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Episode.5
신지가 한국으로 오지 않았다면? 여덟
“엄마, 엄마는 작은 엄마가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면,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그냥 받아주실 것만 같아?”
“글쎄?”
민호의 물음에 해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그건 왜?”
“그냥 궁금해서.”
민호가 미소를 지었다.
“왠지 할아버지 되게 화를 내실 것 같거든.”
“화야 내시곘지.”
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뭘 어떻게 하시겠어?”
“응?”
민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삼촌이 좋아하는 여자잖아.”
해미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건 할아버지도 어쩌실 수 없는 거라고.”
“여기까지 어쩐 일이야?”
신지가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신지야.”
민용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미안해.”
“하.”
신지가 코웃음을 쳤다.
“도대체 뭐가 미안한 건데?”
“너 보내는 게 아니었어.”
“!”
신지의 눈이 살짝 멈칫했다.
“너 되게 잡고 싶었어.”
“하.”
신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내가 용기가 없어서, 그러면 안 되어서. 그래서 너 못 잡았던 거야.”
“말도 안 되는 변명 하지 마.”
신지가 아래 입술을 꽉 물었다.
“도대체 여기까지 왜 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오빠 바라는 거 해주지 않을 거야.”
“그냥. 이 말 하고 싶어서 왔어.”
민용이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다른 이유 없어, 그냥, 그냥 나 네가 너무나도 보고 싶어서. 그래서, 이렇게 너에게 온 것 뿐이야.”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신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러니까 지금 그걸 믿으란 말이야?”
“그래.”
민용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믿어줘.”
“하.”
신지가 고개를 저었다.
“오빠 그런 사람 아니잖아.”
“알아.”
민용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나 알아. 너무나도 잘.”
“그런데 왜 달라진 거야?”
“후우.”
민용이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나도 모르겠어. 그냥, 네가 더 이상 내 곁에 없다는 거, 그거 하나 알게 되니까 너무나도 아리더라. 가슴 한 부분이 너무나도 아파서, 가슴이 시리고 너무나도 슬퍼서, 그래서 그랬어.”
“정말 왜 그러니?”
신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도대체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고 그러는 거니?”
“미안해.”
민용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더 숨기고 싶지 않았어.”
“하아.”
신지가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여기에 와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다 했어.”
민용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내 마음을 들려주고 싶었어.”
“후우.”
신지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서 그냥 가겠다는 거야?”
“어?”
민용이 신지를 바라봤다.
“무, 무슨?”
“그래서 여기까지 와서 그냥 가겠다는 거냐고.”
신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런다고 말을 하는 거야?”
“어?”
“가지 마.”
신지가 아래 입술을 꽉 물었다.
“이민용 가지 마.”
“시, 신지야.”
“제발 가지 마.”
민용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나 네가 가는 거 싫어. 그러니까, 가지 마.”
“하.”
민용의 얼굴에 알 수 없는 표정이 떠올랐다.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도 너무나도 생각했어.”
신지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나도 오빠 너무나도 그리웠단 말이야.”
“저, 정말이야?”
“그래.”
신지가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오빠 너무나도 많이 그렸단 말이야.”
“신지야.”
“나쁜 놈.”
민용이 다가와서 신지를 안았다.
“미안해, 신지야 미안해.”
“간다며.”
신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냥 간다고 이야기를 했잖아.”
“아니.”
민용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나 못 가.”
“왜?”
“이제 네 마음 나도 알았으니까.”
“오, 오빠.”
“너 유학하는 거 더 이상 반대하지 않을게.”
민용이 검지로 신지의 눈물을 찬찬히 닦아 주었다.
“내가 너무나도 작은 사람이라서 그래.”
“후우.”
신지가 민용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니야. 내가 바보 같았어.”
신지가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서든 그 상황을 달아나서는 안 되는 거였어. 어떻게 해서든 그 상황을 피해서는 안 되는 거였어. 그냥, 어떻게 해서든, 오빠 옆에서, 준이와 함께 그렇게 있어야 했던 거였는데.”
신지가 슬픈 미소를 지었다.
“내가 너를 이해해주지 못했어.”
“아니, 내가 너무나도 욕심을 부렸어.”
신지가 민용을 올려다봤다.
“나 용서 해 줘.”
“네가 왜?”
“나 너무 나쁜 엄마였으니까.”
신지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나 다시 준이가 보고 싶어.”
“알아.”
“나 다시 오빠 아내 하고 싶어.”
“!”
민용의 눈이 흔들렸다.
‘시, 신지야.”
“나 농담 아니야.”
신지의 눈이 반짝였다.
“나 정말로 다시 오빠랑 함께 살고 싶어.”
“시, 신지야.”
“나 정말로 많이 생각을 했어.”
신지가 민용의 손을 잡았다.
“나 정말 이민용 없이도 살 수 있을까? 나 정말 이준 엄마가 아니어도 살 수 있을까? 그래서 그 답이 뭐였는지 알아?”
“뭐, 뭐였는데?”
“못한다 였어.”
신지가 민용의 허리를 안았다.
“나, 그런 거 못 해. 이민용이라는 사람이 없는 신지의 삶은 그저 텅 빈 껍데기와 같은 거야.”
“하아.”
민용이 신지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췄다.
“더 빨리 잡지 못해서 미안해.”
“더 늦게 가지 못해서 미안해.”
두 연인이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우리가 서로 아팠던 만큼 더 사랑하자.”
“우리가 서로 미웠던 만큼 더 아껴주자.”
“우리가 서로 멀었던 만큼 더 행복하자.”
“우리가 서로 힘들던 만큼 더 편안하자.”
두 연인은 서로를 향해 사랑의 말을 속삭였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응.”
신지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다.
“나 여기서 선생님 하는 거 너무나도 좋거든.”
“그럼, 그래.”
민용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하고 싶은 걸 해야지.”
“저, 정말?”
“응.”
민용이 미소를 지었다.
“너 하고 싶은 거 해.”
“하.”
신지가 입을 가리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오빠.”
“사랑해.”
“나도, 나도 사랑해.”
신지와 민용이 부드럽게 입술을 맞댔다.
“너무 좋다.”
“나도 좋다.”
두 연인은 서로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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