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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Episode. 5 - [여섯]

권정선재 2009. 8. 6. 19:56

 

 

만약에, 우리

 

Episode.5

 

 

신지가 한국으로 오지 않았다면? 여섯

 

 

 

? 이게 무슨 돈이야?

 

그냥 받아.

 

준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하얀 돈 봉투를, 민용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슥 내밀었다.

 

너 러시아 가는데 보태라고 주는 돈이야.

 

?

 

민용이 고개를 갸웃했다.

 

형이 돈이 어디 있어서?

 

이 정도 돈은 있거든.

 

준하가 못 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너는 네 형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을 하는 거냐?

 

.

 

민용이 가볍게 어꺠를 으쓱했다.

 

형 기분 나쁘게 하려는 건 아니라고.

 

알아.

 

준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절대로 제수 씨 놓치지 마. 너 제수 씨 없이는 살 수 없는 놈이잖아. 그런 놈이 왜 자꾸 제수 씨를 놓으려고만 해. 제수 씨 놓을 생각 하지 말고 꼭 잡아. 그러고 돌아와. 알았지?

 

.

 

민용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형도, 그런데 나 되게 바보 같다고 생각을 하지 않았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준하가 입에 먹을 것을 넣으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어떻게 하냐? 그래도 네가 내 동생인데.

 

.

 

민용이 낮게 웃었다.

 

그렇네.

 

그러니까 잘 해.

 

준하가 민용의 어깨를 두드렸다.

 

다시 또 싸우고 오지 말고 말이야. 알았지?

 

.

 

민용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께 돈 잘 드렸어?

 

그럼.

 

준하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겨우 돈 하나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까 봐. 당신도 참.

 

그래. 잘 했어.

 

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준하의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역시 당신은 내 남편이야.

 

헤헤.

 

준하기 미소를 지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선생님!

 

? .

 

무심결에 창 밖만 바라보고 있던 신지가 다시 시선을 돌려서,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을 바라봤다.

 

, 그래 왜 불렀니?

 

선생님 어디 아프세요?

 

학생들이 모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신지를 바라봤다.

 

아니, 아프지 않아.

 

신지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냥, 내가 다른 나라에 있다는 게 너무나도 신기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말이야. 그래서 그래.

 

흐음.

 

학생들 모두 여전히 신지를 바라봤다.

 

오늘은 자습.

 

.

 

신지는 재빨리 강의실을 빠져 나왔다.

 

 

 

휴가요?

 

교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아니 무슨 휴가를 씁니까?

 

쓸 일이 있습니다.

 

민용이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교감을 바라봤다.

 

아니 그렇다고 해도, 지금이 학기 중인데요. 어떻게 이민용 선생님은, 학기 중에 휴가를 쓰실 생각을 다 하십니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민용의 눈빛이 반짝였다.

 

지금 제 일생 일대에 가장 큰 일을 해야 하는 순간입니다. 그러니 교장 선생님 좀 보내주세요.

 

하아.

 

교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제 마누라 잡으러 갑니다.

 

민용의 눈이 이글거렸다.

 

그러니 부디 허락해주세요.

 

, 뭐라고요?

 

교감이 고개를 갸웃했다.

 

마누라를 잡으러 가요?

 

도대체 알 수가 없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어머님도 내색하지 마세요. 아셨죠?

 

.

 

해미의 말에 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거를 왜 민용이는 숨기려고 한다니?

 

동서 못 데리고 올 수도 있잖아요.

 

해미가 주스를 마시며 말했다.

 

그래서 긴장이 되고 그러는 거겠죠.

 

하아.

 

문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아이는 왜 그렇게 혼자 다 안으려고 하는 지 모르겠다.

 

도련님 일찍 어른 되었잖아요.

 

해미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믿으세요.

 

믿기야. 믿겠다만은.

 

문희가 고개를 숙이고, 깊이 담겨 있던 숨을 내쉬었다.

 

그 아이를 내가 도울 방법이 없으니까 그러지.

 

 

 

삼촌이 러시아에 간다고?

 

그래.

 

짐을 싸며 민용이 대꾸했다.

 

거기는 왜 가게?

 

너희 작은 엄마 데리고 오려고 그런다.

 

?

 

윤호가 어꺠를 으쓱했다.

 

작은 엄마 도로 데리고 와서 뭐 하게?

 

다시 살아달라고 빌려고.

 

진짜?

 

.

 

민용이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삶에 그런 여자 한 사람 밖에 없을 거라고.

 

.

 

그렇지.

 

민호와 윤호가 서로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다짜고짜 찾아가도 되는 거야?

 

모르지.

 

민용이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지금은 신지가 너무나도 보고 싶다.

 

.

 

감동적이야.

 

시끄러.

 

민용이 민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나저나 할아버지께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 것 같냐?

 

?

 

민호가 입을 떡 벌렸다.

 

할아버지께 말씀도 안 드리고 가는 거야?

 

당연하지.

 

민용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아시면 어떠한 경이 날 지 알고 말을 하냐?

 

오호.

 

윤호가 검지를 흔들었다.

 

할아버지 나중에 아시면 더 화가 나실 걸?

 

몰라.

 

민용이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은 그런 거 안 중요하다.

 

.

 

민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삼촌이 좋은 소식만 가지고 와도 충분할 거야?

 

그럴까?

 

물론.

 

민호가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 삼촌의 행복을 바라니까.

 

그렇지.

 

윤호도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작은 엄마랑 잘 되어 봐. 그러면 되는 거잖아.

 

.

 

민용이 어꺠를 으쓱했다.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러니까.

 

.

 

잘 해.

 

그래.

 

민용이 미소를 지었다.

 

 

 

내일 하루는 쉬어도 좋아요.

 

?

 

신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담당자를 바라봤다.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완전 피곤하신 거 다 보여요.

 

담당자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 무리하시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제발.

 

담당자가 고개를 저었다.

 

?

 

알았어요.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딱 하루만 쉬면 되는 거죠?

 

.

 

담당자가 싱긋 웃었다.

 

그러면 내일 모레 뵈요.

 

.

 

신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 먼저 가겠습니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신지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학교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