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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Season 2 - [열네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6. 00:37

 

 

 

추억에 살다. Season 2

 

 

열네 번째 이야기

 

 

 

제발, 제발 안 되겠니?

 

죄송해요.

 

민용이 순재를 외면했다.

 

아무리 아버지께서 그렇게 행동한다고 하시더라도, 제 마음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요.

 

하아.

 

순재가 한숨을 토해냈다.

 

내가 너에게 그런 존재냐?

 

아버지.

 

후우.

 

순재가 다시 한 번 한숨을 토해냈다.

 

이 집 나가면 정말로 너와 나 인연 끝이다.

 

!

 

민용의 얼굴이 굳었다.

 

, 지금 뭐라고 말씀 하셨어요?

 

너와 나 부자의 연 끊고 싶으면 나가라고!

 

, 여보.

 

문희가 황급히 순재의 팔에 매달렸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는 집안에서 이런 일 일어나는 게 싫어.

 

순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망신스럽다고.

 

아버지.

 

민용 역시 순재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가 이렇게 빌게요.

 

그러니 나가라.

 

순재가 엄한 눈으로 민용을 바라봤다.

 

나와 부자의 연 끊고 싶으면 나가라고.

 

저 이제 서른도 넘었어요.

 

민용이 아래 입술을 깨물며 말을 했다.

 

저 이제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라고요.

 

이거랑 어린 애가 무슨 상관이야?

 

순재가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당연히 하면 안 되는 일이니 말리는 거야.

 

그러니까 아버지는 왜 저만 말리시냐고요?

 

민용이 따지 듯이 물었다.

 

윤호도 당연히 말리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민용아.

 

저는 억울해요.

 

민용이 순재를 가만히 바라봤다.

 

서운하다고요.

 

어쩔 수 없어.

 

?

 

너는 삼촌이니까.

 

하아.

 

민용이 한숨을 토해냈다.

 

단지, 다른 이유도 아니고 그저 그 이유만으로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놓치라는 말씀이세요?

 

다른 걸 찾으라는 거다. 조카와 괜히 아귀 다툼을 하지 말고 말이야. 당연한 일 아니겠어?"

 

그러니까 왜 제가 포기하냐는 거죠.

 

민용이 순재에게 물었다.

 

윤호에게 포기 시켜도 되잖아요.

 

그 녀석은 포기를 몰라.

 

저돕니다.

 

아니.

 

순재는 고개를 저었다.

 

너는 포기를 참 잘 해.

 

아버지.

 

사실이잖느냐?

 

문희는 가만히 두 사람을 바라만 봤다.

 

애미와의 결혼도 포기한 거 아니냐?

 

아닙니다.

 

아니라고?

 

.

 

민용이 다소 작아진 목소리로 말을 했다.

 

시작부터 어긋난 거라고요.

 

.

 

순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와 네 엄마 결혼 정말로 반대했다.

 

압니다.

 

그런데도 했어.

 

그러니 이혼 한다고요.

 

민용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 때 반대하셨으니까 그 떄 원하시는 대로 도로 해드린다고요.

 

좋다.

 

순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연 끊자.

 

여보.

 

끊어!

 

순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너랑 할 말 없다.

 

.

 

민용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도 아버지랑 할 말 없습니다.

 

너는 왜 그래?

 

문희가 민용을 말렸다.

 

어서 잘못했다고 해.

 

엄마, 내가 뭘 잘못해요?

 

민용이 문희를 바라봤다.

 

나는 잘못 한 거 하나 없어요.

 

그럼 네가 잘한 건 도대체 뭔데?

 

문희가 특유의 목소리로 민용에게 물었다.

 

너도 잘 한 거 하나 없잖아. 그러니 잘못했다고 해.

 

아니.

 

민용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뭘 잘못 했는데?

 

민용아.

 

엄마, 아버지 그만 좀 하세요.

 

민용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저 그렇게 어머니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행동 안 해요.

 

그래, 나가!

 

순재가 매서운 눈길로 민용을 바라봤다.

 

더 이상 너와 부자의 연 맺지 않을 테니까 당장 나가라고!

 

알겠습니다.

 

민용아!

 

민용의 대답에 문희가 아연실색하며 외쳤다.

 

, 그게 무슨 말이야?

 

아버지가 원하시잖아요.

 

민용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어쩔 수 없죠.

 

민용아.

 

저 나가겠습니다.

 

민용이 무표정한 눈길로 순재를 내려봤다.

 

저 잡을 생각하지 마세요.

 

누가 널 잡아?

 

여보!

 

어서 가!

 

순재가 고함을 쳤다.

 

네 놈 면상도 보기가 싫어.

 

알았습니다.

 

민용아!

 

놔 둬.

 

민용을 따라 일어서는 문희를 순재가 붙잡았다.

 

왜요?

 

이렇게해서라도 보내야지.

 

?

 

순간 순재의 얼굴에 쓸쓸함이 묻어났다.

 

찬성은 할 수 없잖아.

 

여보.

 

이렇게라도 아이가 하게 둬야지.

 

“……”

 

문희는 가만히 순재를 바라봤다.

 

당신도 많이 늙었어요.

 

그래.

 

순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늙었지.

 

그 고집 이제 그만 부리면 안 돼요?

 

그래.

 

순재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고집으로 겨우 사는 걸.

 

.

 

문희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 이해가 안 가요.

 

이해가 안 가도 어쩔 수 없지.

 

순재가 문희를 바라봤다.

 

이런 게 아버지와 자식인 걸.

 

하아.

 

문희가 한숨을 내쉬었다.

 

여보.

 

?

 

우리 이 집 팔까요?

 

왜 팔아?

 

어차피 준하도 외국에 나가 있고, 민호도 외국에 나가있고, 민용이랑 준이 애미도 나가 버린 다고, 윤호도 나간다고, 우리 둘 하고 애미만 같이 사는데 굳이 이 큰 집은 필요 없잖아요.

 

하아.

 

순재가 한숨을 토해냈다.

 

모든 게 변해 가는 군.

 

여보.

 

걱정하지 말아.

 

순재가 문희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할망구 혼자서 늙어 죽지는 안 할 테니까.

 

다행이네요.

 

문희가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정말 집을 팔까?

 

그래요.

 

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둘과 애미만 있을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

 

순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고.

 

순재가 문희를 바라봤다.

 

문희.

 

?

 

고마워.

 

순재가 문희의 손을 잡았다.

 

항상 내 곁에 있어줘서 정말로 고마워.

 

이이는 남사스럽게.

 

그러는 문희도 별로 싫지는 않은 기색이었다.

 

여보.

 

?

 

우리 더 오래오래 함께 삽시다.

 

그래.

 

순재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고.

 

그래요.

 

문희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