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Episode.5
신지가 한국으로 오지 않았다면? 여섯
“어? 이게 무슨 돈이야?”
“그냥 받아.”
준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하얀 돈 봉투를, 민용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슥 내밀었다.
“너 러시아 가는데 보태라고 주는 돈이야.”
“에?”
민용이 고개를 갸웃했다.
“형이 돈이 어디 있어서?”
“이 정도 돈은 있거든.”
준하가 못 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너는 네 형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을 하는 거냐?”
“뭐.”
민용이 가볍게 어꺠를 으쓱했다.
“형 기분 나쁘게 하려는 건 아니라고.”
“알아.”
준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절대로 제수 씨 놓치지 마. 너 제수 씨 없이는 살 수 없는 놈이잖아. 그런 놈이 왜 자꾸 제수 씨를 놓으려고만 해. 제수 씨 놓을 생각 하지 말고 꼭 잡아. 그러고 돌아와. 알았지?”
“뭐.”
민용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형도, 그런데 나 되게 바보 같다고 생각을 하지 않았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준하가 입에 먹을 것을 넣으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어떻게 하냐? 그래도 네가 내 동생인데.”
“쿡.”
민용이 낮게 웃었다.
“그렇네.”
“그러니까 잘 해.”
준하가 민용의 어깨를 두드렸다.
“다시 또 싸우고 오지 말고 말이야. 알았지?”
“응.”
민용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께 돈 잘 드렸어?”
“그럼.”
준하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겨우 돈 하나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까 봐. 당신도 참.”
“그래. 잘 했어.”
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준하의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역시 당신은 내 남편이야.”
“헤헤.”
준하기 미소를 지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선생님!”
“어? 어.”
무심결에 창 밖만 바라보고 있던 신지가 다시 시선을 돌려서,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을 바라봤다.
“그, 그래 왜 불렀니?”
“선생님 어디 아프세요?”
학생들이 모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신지를 바라봤다.
“아니, 아프지 않아.”
신지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냥, 내가 다른 나라에 있다는 게 너무나도 신기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말이야. 그래서 그래.”
“흐음.”
학생들 모두 여전히 신지를 바라봤다.
“오늘은 자습.”
“네.”
신지는 재빨리 강의실을 빠져 나왔다.
“휴가요?”
교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아니 무슨 휴가를 씁니까?”
“쓸 일이 있습니다.”
민용이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교감을 바라봤다.
“아니 그렇다고 해도, 지금이 학기 중인데요. 어떻게 이민용 선생님은, 학기 중에 휴가를 쓰실 생각을 다 하십니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민용의 눈빛이 반짝였다.
“지금 제 일생 일대에 가장 큰 일을 해야 하는 순간입니다. 그러니 교장 선생님 좀 보내주세요.”
“하아.”
교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제 마누라 잡으러 갑니다.”
민용의 눈이 이글거렸다.
“그러니 부디 허락해주세요.”
“뭐, 뭐라고요?”
교감이 고개를 갸웃했다.
“마누라를 잡으러 가요?”
도대체 알 수가 없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어머님도 내색하지 마세요. 아셨죠?”
“뭐.”
해미의 말에 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거를 왜 민용이는 숨기려고 한다니?”
“동서 못 데리고 올 수도 있잖아요.”
해미가 주스를 마시며 말했다.
“그래서 긴장이 되고 그러는 거겠죠.”
‘하아.”
문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아이는 왜 그렇게 혼자 다 안으려고 하는 지 모르겠다.”
“도련님 일찍 어른 되었잖아요.”
해미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믿으세요.”
“믿기야. 믿겠다만은.”
문희가 고개를 숙이고, 깊이 담겨 있던 숨을 내쉬었다.
“그 아이를 내가 도울 방법이 없으니까 그러지.”
“삼촌이 러시아에 간다고?”
“그래.”
짐을 싸며 민용이 대꾸했다.
“거기는 왜 가게?”
“너희 작은 엄마 데리고 오려고 그런다.”
“에?”
윤호가 어꺠를 으쓱했다.
“작은 엄마 도로 데리고 와서 뭐 하게?”
“다시 살아달라고 빌려고.”
“진짜?”
“응.”
민용이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삶에 그런 여자 한 사람 밖에 없을 거라고.”
“뭐.”
‘그렇지.”
민호와 윤호가 서로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다짜고짜 찾아가도 되는 거야?”
“모르지.”
민용이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지금은 신지가 너무나도 보고 싶다.”
“오.”
“감동적이야.”
“시끄러.”
민용이 민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나저나 할아버지께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 것 같냐?”
“에?”
민호가 입을 떡 벌렸다.
“할아버지께 말씀도 안 드리고 가는 거야?”
“당연하지.”
민용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아시면 어떠한 경이 날 지 알고 말을 하냐?”
“오호.”
윤호가 검지를 흔들었다.
“할아버지 나중에 아시면 더 화가 나실 걸?”
“몰라.”
민용이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은 그런 거 안 중요하다.”
“뭐.”
민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삼촌이 좋은 소식만 가지고 와도 충분할 거야?”
“그럴까?”
“물론.”
민호가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 삼촌의 행복을 바라니까.”
“그렇지.”
윤호도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작은 엄마랑 잘 되어 봐. 그러면 되는 거잖아.”
“뭐.”
민용이 어꺠를 으쓱했다.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러니까.”
“꼭.”
“잘 해.”
‘그래.”
민용이 미소를 지었다.
“내일 하루는 쉬어도 좋아요.”
“네?”
신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담당자를 바라봤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완전 피곤하신 거 다 보여요.”
담당자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 무리하시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제발.”
담당자가 고개를 저었다.
“네?”
“알았어요.”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딱 하루만 쉬면 되는 거죠?”
“네.”
담당자가 싱긋 웃었다.
“그러면 내일 모레 뵈요.”
“네.”
신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 먼저 가겠습니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신지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학교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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