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Episode.5
신지가 한국으로 오지 않았다면? 일곱
“이민용. 정말 내 마음 속에서 완벽하게 지웠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 사람 밀어 냈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직까지 살아 있는 모양이었다.
“하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비행기 표 한 장이요.”
“731,600원입니다.”
“후우.”
민용이 심호흡을 하고 카드를 내밀었다.
“여기요.”
“네.”
카드를 받고는, 직원이 티켓과 카드를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네.”
민용이 바삐 걸음을 옮겼다.
“뭐야?”
순재가 고함을 질렀다.
“그 자식이 어디를 가?”
“아우,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요?”
문희가 못 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이야기를 해도 되는 거잖아요.”
“아, 아니.”
순재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그 녀석이 러시아는 왜 가?”
“준이 애미 만나러 가는 거죠.”
문희가 당연하다는 어투로 말했다.
“민용이 그 자식도 자기 일 수습할 때가 되었잖아요.”
“나 참.”
순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서, 가서 준이 애미라도 다시 데리고 온다는 거냐? 응?”
“모르죠. 아버지.”
준하가 나물을 먹으면서 대꾸했다.
“그래도 자기 마음을 전하고 오겠다는데요?”
“미친 놈.”
순재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다고 여자가 좋아라 하겠냐?”
“어머, 아버님 좋아해요.”
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순재의 말을 받았다.
“그런 남자 여자들이 얼마나 좋아하는대요.”
“맞아요. 할아버지.”
민호도 밥을 먹다가 순재를 바라봤다.
“여자들 딱 하고 나타나는 거 좋아한다니까요.”
“으이구.”
순재가 고개를 젓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 더 안 드세요?”
“생각 없다.”
순재가 방으로 향했다.
“괜찮으신가?”
“뭐.”
준하는 아랑곳 않고, 여전히 계속 열심히 먹어 댔다.
“그렇게 많이 생각이 날 줄은 몰랐네.”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준이.”
유학만 오면 다 좋을 줄 알았다.
“이런 게 향수 병인가?”
신지가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마음이 아렸다.
“오빠.”
이건 향수병이 아니었다. 그저, 민용이 너무나도 그리운 거였다.
“하아.”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하아. 여기가 러시아구나.”
꽤나 쌀쌀했다.
“추운 옷을 더 가지고 왔어야 했나?”
조촐한 자신의 짐과, 너무나도 단촐한 자신의 옷차림을 내려다보던 민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기요.”
“네?”
지나가던 사람이 민용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죠?”
“여기에 음악 학교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신지 선생님.”
“네?”
언제 잠이 들었던 걸까? 신지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면서, 책상에서 부스스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주무시고 계셨어요?”
“네.”
신지가 눈을 부비면서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손님이 왔어요.”
“손님이요?”
신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나도 모르죠.”
담당자가 어깨를 으쓱했다.
“저를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꽤나 급해 보이던데요?”
담당자가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누구라고 하는데요?”
“말을 안 해요.”
담당자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냥, 전해드리라고 하던데요.”
“흐음.”
신지가 미간을 모았다.
“괜찮아 보여요?”
“네.”
담당자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아 보여요.”
“그래요?”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있다가 나갈게요.”
“네.”
담당자가 나가고 신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지?”
알 수 없었다.
“저, 신지는.”
“지금 나오신데요.”
“아.”
민용이 떨리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도대체 누구세요?”
“네?”
민용이 눈을 깜빡이며 담당자를 바라봤다.
“아니, 솔직히 궁금해서 말이에요.”
“아.”
민용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 신지 전 남편이에요.”
“!”
담당자의 눈이 흔들렸다.
“뭐, 뭐라고요?”
“신지의. 전 남편이 바로 저라고요. 신지 결혼했었다는 사실은, 혹시나 알고 계시겠죠? 모르시나요?”
“아, 알아요.”
담당자가 떨리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두 분 이혼했다고, 되게 나쁜 사이가 되었다고, 그렇게, 그렇게 말을 했는데 말이에요.”
“네?”
민용이 눈을 깜빡였다.
“나쁜 사람이라고요?”
“아, 아니에요.”
담당자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나쁜 사람이라고는 말 안 했어요.”
“그럼요?”
“자기를 아프게 한 사람이라고 했어요.”
“!”
민용의 눈이 흔들렸다.
“뭐, 뭐라고요?”
“자기 아프게 한 사람이라고 말이에요.”
담당자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죄송해요.”
“하아.”
민용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이러고 싶지 않은데.”
“다시 어떻게 하실 거예요?”
담당자가 민용의 눈을 바라봤다.
“정말, 정말 여기에 왜 오신 거예요?”
“다시 한 번 신지를 잡고 싶어요.”
“!”
담당자가 입을 가렸다.
“저, 정말이에요?”
“네.”
“오, 이런.”
담당자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꼭 잡으세요.”
“네?”
민용이 눈을 깜빡였다.
“무, 무슨?”
“그래도 신지 선생님 그 쪽 되게 많이 기다렸거든요.”
“아.”
민용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그게 정말입니까?”
“네.”
담당자가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매일 같이, 많이 그리워 하고 계시더라고요.”
“하아.”
정말 못할 짓을 많이 한 모양이었다.
“그럼 신지 오면 자리 좀 피해주시겠어요?”
“물론이죠.”
담당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철컥’
그 순간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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