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Season 6
열두 번째 이야기
“네?”
윤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지와 성현의 얼굴을 살폈다. 갑자기 결혼 이야기라니, 이게 뭐지?
“아, 아니 갑자기 무슨 결혼이에요?”
“그렇게 되었어.”
신지가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우리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하고 있는데 굳이 결혼 계속 미룰 필요도 없고 말이야. 그래서 그냥 하려고.”
“하, 하지만.”
윤호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
“언제 결혼 하려고요?”
“가능하면 빨리.”
성현이 냉큼 대답했다.
“마음 같아서는 이번에 한국 들어가자 마자 모든 것을 다 알아보고 싶기는 한데, 그건 너무 빠른 가?”
“글쎄?”
신지가 싱긋 웃었다.
“나는 그것도 느린 것 같은데?”
“그래?”
“응.”
“으유.”
“정지!”
두 사람이 입술을 마주치려고 하자, 윤호가 황급히 외쳤다.
“아 놔, 그러니까 지금 한국 가는게 신혼 여행이다 이거죠?”
“신혼 여행?”
“그렇게 되나?”
“그렇게 되네요.”
윤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 한국 들어가기 싫어지네.”
“왜?”
신지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너 이탈리아 이제 재미 없어 하고 있었잖아.”
“그래도요.”
윤호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또 혼자가 되겠구먼.”
“킥.”
신지가 작게 웃었다.
“너 정도 경력이면 여자들 마구 달라 붙겠다.”
“아무튼 저는.”
성현과 신지가 숨을 죽이고 윤호를 바라봤다.
“너, 너는.”
“당연히 찬성이죠!”
윤호가 해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두 분 결혼을 도대체 반대할 이유가 무엇 있겠습니까?”
“정말?”
“네.”
윤호가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도와드릴게요.”
“고맙다.”
성현이 윤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사실 네가 반대를 할 것 같았거든.”
“제가 왜요?”
윤호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두 분 정말로 축하드려요.”
“선생님 또 담배 피시는 거예요?”
“어? 어.”
성현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네.”
“끊으셨잖아요?”
“끊었었지.”
범의 말에 민용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금방 담배라는 게 다시 피게 되더라.”
“하아.”
범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슨 체육 선생님이 담배를 다 피우냐?”
“왜? 체육 선생님은 피우면 안 되냐?”
“폐활량.”
“나는 원래 튼튼해.”
민용이 연기를 뿜었다.
“체육 교사면서 겨우 담배 한 대에 폐 안 오그라 들어.”
“아 네.”
범이 민용을 바라봤다.
“선생님.”
“응?”
“정말 괜찮으세요?”
“뭐가?”
“오늘 서 선생님 보셨잖아요.”
“!’
민용의 얼굴이 굳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두 분 봤어요.”
범이 살짝 아래 입술을 물었다.
“함께 아이스크림 가게에 있는 모습.”
“어, 언제?”
“아까 민호가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그래서 거기 갔다가요.”
“하아.”
민용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간 좁은 동네라니까.”
“왜, 왜 다시 만나신 거예요?”
“일부러 만나려고 한 건 아니야.”
민용이 낮은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
“그냥 학교에 갔다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거야.”
“우연히, 정말로 선생님이랑 우연히 만나게 된 거라고요?”
“그래.”
민용이 다시 깊게 담배 연기를 뿜었다.
“내가 일부러라도 서 선생 만날 일이 뭐가 있어?”
“그, 그건 그렇지만.”
범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선생님 정말 괜찮으세요?”
“뭐가?”
민용이 따지 듯 물었다.
“뭐가 괜찮냐고 묻는 건데?”
“마음 말이에요. 선생님 마음.”
“내 마음? 내 마음이라, 내 마음.”
민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도 내 마음을 전혀 모르겠다. 전혀.”
“선생님.”
범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학교 안 나가셔도 되는 거잖아요.”
“쿡.”
민용이 낮게 웃었다.
“내가 그러고 싶다고 그러는 게 아니야.”
“네?”
범이 눈을 깜빡였다.
“무, 무슨?”
“아니다.”
민용이 작게 미소 지었다.
“네가 뭘 알겠냐?”
“선생님.”
“들어가자.”
민용이 범의 등을 두드렸다.
“민호 기다리겠다.”
“아직 좋아하시는 군요.”
“!”
민용의 얼굴이 굳었다.
“무, 무슨.”
“다 보여요.”
범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선생님 되게 숨기지 못하시는 거 아세요?”
“…….”
민용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 내가 숨길 줄 모른다고?”
“네.”
범이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선생님 보면 너무나도 잘 보여서 신기해요.”
“하.”
민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범아.”
“네.”
‘그런데 그 사람은 모르더라.”
“네?”
범이 민용을 바라봤다.
“
“그래.”
민용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은 내가 더 이상 자기 안 좋아하는 줄 알더라.”
“말도 안 돼요.”
범이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보이는대요?”
“그러니까.”
민용이 씩 웃었다.
“그 사람도 바보지.”
“나 참.”
범이 어깨를 으쓱했다.
“두 사람 더 너무나도 바보 같아요.”
“그래?”
“네.”
범이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 그냥 말씀하시면 안 돼요?”
“그래서?”
민용이 부드러운 미소로 물었다.
“다시 말해서 뭘 어쩌자는 건데?”
“선생님 마음은 표시해야 하는 거잖아요.”
“다시 또 혼란 주고 싶지 않아.”
민용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이미 우리 들 많이 아플만큼 아팠으니까.”
“하.”
범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게다가.”
민용이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
“가짜로 사귀자고 하더라.”
“네?”
범이 눈을 깜빡였다.
“가, 가짜 연애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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