈에도 삼촌이 작은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게 보였어요.”
“!”
“이렇게 될 거였어요.”
“하.”
민정이 고개를 숙였다.
“말도 안 돼.”
“말 돼요.”
윤호는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형님.”
“응? 동서.”
해미가 황급히 신지를 바라봤다.
“하혈했다고 해서 무조건 유산은 아닌 거죠?”
“그럼.”
해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신지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 구급차 좀 불러주세요.”
“그래.”
문희가 전화를 잡으러 가자, 민용이 그 앞을 막았다.
“너 뭐하는 짓이야!”
“못 겁니다.”
민용은 단호히 말했다.
“저 아이가 저와 신지가 이혼하지 못하게 될 근거라면, 저 아이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너!”
문희의 얼굴이 붉어졌다.
“지금 네가 무슨 말은 하고 있는 줄 알고 말을 하는 게야? 너 지금 미쳤어! 아주 제대로 미쳤어!”
“압니다.”
민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사는 것 보다는 지금 이 순간 미친 놈 취급 받는 게 낫습니다.”
“서방님.”
해미가 간절한 눈으로 민용을 바라봤다.
“제발요. 이런 어린 아이 같은 투정 부리지 마세요. 이혼 하시면 되잖아요. 아이가 무슨 죄예요?”
“그래도 안 됩니다.”
민용은 단호하게 말했다.
“저, 저런!”
순재가 다시금 민용을 때리려 하자 문희가 순재를 말렸다.
“당신은 다 폭력으로만 해결하려고 해요?”
“하지만.”
“혀, 형님.”
신지가 해미의 손을 꽉 잡았다.
“점점 더 배가 아파와요.”
“서방님!”
신지의 다리 사이에 피는 그치지 않고 계속 새어 나왔다. 점점 더 검붉은 피가 새어 나왔다.
“삼촌 뭐하는 짓이야!”
그 순간 윤호가 고함을 지르며 민용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퍽’
“미친 거야. 삼촌 지금 정말로 미친 거라고. 지금 삼촌 제정신 아니야. 정말로 돌아 버렸어.”
윤호가 미친 듯이 전화 번호를 눌렀다.
“여기 임산부가 하혈을 했어요. 빨리 구급차를 불러주세요. 여기가 어디냐면.”
“내 놔!”
민용이 거칠게 전화기를 낚아 챘다.
“너야 말로 뭐하는 짓이야?”
“삼촌.”
윤호가 살짝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미안해.”
“뭐?”
윤호가 있는 힘껏 민용을 때렸다.
“다행이네요.”
여 의사는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아이는 무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문희가 의사의 손을 잡았다.
“우리 손주 살려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아니에요.”
의사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이가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것 같네요. 보통은 이런 경우에 유산이 되기 쉬운데, 다행히 엄마의 자궁을 꽉 붙잡았어요. 너무나도 다행이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신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계속 입원해야 하나요?”
“분만 시까지 입원하실 필요는 없고요. 한 일주일 계시다가, 그 이후로는 원래 다니시던 대로 다니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신지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네.”
의사는 미소를 지으며 차트를 집어 들었다.
“그러면 편히 쉬세요.”
“네.”
의사는 한 번 더 미소를 짓고는 병실을 나갔다.
“아유, 다행이다. 애미야.”
“네.”
신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왜 울어?”
“아니야.”
준이의 천진난만한 물음에 신지가 고개를 저었다.
“동생이 너무나도 건강하대서 우는 거야.”
“정말?”
“응.”
준이가 신지의 배에 귀를 가져갔다.
“하아.”
신지가 한숨을 내쉬었다.
“나 정말 지킬 거야.”
문희가 그런 신지를 안쓰러운 듯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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