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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라이아 - [여덟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13. 22:53
 



8화




 “윤호씨 큰일났어요.”


 “네?”


 윤호가 신문을 접는다.


 “무슨 일이에요?”


 “할머니가, 할머니가.”


 “!”




 “무슨 일이죠?”


 민용이 뛰어가는 직원을 세운다.


 “네?”

 직원이 당황한다.


 “무슨 일이기에, 그리 뛰어가는 겁니까?”


 “저,”


 직원이 아무말도 하지 못한다.


 “이봐요!”


 “그, 그게요.”


 직원이 눈치를 보며 입을 연다.


 “!”


 민용이 미소를 짓는다.


 “알겠어요.”




 “당장 내쫓아!”


 “하지만.”


 윤호는 잠시 눈 앞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뭐하시는 겁니까?”


 “아, 오셨습니까?”

 민용의 입가에 기이한 미소가 걸려있다.


 “이 할머님을 내 쫓고자 하고 있었습니다.”


 “!”


 윤호의 얼굴이 굳는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왜요!”


 윤호가 소리친다.


 “환자지 않습니까?”


 “!”


 “이 호텔에 누를 끼칠 겁니다.”


 “할머니 의지가 없는 한, 이 할머니를 절대로 호텔 밖으로 모시지 않을 겁니다.”


 “훗.”


 민용이 코웃음을 친다.


 “누구 마음대로요?”

 “제 마음으로요.”


 “!”


 신지가 민용의 뒤에서 나타난다.


 “최민용씨. 이 호텔에서 제가 최민용씨보다는 직책이 높은 걸로 알고 있는데, 맞나요?”


 신지가 미소를 짓는다.


 “그렇다면, 제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겠죠.”


 “젠장.”


 민용이 욕을 내뱉는다.




 “할머니.”


 “아이고, 총각.”


 할머니가 여덟시간 만에 눈을 떴다.


 “미안혀.”


 “아니에요.”


 윤호가 미소를 짓는다.


 “아프지 않으셔야죠.”


 “아유.”


 할머니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어쩜 이리 착하디야.”


 “헤헤.”


 윤호가 할머니의 손을 꼭 잡는다.


 “부탁이 있어.”


 “네?”


 할머니가 수첩을 하나 꺼낸다.


 “이 사람 좀 불러줘.”


 “네.”


 할머니가 수첩에서 한 사람을 가리킨다.




 “네.”


 윤호가 차분히 말한다.


 “할머니께서 불러달라고 하시던걸요.”


 상대편이 믿지 않는다.


 “진짜에요.”


 윤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어떻게 하면 믿으실 겁니까?”




 “할머니, 전화 좀 받으세요.”


 “응.”


 할머니에게 윤호가 전화기를 대준다.


 “그려, 진짜여. 응.”


 할머니가 미소를 짓는다.


 “됐어.”


 “할머니 너무 마르셨어요.”

 “늙었으니까, 그러제.”

 

“그래도.”


 윤호가 미소를 짓는다.


 “제가 맛있는 거 해드릴게요.”




 “젠장.”


 민용이 핸드폰을 던진다.


 “그 사람 뭐야?”


 신지라는 사람 자꾸만 걸리적 거린다.


 “젠장.”


 욕밖에 나오지 않는다.


 “휴.”




 “그 사람 뭐예요?”


 “뭐가?”


 순재는 느긋하다.


 “호텔말입니다.”


 “호텔이 뭐?”


 “최민용 그 사람 내쫓아주세요.”


 “싫다면.”


 “!”


 신지의 얼굴이 굳는다.


 “끝까지 그렇게 나오실겁니까?”




 “호텔이 왜 이래요?”

 “아, 그 할머니 말이에요.”


 민정의 얼굴이 굳는다.




 “하아.”


 민정이 가쁜 숨을 내쉰다.

 

“휴.”


 아무도 안 알려주다니, 민정이 할머니의 방까지 열심히 뛰어왔다.


 ‘똑똑’




 “휴.”


 윤호가 이마의 땀을 닦는다.


 “뭐혀?”

 할머니가 방에서 윤호를 부른다.


 “금방 만들게요.”


 “힘들게.”


