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스무 번째 이야기
“어머니, 아버님 죄송해요.”
“아니다.”
문희가 고개를 저으며 신지의 옆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래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냐?”
“후우.”
신지가 작게 한숨을 토해냈다.
“저, 민정아.”
“응?”
“나, 물 좀 줄래?”
“그, 그래.”
윤호가 재빨리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서 머그잔에 따른 뒤 민정에게 건네주었다. 민정은 쭈뼛거리며 그것을 받아 신지에게 건넸다.
“고마워.”
“응.”
신지는 빈 컵을 민정에게 건넸다.
“저 이혼하려고요.”
“뭐?”
문희의 눈이 커다래졌다.
“이, 이혼은 무슨.”
“아니에요.”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빠 그 말 꺼내기 정말로 쉽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오빠가 이혼을 하고 싶어했다면 진심으로 원한 거예요.”
신지가 쓸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억지로 오빠를 붙잡고 싶지 않아요. 오빠가 원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저 오빠랑 이혼하겠습니다.”
“안 된다.”
문희가 단호한 어조로 거절했다.
“네 뱃속에 있는 아이는 어쩌려고? 또 아이에게 상처를 주려고 그러니?”
“어머니.”
신지가 차분히 말했다.
“어차피 오빠는 제게 더 이상 마음이 없어요. 억지로 아이로 오빠를 붙잡고 싶지 않아요. 그건 너무나도 나쁜 일이잖아요. 오빠가 나에게 아무런 마음이 없는데 괜히 억지로 붙잡는 건 싫어요.”
“그래.”
순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혼하거라.”
“여보!”
“어쩔 수 없잖아.”
순재가 어깨를 으쓱했다.
“여보, 하지만 얘는.”
“두 사람의 일이야. 민용이 자식과 준이 애미 두 사람 사이의 일이라고,. 우리가 함부로 끼어들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
“어째서?”
문희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민용이는 우리 아들이고, 얘는 우리 며느리야. 그런데 어째서 우리가 끼어들면 안 된다는 거야?”
“여보.”
순재가 문희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그만 합니다.”
“여보.”
“우리가 어쩐다고 해서 이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바꾸지는 않을 아이들이잖아.”
순재가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두 아이가 원하는대로 해줍시다.”
“고맙습니다. 아버님.”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목례를 했다.
“괜히, 심려 끼쳐 드려서 죄송해요.”
“아니다.”
순재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저 너 몸만 잘 추스리거라.”
“이런 게 어디 있어?”
문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왜 다시 이혼이야? 무슨 이혼이 애들 장난이야? 당신이 어떻게든 얘네들 이혼 안 하게 만들어야죠.”
“왜?”
“네?”
문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순재를 바라봤다.
“말 했잖아. 이 아이들 더 이상 우리 품 안의 자식이 아니야.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이라고.”
순재가 문희의 눈을 바라봤다.
“당신도 그랬잖아. 민용이 자식이 다시 결혼한다고 말을 하러 왔을 때 말이야. 어차피 두 아이를 우리가 막을 수 없을 거라고, 그저 우리의 축복이 받고 싶어서 그러는 걸 거라고 말이야.”
“그, 그건.”
“같은 거야.”
순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더 이상 낄 자리 없어.”
“후우.”
문희가 이마를 짚었다.
“나는 바람 좀 쐬야 겠다.”
“죄송해요. 어머니.”
“아니다.”
문희가 고개를 젓고는 병실을 나섰다.
“나도 저 할망구 좀 따라 가야 겠구나. 가서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니.”
“네.”
순재는 황급히 문희를 따라 나섰다.
‘쾅’
문이 닫히고 잠시의 정적이 흘렀다.
“작은 엄마.”
“응?”
정적을 깬 것은 윤호였다. 신지는 윤호를 바라봤다.
“왜?”
“정말 이혼하실 거예요?”
“응.”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혼할 거야.”
“어째서요?”
윤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작은 엄마 아직도 삼촌 좋아하시잖아요.”
“아니.”
신지가 고개를 저었다.
“안 좋아해.”
“거짓말 하지 마세요.”
윤호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사랑하고 있잖아요. 아직도 삼촌을 마음에 두고 있으니까, 이렇게 삼촌이 원하는 거 해주시는 거잖아요.”
“후우.”
신지가 한숨을 토해냈다.
“아는 구나?”
“!”
민정의 눈도 가늘게 흔들렸다.
“사랑하는 사람이면 어떻게든 곁에 두게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사랑하는 사이라면 그래야죠.”
“아니.”
신지가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보내주기도 해야 하는 거야.”
“어쨰서요?”
“그게 사랑이니까.”
신지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만지작거렸다.
“내가 이혼한다고 하더라도 너랑 민정이 사이는 변함 없을 거야.”
“?”
윤호가 고개를 갸웃하며 신지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오빠랑 이혼한다고 해서 민정이가 오빠에게 가지는 않을 거라고.”
“시, 신지야.”
“민정아.”
신지가 민정을 돌아봤다.
“대답을 해 줘.”
“!”
민정의 눈이 커다래졌다.
“무, 무슨 대답.”
“윤호가 원하는 대답.”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더 이상 너희 두 사람 감정 속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신지가 윤호와 민정을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두 사람 지금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고 있는 게 보이는데, 자꾸만 두 사람 서로 엇갈리기만 하잖아.”
“하아.”
민정이 한숨을 토해냈다.
“그러니까 어서.”
“아니요.”
윤호가 황급히 신지의 말을 끊었다.
“그러실 필요 없어요.”
“어?”
“이미 선생님께는 대답을 들었으니까요. 선생님은 제가 마음에 없다는 거 알고 있으니까요.”
“아니야.”
신지가 고개를 저었다.
“무, 무슨.”
“됐습니다.”
윤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나저나 정말 이혼하실 거예요?”
“그래.”
“그렇군요.”
윤호가 쓸쓸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뭘?”
“임신하셨잖아요. 돈이나.”
“그런 건 괜찮아.”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이래뵈도 나 잘 나가는 작곡가니까.”
“신지야.”
“그리고 나 민정이랑 살기로 했어.”
“?”
윤호가 민정을 바라봤다.
“그게 무슨.”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지.”
신지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였다.
“다시 원래대로야.”
“하아.”
윤호가 한숨을 토해냈다.
“우리 네 사람 정말 바보다.”
신지가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바보처럼 자신의 감정을 말하지 못하는 여자.”
그리고는 민정을 바라봤다.
“언제나 사랑을 갈구하는 어린 아이.”
다음으로는 윤호를 바라봤다.
“그리고 언제나 사랑을 놓치는 바보 같은 여자.”
신지가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신지가 문을 바라봤다.
“자기 감정에 언제나 솔직하지 못한, 그리고 그 솔직한 감정을 말하기가 너무나도 두려워서 언제나 문 뒤에서 바보 같이 숨어 있는, 그래서 내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런 한 남자.”
'★ 블로그 창고 > 블로그 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닉쿤 휴지영상 (0) | 2009.02.11 |
---|---|
[스크랩] 모델출신인 꽃남의 나쁜남자 정의철... (0) | 2009.02.11 |
추억에 살다. - [열아홉 번째 이야기] (0) | 2009.02.10 |
추억에 살다. - [열여덟 번째 이야기] (0) | 2009.02.09 |
추억에 살다. - [열일곱 번째 이야기] (0) | 2009.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