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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Season 6 - [열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7. 24. 21:02

 

 

추억에 살다.

 

 

Season 6

 

열 번째 이야기

 

 

 

저는 이제 집에 들어가서 아버지께 보고를 드려야 하는데, 서 선생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저도 집에 가야죠.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아버지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그래요?

 

.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이 선생님. 우리 두 사람, 걸리지 않게. 들키지 않게 조심하면서 그렇게 행동을 해요.

 

.

 

민용이 싱긋 웃었다.

 

저도 윤호 아프게 하는 것 싫으니까요.

 

그럼.

 

민정이 살짝 고개를 숙이고 멀어졌다.

 

하아.

 

민용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서 선생.

 

여전히 마음에 남는 여인이었다.

 

그냥 이렇게 되는 거군요.

 

그 때 잡았어야 했던 걸까?

 

민용은 점점 그 때의 기억으로 돌아갔다.

 

 

 

, 윤호가 정말로 떠났단 말이에요?

 

.

 

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간다고 하더니, 기어코 가 버렸더라고요.

 

하아.

 

민정이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 말도 안 돼.

 

왜 그럽니까?

 

아니.

 

민정이 아래 입술을 꽉 물었다.

 

이제, 이제 나도 좋아한다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

 

민용의 눈이 흔들렸다.

 

,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나도 마음 정했단 말이에요.

 

민정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이제 겨우 나도 마음을 정했는데.

 

그게 윤호입니까?

 

.

 

민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민용이 한숨을 토해냈다.

 

서 선생은 정말, 왜 항상 그 사람이 가고 나서 자꾸만 그 사람을 원하고 원하는 겁니까?

 

그러게요.

 

민정이 슬픈 미소를 지었다.

 

나도 항상 그렇게 늦게 하고 싶은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나는 늘 늦게 무언가를 하게 되네요.

 

그럼 나도 바보가 되겠군요.

 

?

 

민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 그게 무슨?

 

이거 가져요.

 

!

 

민정의 얼굴이 굳었다.

 

, 이게 뭐예요?

 

받아요.

 

민용이 내미는 것은 작은 케이스였다.

 

, 설마.

 

열어보면 알잖아요.

 

민용이 억지로 민정의 손에 쥐어주었다.

 

내가 서 선생에게 주고 싶은 물건입니다.

 

, 하지만 이 선생님.

 

오늘 고백을 하려고 했어요.

 

민용이 엷게 웃었다.

 

그런데 그렇게 서 선생이 갑작스럽게 고백을 할 줄은.

 

, 죄송해요.

 

아닙니다.

 

민용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이 선생님.

 

정말 서 선생은 대단한 사람입니다.

 

민용이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거렸다.

 

누군가가 고백을 하려고 할 때마다 다른 일을 벌이는 군요.

 

죄송해요.

 

그럼 전 갈게요.

 

, 저기.

 

민정이 황급히 민용을 불렀다.

 

이 반지는 받을 수가 없어요.

 

받아요.

 

민용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 반지, 나도 받을 수 없으니까.

 

이 선생님.

 

민정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도대체, 도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몰라서 묻는 겁니까?

 

민용이 슬픈 눈으로 민정을 바라봤다.

 

이제 그 반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라고요.

 

, 의미요?

 

그래요.

 

민용이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좋아하는 서 선생에게 주려고 했던 반지니까.{

 

!

 

민정의 눈이 흔들렸다.

 

, 이 선생님.

 

이제 저는 정말로 가겠습니다.

 

민용이 엷게 웃었다.

 

그럼.

 

, 가지 마세요!

 

민정이 황급히 외쳤다.

 

이 반지 낄게요.

 

아니요.

 

민용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저를 정말로 원하시는 게 아니잖아요.

 

이 선생님.

 

그러니까 됐습니다.

 

민용은 싱긋 웃었다.

 

그 정도 사랑, 아픔, 못 버텨낼 놈 아닙니다.

 

그래도, 그래도 제가 너무나도 죄송하잖아요.

 

죄송해 하지 말아요.

 

민용이 작게 웃었다.

 

그러면 내 마음이 더 아프니까.

 

 

 

하아.

 

그 때 다시 한 번 잡았어야 했는데.

 

바보 같은 놈.

 

하지만 이미 민정은 멀리 간 후였다.

 

하아.

 

다시는 잡을 기회가 없을 거였다.

 

 

 

너 얼굴이 왜 그래?

 

?

 

정수가 걱정스럽게 민정을 바라봤다.

 

떨어진 거야?

 

, 아니.

 

민정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거 발표 나려면 아직 멀었어요.

 

그런데 너 얼굴이 왜 그래?

 

내 얼굴이 뭐?

 

민정이 조심스럽게 손을 얼굴에 가져갔다.

 

너 지금 무지 굳어 있어.

 

밖이 좀 더워서 그런가 봐.

 

민정이 귀엽게 혀를 내밀었다.

 

내가 더우면 짜증 좀 내잖아요.

 

아무리 더워도 그렇지. 그건 좀.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에요.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 있으면 나 엄마에게 다 말하는 거 알면서.

 

정말이지?

 

.

 

민정이 힘주어 답했다.

 

내가 언제 엄마 속인 적 있나?

 

아휴.

 

정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속인 적은 없어도, 늘 아파하니까 그러지.

 

이제 안 그래요.

 

민정이 씩씩하게 말했다.

 

이제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니잖아요.

 

엄마 눈에는 어려.

 

정수가 고개를 저었다.

 

너 아직 많이 어린 아이야.

 

헤헤.

 

민정이 싱긋 웃었다.

 

엄마 그런데 좀 피곤한데, 쉬어도 될까요?

 

, 그래. 쉬어.

 

정수가 황급히 비켜주었다.

 

엄마가 또 우리 딸 귀찮게 했네.

 

아니요.

 

민정이 고개를 저었다.

 

엄마가 나 걱정되서 그러시는 건데 뭐가 귀찮게 해?

 

그래도.

 

아니에요.

 

민정이 싱긋 웃었다.

 

그럼 엄마, 저 좀 씻을게요.

 

그래.

 

정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은 먹을 거니?

 

아니요.

 

민정이 크게 대답했다.

 

먹고 왔어.

 

벌써?

 

.

 

그래.

 

정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쉬어.

 

.

 

철컥

 

민정의 문이 닫혔다.

 

제가 왜 저러지?

 

정수는 걱정스런 눈으로 민정의 방 문을 바라봤다.

 

저런 애가 아닌데.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거였다.

 

그런데 왜 나에게도 말을 못 하는 거지?

 

정수는 민정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