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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간 - [열하나]

권정선재 2009. 3. 13. 23:34
 



 11화




 “그렇게 좋았어?”


 “네.”


 윤호는 연신 싱글벙글이다.


 “어릴 적 이후 처음 듣는 겁니다.”


 “그렇겠지.”


 아저씨가 미소를 짓는다.


 “레베카 수녀님은 참 대단하다니까.”

 

“그러게.”


 “그런 대단한 조카를 두시다니.”


 윤호는 뿌듯했다.




 “하아.”


 간만에 가슴이 벅찼다.


 “노래.”


 아직도 나를 기억하다니.


 “헤헤.”


 너무 행복했다.




 “일부로 죽인 건 아니에요.”

 

“...”


 윤호가 입을 열었다.


 “나도 모르게.”


 윤호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너무 죄송해요.”


 “...”

 

“용서 받고 싶어요.”




 “하.”


 고모와 민정이 힘겹게 계단을 오르고 있다.


 “도대체 어디야?”


 “다와가.”


 고모는 손에 델몬트 주스 세트까지 들고 힘차게 낙산을 걸어 올라갔다.


 “이런 곳이 아직도 서울에 있었어?”

 “이런 곳이 얼마나 많은데.”


 고모는 지치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하아.”


 민정이 힘겹게 계단을 오른다.




 “휴.”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여기야?”


 고모가 고개를 끄덕인다.


 “휴.”


 민정이 노크를 한다.


 “계세요?”


 “누구슈?”


 왠 노파의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가 곱분 할머니 댁이세요?”


 “맞는데요?”

 “혹시 유진숙씨 아세요?”




 “드셔요.”


 할머니가 미숫가루를 내오셨다.


 “변변찮아서 줄 것이 없네.”


“잘 먹을게요.”


 민정이 맛있게 미숫가루를 마신다.


 “그 청년이 할머니를 뵙기를 원해요.”


 “...”


 할머니는 멀뚱멀뚱 미숫가루 잔만 내려다보셨다.


 “용서를 구하고 싶데요.”


 “...”


 “기회를 주세요.”


 고모가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힘이 드실 꺼라는 것 잘 알아요.”


 “...”


 “그래도 그 청년이 용서를 구하겠다는데.”


 “...”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하아.”


 할머니가 담배를 꺼내셨다.


 ‘탓탓’


 불은 붙지 않았다.

 

“여기요.”


 민정이 황급히 불을 붙여주었다.


 “고마우이.”


 할머니가 담배 연기를 들이키셨다.


 “그래.”


 할머니의 얼굴이 지쳐보였다.


 “용서라.”


 “꼭 용서를 하지 않으셔도 되요.”


 “...”


 “다만 그 청년이 할머니를 뵙고 싶데요.”


 “...”


 고모는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밉겠죠.”


 “...”


 “그래도 기회를 주는 게 어때요?”


 “...”


 “그냥 얼굴만 봐줘요.”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요.”

 

“!”


 민정의 눈이 동그래졌다.


 “힘든 것도 아니고.”


 할머니가 담배를 껐다.


 “한 번 가줄게요. 그래, 그 청년 부탁 들어줄게요.”

 

“고맙습니다.”


 고모가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참 대단하신 양반이구만.”


 “네?”


 “남의 일에 그리 나서다니.”


 “하하.”


 고모가 머리를 긁적인다.


 “하느님이 그러라네요.”

 

“복 받을껴.”


 할머니가 미소를 짓는다.


 “그래 언제 가는 거야?”

 “목요일에요.”


 고모가 미소를 지었다.


 “목요일.”


 할머니가 곰곰이 생각을 한다.


 “내일이네.‘

 

“네.”


 “좀 빠듯하겠구만.”


 “네?”


 민정이 고개를 갸웃한다.


 “아무 것도 아녀. 내일 봐.”


 “아, 네.”


 고모는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내일 아침 여덟시에 올게요.”


 “그래.”


 할머니가 미소를 짓는다.


 “아 참 기다려봐!”


 할머니가 갑자기 부엌으로 뛰어들어가셨다.


 “?”

 “?”


 고모와 민정이 서로를 보고 갸웃한다.


 “!”


 잠시 후 나오신 할머니 손에 검은 봉투가 들려있었다.


 “이거 가져가.”


 그것을 민정의 손에 들려주었다.

 

“이게 뭐예요?”


 “미숫가루.”


 할머니가 미소를 지었다.


 “아까 잘 먹더라고.”

 

“!”


 “가져가서 맛있게 먹어.”

 

“고맙습니다.”


 민정이 밝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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