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Season 2
두 번째 이야기
“왜 그런 대답을 하신 거예요?”
“어?”
다시 짐을 싸던 민정이 윤호의 얼굴을 바라봤다.
“왜 그런 대답을 하다니?”
“선생님이 그런 대답을 하지 않으시고 저를 선택했다면 삼촌은 작은 엄마에게 돌아갔을 거예요.”
“아.”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거였니?”
“왜 안 그러신 거예요?”
윤호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안 그러셨어요?”
“그게 내 진짜 마음이니까.”
“!”
윤호의 눈이 커다래졌다.
“삼촌을 사랑하시는 거예요?”
“말 했잖아.”
민정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나 그 누구도 지금은 사랑하고 있지 않아.”
“선생님.”
“하지만 너를 사랑한다고 말을 하면, 세 사람이 아픈 거잖아.”
민정이 침대에 살짝 걸터 앉았다.
“나는 거짓말을 하니까 아프고,”
민정이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이 선생님은 자신이 선택 받지 않아서 아프고.”
“저는요?”
윤호가 민정을 바라봤다.
“저는 선생님이 그런 말씀 해주시면 하나도 안 아프다고요.”
“진짜가 아니니까.”
“!”
“진짜 그런 마음이 아니니까, 네가 아픈 거야. 윤호야.”
“아니요.”
윤호가 민정의 말을 부정했다.
“저는 하나도 안 아팠을 거예요.”
“윤호야.”
“그게 진심이니까요.”
“나 너를 사랑하지 않아.”
민정이 고개를 저으며 윤호의 손을 잡았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 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최소한 지금만큼은 너 남자가 아니라고. 윤호야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해. 네가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선생님 너무나도 힘들 거 같아서.”
“어째서죠?’
윤호가 슬픈 눈으로 민정을 바라봤다.
“어째서 삼촌은 되는데 나는 안 되는 거죠?”
“어?”
“삼촌의 고백은 받으셨었잖아요.”
윤호가 살짝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저는 아니에요?”
“그, 그건.”
민정이 말 끝을 흐렸다.
“정말 미안해.”
“하아.”
윤호가 한숨을 토해냈다.
“정말, 정말로 미안해. 네 마음이 너무나도 많이 아프다는 건 알겠는데 네 마음을 받아줄 수는 없어.”
민정이 슬픈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에게 다 마음을 열어줄 수는 있어도, 윤호 너에게만은 이 마음 못 열어줄 거 같아. 미안해.”
“앞으로도 영원히요?”
“어?”
“앞으로도, 영원히, 못 열어줄 것 같다는 말인가요?”
윤호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에게 마음을 열어줄 수 없다면서요. 그 말은, 그러니까 꼭 지금만이 아니더라도, 평생, 나에게 마음을 열어줄 수 없다는 뜻이에요? 아무리, 아무리 내가 노력한다고 해도 안 된다는 건가요?”
“미안해.”
민정이 윤호의 시선을 피했다.
“정말 미안해.”
“시간을 돌리고 싶어요.”
윤호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시간이 돌아가면 더 이상 학생을 하지 않겠어요.”
“윤호야.”
“학교, 때려칠래요.”
윤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 당신을 만날 일이 없잖아요. 당신을 선생님과 제자 사이로 만날 일 없잖아요. 그러면 당신도 나를 한 번 생각해 주었을 텐데, 한 번이라도 남자로 바라봐주었을 텐데 말이죠.”
“네가 학생이어서가 아니야.”
민정이 고개를 숙였다.
“너라서 안 되는 거야.”
“하아.”
윤호가 한숨을 토해냈다.
“삼촌과 제가 삼촌과 조카 사이라서요?”
“…….”
민정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에요?”
윤호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도대체 그게 무슨 문제냐고요.”
“문제야. 나는 너를 사랑할 수 없어.”
“어째서요?”
윤호가 따지 듯 물었다.
“그냥 선생님 감정에만 충실하라고요. 그냥 지금 선생님 마음이 따르는 대로 행동하시라고요.”
“너와 입을 맞출 때마다 나는 이 선생님이 떠 오를 거야.”
“!”
“너랑 이 선생님은 너무나도 닮았으니까, 너무나도 비슷하니까, 결국에는 너도 힘들어질 거야.”
민정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윤호야.”
“됐어요.”
윤호가 고개를 들었다.
“그런 거예요?”
“미안.”
민정이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 미안.”
“하아.”
윤호가 다시 한숨을 토해냈다.
“그러니까, 그 말은 내가 삼촌보다 늦게 고백을 해서였다는 건가요?”
“응.”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요.”
윤호가 민정을 바라봤다.
“그건 정말,”
“말이 되는 일이지.”
민정이 윤호의 눈을 바라봤다.
“너도 지금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잖아.”
“아니에요.”
윤호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윤호야.”
“선생님은 지금 제 마음 모르시죠?”
윤호의 눈에 투명한 눈물이 차올랐다.
“선생님은 지금 제 마음 모르시잖아요.”
“정말, 미안해.”
“그러면 제 마음을 받아주세요.”
윤호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제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면, 그냥 제 마음 받아주시라고요.”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
민정이 고개를 저었다.
“너는 이 선생님 조카야.”
“삼촌이 무슨 상관이에요?”
“왜 상관이 없어?”
“삼촌은 삼촌이고, 저는 저란 말이에요.”
윤호가 울부짖듯 말했다.
“삼촌과 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요.”
“삼촌과 조카니까.”
민정이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나 때문에 두 사람이 망가지는 거 싫어.”
“이미 망가졌어요.”
“!”
“그리고 선생님이 더 망가 뜨리고 있어요.”
“윤호야.”
“둘 중 한 사람을 선택하면 한 사람은 덜 망가뜨릴 수 있어요.”
윤호가 민정의 눈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제발 선택하세요.”
윤호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간절했다.
“제발, 제발.”
“만일 그래야 한다고 해도.”
민정이 윤호의 눈을 바라봤다.
“너는 아니야.”
“선생님.”
“절대로, 아니야.”
민정이 윤호의 손을 잡았다.
“정말 미안해.”
“그렇군요.”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군요.”
“정말 미안해.”
민정이 고개를 떨구었다.
“너를 사랑하고 있는데, 네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거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데, 그런데, 그런데 그래도 너를 선택할 수는 없어. 왜냐하면, 왜 너를 내가 선택하지 못하는 거냐면 말이야.”
민정이 다시 고개를 들어 윤호를 바라봤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눈에는 네가 이 선생님과 겹쳐 보여.”
“선생님.”
“이러면 안 된다는 거 잘 알고 있는데, 나 그래. 자꾸만 너에게서 이 선생님이 보여.”
민정이 슬픈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내가 너를 사랑할 수는 없는 거잖아.”
“하아.”
윤호가 민정의 얼굴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정말 안 되는 건가요?”
“그래.”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안 돼.”
“싫어요.”
윤호의 눈에서 한 줄기 별빛이 흘러내렸다.
“이런 거 싫어요.”
“나도 싫어.”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할 수 없잖아.”
민정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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