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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Episode.5 - [다섯]

권정선재 2009. 8. 5. 20:19

 

 

 

만약에, 우리

 

Episode.5

 

 

신지가 한국으로 오지 않았다면? 다섯

 

 

 

신지 선생님. 무슨 일 있어요? 오늘은 어제보다 훨씬 더 안색이 안 좋아 보이시네요? 밥이 입에 안 맞으세요?

 

아니요.

 

신지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저 베이컨 완전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오늘 아침 부페에서 베이컨이 정말 무제한으로 나와서 너무 좋았어요.

 

그래요.

 

담당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안색이 많이 나빠요.

 

그냥 걱정할 일이 있어서요.

 

걱정할 일이요?

 

담당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제가, 혹시나 그것을 물으면, 신지 선생님께 크나큰 폐라도 끼치는 것이 되는 걸까요? 아니라면 좀 궁금한데.

 

별 거 아니에요.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별 거 아닌 게 아닌데요?

 

담당자가 신지를 바라봤다.

 

지금 얼굴이 장난이 아니라고요.

 

하아.

 

신지가 한숨을 토해냈다.

 

그냥, 전 남편과 관련된 일이에요.

 

저런.

 

담당자가 신지의 앞에 커피를 내려 놓았다.

 

괜찮아요?

 

되게 미워서 이혼을 했거든요.

 

신지가 커피 잔을 받아 들었다.

 

그런데 자꾸만 그 사람이 생각이 나요.

 

사랑하시는 거예요?

 

모르겠어요.

 

신지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사랑, 그런 건 지 확실히 모르겠어요.

 

선생님.

 

그냥.

 

신지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그 사람 되게 편했던 것만 기억이 나요.

 

.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사람 보고 싶으세요?

 

.

 

신지가 엷게 미소를 지었다.

 

너무나도 미워서 이혼을 했던 사람이지만, 그래도 저랑 좋아했을 때는, 우리 두 사람이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었을 때는, 그 어떤 남자보다도 자상하고, 그 어떤 남자보다도 좋았던 사람이에요.

 

좋아하네요?

 

그런가요?

 

신지가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미 이혼을 했잖아요.

 

그게 뭐 대수인가요?

 

제가 하자고 했거든요.

 

신지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 이혼하기 너무나도 싫어했는데 말이에요.

 

그런 거 크게 문제되지 않아요.

 

하아.

 

신지가 한숨을 토해냈다.

 

그 사람에게 너무나도 미안해요.

 

그럼 그렇게 말 하세요.

 

아니요.

 

신지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말을 할 수 없어요.

 

어쨰서요?

 

이미 많이 아파했으니까.

 

신지가 고개를 숙였다.

 

제가 가면 다시 아파할 거잖아요.

 

아니면 선생님이 아프시잖아요.

 

담당자가 가만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이 어디에 있어요?

 

그래도, 제가 아픈 게 낫죠.

 

신지가 쓸쓸히 웃었다.

 

그 사람은 이미 충분히 아팠을 테니까요.

 

저런.

 

담당자가 신지의 손을 잡았다.

 

신지 선생님 마음까지 되게 여리신 분이로군요.

 

아니에요.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 되게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아니요.

 

담당자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신지 선생님 되게 따뜻한 분이세요.

 

제가요?

 

.

 

담당자가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오신 분들 중에서, 선생님 해주시겠다고 하시는 분 단 한 분도 없었어요. 다들 자신이 배우고자 하는 것만 배우고 싶다는 열망으로 오신 분들이었으니까 말이에요. 그런데 선생님은 다르잖아요.

 

, 아니.

 

신지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게 아니었다. 그저 비싼 수업료를 내지 않고 수업을 들을 수도 있었고, 또 숙박비도 무료여서 그렇게 하기로 한 것이었는데.

 

신지 선생님 눈이 보여요.

 

?

 

신지가 눈을 깜빡였다.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당장이라도 그 분꼐 달려가고 싶으신 거죠? 하지만, 지금 당장 가실 수는 없어요. 죄송해요.

 

.

 

신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요.

 

저희도 미리 계획 표를 짜 놓았거든요.

 

담당자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그것만 끝나시면 되어요.

 

저는 괜찮아요.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말이에요.

 

하아.

 

담당자가 신지의 눈을 들여다 봤다.

 

정말로 괜찮으신 거예요?

 

.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뭐라고?

 

해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도련님이 뭐?

 

러시아로 간다고 그랬다니까.

 

준하가 입에 먹을 걸 집어 넣으며 말했다.

 

그래서?

 

?

 

도련님께 뭐라고 말씀 드렸어?

 

가라고 했지 뭐.

 

준하가 어꺠를 으쓱했다.

 

그 녀석이 제수 씨 좋아하고 있는데, 굳이 가지 말라고 할 이유도 없는 거잖아.

 

.

 

해미도 고개를 끄덕이며, 준하의 말에 동의를 했다.

 

내가 봐도, 도련님 아직까지 동서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 가면 잘 될지도 모르겠네.

 

그렇지?

 

.

 

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또, 아버님께 아무런 말씀도 드리지 않고 간다면, 되게 싫어하실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러니까.

 

준하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녀석은 어차피 아버지가 허락 하지 않을 거라고, 그냥 다가와서 결과만 보고 하겠다는데 어디 그게 말이 될 일이야? 아버지가, 지금 민용이 그 자식 얼마나 많이 보고 계신데 말이야.

 

뭐가?

 

!

 

안방 문이 벌컥 열리자 해미와 준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아버님.

 

또 준하 일이냐?

 

순재가 미간을 모으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도대체 이번에는 또 무슨 일로 그러는 거야?

 

 

 

러시아?

 

순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런 얼빠진 놈.

 

그냥 모른 척 해 주세요.

 

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도련님도 나름대로 많이 고생을 하셔서 그렇게 생각을 하신 것일 텐데 말이에요.

 

으유.

 

순재가 미간을 모았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

 

제수 씨 많이 좋아해요. 아버지.

 

준하가 순재를 바라봤다.

 

민용이 그 자식 힘들어 하고 있다고요.

 

아무리 그래도.

 

순재는 영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 자식까지 버리고 외국으로 가 버렸어.

 

버리고 간 거 아니에요. 아버님.

 

해미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동서, 마지막까지 준이 정 떼지 못해서 얼마나 고생을 했다고요.

 

으유.

 

순재가 한숨을 내쉬면서, 약간의 돈을 해미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너희가 민용이 좀 도와라.

 

, 아버님.

 

내가 돕기는 그렇지 않냐?

 

순재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민용이 그 자식을 그렇게 구박을 했는데 이제 와서 그렇게 잘 해주기는 확실히 그렇지.

 

.

 

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이 돈 꼭 도련님께 전해 드릴게요.

 

그래.

 

순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이번에는 민용이 그 녀석이 무엇이든지 좀 제대로 했으면 하는 구나.

 

저도 그래요.

 

저도요.

 

순재가 손을 들어 보이고는, 다시 안방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