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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Episode. 5 - [넷]

권정선재 2009. 8. 4. 20:25

 

만약에, 우리

 

Episode.5

 

 

신지가 한국으로 오지 않았다면?

 

 

 

?

 

옥탑, 나름 살만해요.

 

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민용에게 말을 건넸다.

 

어차피 도련님께서도 갈 곳이 없다는 거, 저도 알고 있고, 어머님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요.

 

.

 

민용이 머리를 긁적였다.

 

또 형이 말했죠?

 

.

 

해미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싫으세요?

 

싫은 건 아니지만.

 

민용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아버지께서 아시면 어떻게 하죠?

 

걱정하지 마세요.

 

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아버님께는 거기를 민호 공부 방으로 쓴다고 이미 말씀을 다 드려 놓았으니까 말이예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나 참.

 

민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가 살다살다 형수 도움도 다 받네요.

 

어머.

 

해미가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지금 싫으시다는 거예요?

 

아닙니다.

 

민용이 겨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싫을 리가요. , 하하.

 

 

 

하아.

 

컴퓨터 앞에 앉은 민용이 가늘게 한숨을 토해냈다. 신지에게 이메일을 보내도 되는 것일까?

 

후우.

 

너무나도 긴장이 되었다.

 

 

 

오늘부터, 우리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쳐주실 새로운 선생님이세요. 신지 선생님입니다. 박수.

 

학생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신지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선생님 완전 예쁘시다.

 

전 세계 각 나라의 아이들이 자신의 앞에 앉아서, 자신의 음악을 공부하고 싶어한다니 참 신기했다.

 

그럼 선생님, 잘 부탁드려요.

 

.

 

담당자가 나가자 신지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 안녕.

 

.

 

아이들은 꽤나 밝아 보였다.

 

우리가 오늘 배울 부분은 말이야…….

 

 

 

후우.

 

아무리 좋은 아이들이라고 하더라도, 확실히 가르치는 일은 힘들었다.

 

많이 힘드셨죠?

 

아니에요.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도 안 힘든 일이 어디 있다고요.

 

그래도요.

 

담당자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음료수를 건넸다.

 

드세요.

 

고맙습니다.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음료수를 땄다.

 

그나저나, 여기에는 인터넷이 안 되나요?

 

? 되는데?

 

담당자가 황급히 자신의 자리로 가서 말했다.

 

저는 안 넘어가서 말이에요.

 

, 여기 인터넷이 무지하게 느려서 그래요.

 

담당자가 가만히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한국 인터넷 기대하고 계시면 안 되는 거라니까요.

 

.

 

신지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근처에서, 인터넷이 가장 빠른 곳이 어디가 있을까요?

 

 

 

흐음.

 

PC카페에 자리를 잡은 신지가 다음에 로그인을 했다.

 

새로운 메일이.

 

메일함을 열어보던 신지의 손길이 멈칫했다.

 

이민용

 

.

 

마음이 갑자기 아파왔다.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일이지?

 

신지가 아래 입술을 꽉 물었다. 열어도 되는 걸까?

모르겠다.

 

신지가 그 메일을 클릭했다.

 

!

 

그리고 신지의 눈이 커다래졌다.

 

으유, 이 바보.

 

그리고, 곧 눈물 역시 그녀의 눈에 고였다.

 

사랑하는 내 마누라에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정말 멍청한 놈인가 봐. 이렇게 네가 가고 나서야. 네가 정말 중요하다는 게 생각이 난다.

 

그 전에 미리 우리 준이 엄마, 그러니까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더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왜 전에는 당신이라는 존재를 이렇게도 소중하게 생각을 하지 못 했던 것인지, 정말 내가 너무나도 밉다. 진작 당신이라는 여자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텐데 말이야.

 

나는 우리 집 옥탑방에서 살기로 결정을 했어.

 

물론, 아직까지 아버지는 모르셔. 만에 하나라도 아버지가 아시는 날에는 말이지, 말 그대로 우리 집에서 내 초상이 일어나는 날이 될 거야. , 아직까지 그 날이 올 거라고는 보이지 않아.

 

너 거기 러시아는 춥지 않아?

 

많이 추울 것 같은데, 너 추위 되게 많이 타잖아. 혹여, 네가 감기나 걸리지 않을까 너무나도 걱정이 된다.

 

요즘 준이는 슬슬 옹알이를 하기 시작했어. 옹알이가 끝나면 말을 한다는데 너무나도 기대가 된다.

 

당신이 곁에 없더라도, 준이에게 당신이 아이의 엄마라는 거 항상 알려주고 있으니까 걱정하지는 마.

 

우리 준이가 가장 먼저 하는 말도, 반드시 아빠가 아니라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내가 공부 시키고, 다시 또 공부를 시킬게.

 

너 유학 보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하지만, 나로써도 어쩔 수 없었던 그러한 선택이라는 거, 너도 잘 알아줬으면 해.

 

우리가 지금은 비록 더 이상 부부로써 인연을 맺고 있지 않지만, 이렇게라도 너의 곁에서 너를 응원하고 싶다.

 

내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우리 아이의 소중한 엄마. 신지야.

 

거기에서 몸 건강하고, 너 씩씩한 거 다 보여주면서, 다른 사람들이 너 깔보지 못하게 하고 와. 알았지?

 

준이 사진도 같이 보낼게.

 

너무 힘들어도 많이 힘들어 하지 말고 쉬어. 그럼 이만.

 

나중에 다시 시간 나면, 너에게 이메일 보내도록 할게. 쉬어.

 

하아.

 

신지가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쁜 사람.

 

신지가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런 거 하면 누가 감동 먹을 줄 아나?

 

준이가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딸깍

 

첨부 파일, 그리고 준이의 얼굴.

 

준아.

 

다시금 눈물이 올라왔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신지였다.

 

 

 

.

 

?

 

텔레비전을 보던 준하가 건성으로 대꾸했다.

 

?

 

나도 러시아로 갈까?

 

?

 

그제야 고개를 돌리는 준하.

 

, 무슨 말이야?

 

신지 보러.

 

민용이 엷게 미소를 지었다.

 

나 신지 너무나도 보고 싶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냐?

 

.

 

민용이 아래 입술을 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이 그랬잖아.

 

?

 

사랑하면 잡으라고.

 

, 하지만.

 

나 신지 사랑해.

 

민용의 눈은 진지했다.

 

신지, 놓고 싶지 않아.

 

하아.

 

준하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너 정말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뭐가?

 

제수 씨 너 가면 받아줄 것 같아?

 

몰라.

 

민용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하지만 가 봐야 할 것 같아.

 

하아.

 

준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정말로 모르겠다.

 

.

 

.

 

, 갈래.

 

민용의 표정은 결연했따.

 

가서, 어떻게 되서든, 신지와 어떤 방향이든 결론을 내리고 오고 싶어.

 

.

 

준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 하는 거지.

 

내가 가도 되는 거겠지?

 

그럼.

 

준하가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너 그럴 자격이 있기는 하단 말이야.

 

하아.

 

민용이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나 정말로 다시 한 번 기회를 얻고 싶어.

 

알아.

 

준하가 텔레비전을 껐다.

 

내가 도와줄 건 없어?

 

그냥 말 하지 마.

 

, 알았어.

 

민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난 티켓 좀 알아볼게.

 

그래라.

 

민용이 멀어지자 준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