 “괜찮습니다.”


 윤호가 싱긋 웃는다.


 “휴.”


 윤호가 이마에 땀을 닦는다.




 “이게 뭐여?”

 할머니가 죽의 냄새를 맡는다.


 “단내가 나는 구만.”


 “뭘까요?”


 윤호가 싱긋 웃는다.


 “나 단 거는 못 먹는디.”

 “한 번 드셔보세요.”


 윤호가 수저를 쥐어드린다.


 “설탕 때문에 단 게 아니에요.”


 “그려?”


 할머니가 수저를 든다.


 “!”


 고소하고, 부드럽다?


 “이게 뭐디야?”


 “무엇일 것 같아요?”

 윤호가 싱긋 웃는다.


 “우유?”

 “맞아요.”


 “이게 그 타락죽이구먼.”


 “헤헤, 할머니 다 아시네.”

 윤호가 싱긋 웃는다.


 “이게 타락죽이에요.”


 ‘똑똑’


 그 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나에요.”


 민정이다.


 “?”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인다.


 “네.”


 윤호가 문을 연다.

 

“!”


 민정의 눈물 콧물 다 흘리고 있다.


 “할머니!”




 “킥.”

 “웃지 말아요.”


 민정이 화장을 고친다.


 “처자가 참 착하구만.”


 “헤헤.”


 할머니 소식을 듣고 눈물 콧물 다 흘린 민정이다.


 “그래도 다 큰 아가씨가 그렇게 울어요?”

 “치.”


 민정이 입을 내민다.


 “윤호씨는 신경쓰지 마세요.”


 “킥.”


 윤호가 다시 웃는다.


 “저녁은 먹었어요?”


 “네.”


 ‘꼬르륵’


 방 안 가득 울려퍼지는 민정의 배에서 나는 소리.


 “!”


 민정의 얼굴이 붉어진다.


 “킥.”


 윤호가 다시 웃는다.


 “기다려요.”


 “저, 저기요.”


 민정의 얼굴이 홍당무다.

 

 “저 총각 좋아하쟈?”

 “네?”


 민정의 얼굴이 더 붉어진다.


 “아, 아니에요.”


 “맞는데 뭘.”


 할머니가 미소 짓는다.


 “참말로 잘 어울리는 구만.”


 “헤헤.”


 민정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좀 그렇죠?”




 “킥.”


 죽을 담으며 윤호가 미소를 짓는다.


 “하여간 귀엽다니까.”




 “당신 뭡니까?”

 “호칭을 제대로 하시죠. 전 당신보다 상사입니다.”


 “훗.”


 민용이 미소를 짓는다.


 “사사건건 저를 방해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민용씨는요?”


 “!”


 “저는 제 일을 하는 겁니다.”


 “...”


 “제 입장에서는 제 일을 방해하는 것은 민용씨에요.”


 신지가 차분히 a라한다.


 “잘 알고 있죠?”

 “...”


 “이 호텔이 원래 제꺼라는 거.”


 신지가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정의가 이길꺼예요.”


 “훗.”


 민용이 코웃음을 친다.


 “정의라는 것은 없습니다.”


 “그럴까요?”


 신지가 미소를 짓는다.


 “전 있을 것 같은데요.”

 

“킥.”


 민용이 다시 웃음을 터뜨린다.


 “아직도 그 어줍짢은 감상에 젖어 계시는 군요.”


 “그런가보네요.”


 신지가 웃는다.


 “하지만 가끔은 말이죠.”


 “?”

 “그 어줍짢은 감상이 이길때도 있어요.”


 “!”


 “그게 옳을 때도 있죠.”


 신지의 눈이 다부지다.


 “그리고 나는 그 감상을 믿어요.”

 

“...”


 “이번에도 옳을꺼니까.”

 

“하.”


 민용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게 어떻게 옳아?”


 민용의 세계에서는 절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맛있네요.”


 “그쟈?”


 할머니가 미소를 짓는다.


 “이 총각 꽉 잡으라니께.”


 “!”


 민정의 얼굴이 붉어진다.


 “할머니도.”


 윤호도 싫지많은 않은 눈치다.


 “둘다 좋으면서.”


 할머니가 미소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