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Season 6
열세 번째 이야기
“네?”
범이 눈을 깜빡였다.
“가, 가짜 연애라고요?”
“그래.”
민용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엷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도 너는 서 선생이 내가 말하면, 그걸 받아줄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런 말을 하는 거니?”
“나 참.”
범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서 선생님 왜 이렇게 눈치가 없대요?”
“그러게>”
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 눈치는 있을 텐데.”
“그러게요.”
범이 살짝 아래 입술을 물었다.
“죄송해요.”
“아니야.”
민용이 고개를 저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선생님.”
“나는 네가 부럽다.”
“네?”
범이 눈을 깜빡였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너희는 너희 사랑 인정을 받은 거잖아.”
“!”
범의 눈이 흔들렸다.
“서, 선생님.”
“나는 겁쟁이라서 그런 게 안된다.”
민용이 엷게 웃었다.
“나도 자랑스럽게 사랑하고 싶은데.”
“하시면 되잖아요.”
“이제는 무서워.”
“무섭다고요?”
“그래.”
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다시는 아프기 싫거든.”
“하.”
범이 고개를 흔들었따.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여기.”
민용이 씩 웃었다.
“너도 사랑에 몇 번 아파봐.”
“몇 번 아파도 저는 도전했을 거예요.”
범이 힘주어 말했다.
“그렇지 않다면 도대체 왜 사랑을 하는 거예요?”
“그런가?”
민용이 머리를 긁적였다.
“네가 나보다 더 오래 산 것 같다.”
“이럴 때 시간은 아무런 상관이 되지 않아요.”
범의 눈은 진지했다.
“그저 선생님 마음, 그거 하나면 되는 거예요.”
“내 마음?”
“네.”
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고백하세요.”
“하아.”
민용이 한숨을 내쉬었다.
“거절 당하면.”
“다시 하세요.”
“!”
민용의 눈이 흔들렸다.
“뭐, 뭐라고?”
“그렇게 차일 게 두려우세요?”
범이 민용의 눈을 들여다 봤다.
“저는 안 무서웠을 것 같으세요?”
“어?”
민용이 범을 바라봤다.
“그게 지금 무슨 말이야?”
“제가 먼저 민호에게 고백을 한 거예요.”
범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저도 모든 우정을 걸고 그렇게 한 거라고요.”
“하.”
민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너처럼 아직 젊지 않아.”
“그러니까 하세요.”
범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 있었다.
“선생님께는 마지막 기회일 지도 모르는 거니까요.”
“마지막?”
“네.”
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매 순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세요.”
범의 눈이 초롱초롱 반짝였다.
“그러신다면.”
“그런다면.”
“가질 거예요.”
범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선생님이 원하시는 거.”
“내가 원하는 걸?”
“가지실 수 있다고요.”
범은 확신을 가진 표정으로 민용을 바라봤다.
“더 이상 숨기지도 말고 도망가지도 마세요.”
“하아.”
민용이 다시 담배를 물었다.
“어렵다.”
“그렇다고 마음 접지도 못하시잖아요?”
“!”
라이타를 꺼내던 민용이 멈칫했다.
“맞죠?”
“그렇네.”
민용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마음 지우지도 못하고 있네.”
“그러니까요.”
범이 민용을 바라봤다.
“어차피 잊지 못할 거 그냥 고백하세요.”
“그래도 될까?”
“아무도 모르죠.”
범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해보시라는 거예요.”
“하아.”
민용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래 들어가.”
“선생님은요?”
“생각 좀 더 하다가 들어갈게.”
“네.”
범이 살짝 뒤를 돌아봤다.
“어떻게든 후회를 하실 거예요>’
“…….”
“그럴 바에야 저지르고 후회하세요.”
‘드르륵’
“하.”
민용이 엷게 미소를 지었다.
“꼬맹이 주제에.”
대단한 녀석이었다.
“삼촌이랑 무슨 이야기를 했어?”
“비밀.”
범이 싱긋 웃었다.
“우리 민호 공부 많이 했어?”
“어.”
민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모르겠지만 나 예감이 무지하게 좋아.”
“너는 잘 할 거야.”
범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누구 애인인데.”
“킥.”
민호가 낮게 웃었다.
“그런 건 말도 안 돼.”
“에?”
범이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
“내가 너 무조건 합격하게 해줄까?”
“어떻게?”
순간 범의 입술이 다가왔다.
“!”
“킥.”
입술을 떼고, 범이 싱긋 웃었다.
“합격하면 딥키스.”
“지, 진짜?”
“점수 상위 10% 안에 들어가면.”
범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알지?”
“아. 알지!”
민호가 황급히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하여간 단순하다니까.”
범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선생님.”
여전히 민용은 베란다에 있었다.
“어서 선택을 하세요.”
범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게 윤호도 덜 아프게 할 테니까요.”
범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아.”
머리가 지끈거렸다.
“민정이라.”
민용은 미간을 모았다.
“내가 고백을 할 자격이 되는 걸까?”
이미 그녀를 한 번 버렸다.
“다시 선택해도 되는 걸까?”
그리고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민용.”
민용이 엷게 웃었다.
“너 왜 이렇게 바보 같냐? 너 정말 왜 이렇게 한심하냐? 너 정말 왜 이렇게 멍청하게 구는 거냐?”
하늘의 별이 민용을 향해 반짝이는 듯 했다. 민용은 담배 불을 끄고,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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