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Season 6
아홉 번째 이야기
“이번에 신지가 다시 돌아온다고 그러더라고요.”
“시, 신지가요?”
“네.”
민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시, 신지 저에게 그런 말 없었는데.”
“저에게도요.”
민용도 작게 말했다.
“그런데 이 선생님은 어떻게 아세요?”
“윤호 통해서요.”
“아.”
순간 민정의 얼굴이 굳었다.
“윤호.”
“아니, 서 선생님. 아직도 설마 윤호 생각하고, 그렇게 잔인하신 거는 혹시 아니신 거겠죠?"
“네?”
민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그게 무슨?”
“윤호 서 선생 잊으러 간 겁니다.”
“아, 알아요.”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도 윤호 잊었어요.”
“정말입니까?”
“네.”
민정이 확실히 답했다.
“그럼요. 이미 우리는 시작한 게 없는데.”
“뭐.”
민용도 동의했다.
“두 사람 그저 풋내기였죠.”
“네.”
민정이 엷게 웃었다.
“그나저나 그쪽도 우리 다 잊었나 보네요.”
“그렇겠지요.”
민용이 씁쓸히 답했다.
“돌아온다는 것을 보니.”
“하아.”
민정이 한숨을 내쉬었다.
“되게 오래 되었어요.”
“오래 되었다.”
민용이 작게 읇조렸다.
“그렇군요.”
“이 선생님.”
“네?”
민용이 민정을 바라봤다.
“왜?”
“우리 두 사람도 이제 아무 감정 갖지 말아요.”
“!”
민용의 눈이 흔들렸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 떨리시는 거 알잖아요.”
민정이 가만히 아래 입술을 물었다.
“지금 되게 설레는 거 아시잖아요.”
“서 선생.”
“저 이제 그런 거 싫어요.”
민정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
“하아.”
민용이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다행이네요.”
민정의 얼굴이 밝아졌다.
“더 이상 아프고 싶지 않았는데.”
“아팠어요?”
“네?”
민정이 민용을 바라봤다.
“그, 그게 무슨?”
“그 동안 저를 사랑해서 많이 아팠습니까?”
“!”
민정의 눈이 흔들렸다.
“이, 이 선생님.”
“과거형이잖아요.”
민용이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전을 묻는 거예요.”
“아.”
민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아팠어요.”
“그렇군요.”
민용이 민정의 얼굴을 바라봤다.
“미안합니다.”
“왜 이 선생님이 미안해요?”
“그냥 그렇네요.”
민용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제가 서 선생 괴롭게 한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아니에요.”
민정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저는 좋았어요.”
“네?”
민용이 눈을 깜빡였다.
“그, 그게 무슨?”
“아.”
민정의 볼이 발그레 해졌다.
“그, 그게.”
“네.”
민용이 민정을 주시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저 그렇게 설레는 거 한 적 없거든요.”
민정이 귀엽게 혀를 내밀었다.
“그런데 덕분에 설레는 거 해 봤으니까요.”
“그렇군요.”
민용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서 선생.”
“네.”
“우리 두 사람 일단 사귀는 척 합시다.”
“네?”
민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그게 무슨?”
“윤호 자식 다시 흔들릴 지도 몰라요.”
“…….”
민정이 입을 다물었다.
“서 선생 윤호 다시 아프길 바라는 겁니까?”
“아, 아니요.”
민정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그렇게 해요.”
민용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게 윤호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하아.”
민정이 가늘게 한숨을 토해냈다.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잖아요.”
“그렇지요.
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우리가 윤호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니까 말입니다.”
“유일하다.”
민정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윤호가 다시 흔들릴까요?”
“그럴 거라고 봅니다.”
민용은 확신하 듯 말했다.
“그 아이 내가 가장 잘 아니까요.”
“그럼, 그렇게 해요.”
머뭇하다 민정이 답했다.
“더 이상 윤호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 부분에서 우리 두 사람의 뜻이 모두 같군요.”
“네.”
민정이 엷게 미소를 지었다.
“이미 그 아이 나 때문에 많이 아팠으니까요.”
“저기, 서 선생.”
“네.”
“아직도 윤호 좋아하는 겁니까?”
“!”
민정의 눈이 흔들렸다.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다 압니다.”
민용은 천천히 말했다.
“그래서 저를 거절한 것 아닙니까?”
“그, 그런 게.”
“맞죠?”
“…….”
민정은 아무럼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때 나는 정말 겨우 고백을 했던 건데요.”
“죄송해요.”
“아닙니다.”
민용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서 선생에게 사과를 받고 싶어서 한 말은 아닙니다.”
“알아요.”
민정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하지만 너무나도 죄송해서 그래요.”
“서 선생.”
“네.”
“우리 잘 해야 합니다.”
“네.”
민정이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윤호 아프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렇죠.”
민용이 바로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
“그럼 우리 사귀는 건 얼마나 되었다고 할까요?”
“100일.”
민정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딱 100일이 되었다고 말을 해요.”
“아.”
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가 좋겠군요.”
“바로 사귀었다고 하면 상처 받을 테니까.”
“!”
민용의 눈이 흔들렸다.
“서 선생.”
민용이 손을 내밀자, 민정이 스르르 뒤로 뻈다. 민용 역시 멈칫하며, 자신이 내밀었던 손을 도로 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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