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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Season 6 - [열두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7. 24. 21:04

 

 

추억에 살다.

 

 

Season 6

 

열두 번째 이야기

 

 

 

?

 

윤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지와 성현의 얼굴을 살폈다. 갑자기 결혼 이야기라니, 이게 뭐지?

 

, 아니 갑자기 무슨 결혼이에요?

 

그렇게 되었어.

 

신지가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우리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하고 있는데 굳이 결혼 계속 미룰 필요도 없고 말이야. 그래서 그냥 하려고.

 

, 하지만.

 

윤호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

 

언제 결혼 하려고요?

 

가능하면 빨리.

 

성현이 냉큼 대답했다.

 

마음 같아서는 이번에 한국 들어가자 마자 모든 것을 다 알아보고 싶기는 한데, 그건 너무 빠른 가?

 

글쎄?

 

신지가 싱긋 웃었다.

 

나는 그것도 느린 것 같은데?

 

그래?

 

.

 

으유.

 

정지!

 

두 사람이 입술을 마주치려고 하자, 윤호가 황급히 외쳤다.

 

아 놔, 그러니까 지금 한국 가는게 신혼 여행이다 이거죠?

 

신혼 여행?

 

그렇게 되나?

 

그렇게 되네요.

 

윤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 한국 들어가기 싫어지네.

 

?

 

신지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너 이탈리아 이제 재미 없어 하고 있었잖아.

 

그래도요.

 

윤호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또 혼자가 되겠구먼.

 

.

 

신지가 작게 웃었다.

 

너 정도 경력이면 여자들 마구 달라 붙겠다.

 

아무튼 저는.

 

성현과 신지가 숨을 죽이고 윤호를 바라봤다.

 

, 너는.

 

당연히 찬성이죠!

 

윤호가 해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두 분 결혼을 도대체 반대할 이유가 무엇 있겠습니까?

 

정말?

 

.

 

윤호가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열심히 도와드릴게요.

 

고맙다.

 

성현이 윤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사실 네가 반대를 할 것 같았거든.

 

제가 왜요?

 

윤호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두 분 정말로 축하드려요.

 

 

 

선생님 또 담배 피시는 거예요?

 

? .

 

성현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네.

 

끊으셨잖아요?

 

끊었었지.

 

범의 말에 민용이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금방 담배라는 게 다시 피게 되더라.

 

하아.

 

범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슨 체육 선생님이 담배를 다 피우냐?

 

? 체육 선생님은 피우면 안 되냐?

 

폐활량.

 

나는 원래 튼튼해.

 

민용이 연기를 뿜었다.

 

체육 교사면서 겨우 담배 한 대에 폐 안 오그라 들어.

 

아 네.

 

범이 민용을 바라봤다.

 

선생님.

 

?

 

정말 괜찮으세요?

 

뭐가?

 

오늘 서 선생님 보셨잖아요.

 

!

 

민용의 얼굴이 굳었다.

 

, 그게 무슨 말이야?

 

두 분 봤어요.

 

범이 살짝 아래 입술을 물었다.

 

함께 아이스크림 가게에 있는 모습.

 

, 언제?

 

아까 민호가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그래서 거기 갔다가요.

 

하아.

 

민용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간 좁은 동네라니까.

 

, 왜 다시 만나신 거예요?

 

일부러 만나려고 한 건 아니야.

 

민용이 낮은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

 

그냥 학교에 갔다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거야.

 

우연히, 정말로 선생님이랑 우연히 만나게 된 거라고요?

 

그래.

 

민용이 다시 깊게 담배 연기를 뿜었다.

 

내가 일부러라도 서 선생 만날 일이 뭐가 있어?

 

, 그건 그렇지만.

 

범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선생님 정말 괜찮으세요?

 

뭐가?

 

민용이 따지 듯 물었다.

 

뭐가 괜찮냐고 묻는 건데?

 

마음 말이에요. 선생님 마음.

 

내 마음? 내 마음이라, 내 마음.

 

민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도 내 마음을 전혀 모르겠다. 전혀.

 

선생님.

 

범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학교 안 나가셔도 되는 거잖아요.

 

.

 

민용이 낮게 웃었다.

 

내가 그러고 싶다고 그러는 게 아니야.

 

?

 

범이 눈을 깜빡였다.

 

, 무슨?

 

아니다.

 

민용이 작게 미소 지었다.

 

네가 뭘 알겠냐?

 

선생님.

 

들어가자.

 

민용이 범의 등을 두드렸다.

 

민호 기다리겠다.

 

아직 좋아하시는 군요.

 

!

 

민용의 얼굴이 굳었다.

 

, 무슨.

 

다 보여요.

 

범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선생님 되게 숨기지 못하시는 거 아세요?

 

“…….

 

민용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내가 숨길 줄 모른다고?

 

.

 

범이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선생님 보면 너무나도 잘 보여서 신기해요.

 

.

 

민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범아.

 

.

 

그런데 그 사람은 모르더라.

 

?

 

범이 민용을 바라봤다.

 

서민정 선생님이요?

 

그래.

 

민용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은 내가 더 이상 자기 안 좋아하는 줄 알더라.

 

말도 안 돼요.

 

범이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보이는대요?

 

그러니까.

 

민용이 씩 웃었다.

 

그 사람도 바보지.

 

나 참.

 

범이 어깨를 으쓱했다.

 

두 사람 더 너무나도 바보 같아요.

 

그래?

 

.

 

범이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 그냥 말씀하시면 안 돼요?

 

그래서?

 

민용이 부드러운 미소로 물었다.

 

다시 말해서 뭘 어쩌자는 건데?

 

선생님 마음은 표시해야 하는 거잖아요.

 

다시 또 혼란 주고 싶지 않아.

 

민용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이미 우리 들 많이 아플만큼 아팠으니까.

 

.

 

범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게다가.

 

민용이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

 

가짜로 사귀자고 하더라.

 

?

 

범이 눈을 깜빡였다.

 

, 가짜 연애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