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Episode.5
신지가 한국으로 오지 않았다면? 열
“도련님, 정말 대단하세요. 도련님 그렇게 안 보였는데, 그렇게 멋있게 행동을 하실 줄이야.”
“제가 뭘요?”
민용이 고개를 갸웃하며 해미를 바라봤다.
“제가 형수님께 멋있게 보일 거 한 적 없는데요?”
“왜 없어요?”
해미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동서 따라 러시아로 가시잖아요.”
“뭐.”
민용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이제 저도 신지 맞춰줘야죠.”
“그렇죠.”
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민용에게 봉투를 건넸다.
“이게 뭐예요?”
“민호 아빠가 주는 거예요.”
“혀, 형이요?”
“네.”
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뭐.”
순간 민용의 눈이 커다래졌다.
“도, 돈이네요?”
“돈이에요.”
해미가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이걸, 왜 형이 저에게 주는 겁니까?”
“주고 싶었다고 그러던데요?”
“네?”
민용이 눈을 깜빡였다.
“그, 그게 무슨?”
“그 동안 되게 미안했대요.”
준하가 민용을 바라봤다.
“자기가 할 거 없는 형이라서.”
“나 참.”
민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누가 그런 거 신경 쓴답니까?”
“그래도요.”
해미가 민용을 바라봤다.
“그래서 안 받으시려고요?”
“하아.”
민용이 미간을 모았다.
“이걸 제가 받아도 되는 겁니까?”
“도련님이 생각을 하셔야지요.”
“후우.”
민용이 가늘게 한숨을 토해냈다.
“형 돈도 못 벌잖아요.”
“그런데도 주고 싶었던 거예요.”
해미가 미소를 지었다.
“그 동안 도련님께 미안해서.”
“아니 나에게 미안할 게 뭐가 있어서요?”
민용이 고개를 저었다.
“형이 나에게 미안할 게 뭐가 있어요?”
“모르죠.”
해미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 그 동안 자기가 가장 아니었던 것이 미안해서 그럴 거에요.”
“하아.”
민용이 한숨을 토해냈다.
“형수.”
“네.”
“저 이 돈 받을 수 없어요.”
“네?”
해미가 눈을 깜빡였다.
“무, 무슨.”
“이게 어떤 돈인지 알잖아요.”
“그러니까 받아요.”
“!”
민용의 눈이 흔들렸다.
“혀, 형수님.”
“그런 마음이잖아요.”
해미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래, 몸 조심하고.”
“엄마 울지 좀 마세요.”
민용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뭐, 어디 죽으러 가는 건가?”
“한국으로 자주자주 나올 거지? 응?”
“네. 자주 나올 거예요. 당연히 그래요.”
민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문희의 말에 답했다.
“엄마 진정 좀 하세요.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에요.”
“아무리 사람이 사는 동네라고 해도 그렇지? 그렇게 먼데.”
“어머님 진정하세요.”
해미가 문희의 어깨를 쓸었다.
“도련님 어디서든지 잘 하시잖아요.”
“으휴.”
문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누구를 닮아서 저렇게 고집이 센 것인지.”
“누굴 닮긴, 누굴 닮아?”
순재가 고개를 저었다.
“망할 할망구지.”
“뭐라고요?”
문희가 순재를 노려봤다.
“내가 뭘 어떻게 했다고 그래요?”
“아유, 그만 들 하세요.”
민용이 고개를 저었다.
“저 행복하려고 가는 거예요;. 이제 정말로 저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가는 거라고요. 어머니랑 아버지는, 제가 행복한 게 싫으세요? 제가 저를 위하는 게, 그런 게 싫으세요?”
“아, 아니지.”
“그럼.”
민용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럼 믿어주세요.”
“하아.”
비행기에 앉은 민용이 한숨을 내쉬었다.
“러시아라.”
이제 정말, 새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네?”
신지가 눈을 깜빡였다.
“무, 무슨?”
“죄송합니다.”
담당자가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그게, 신지 선생님이 아니었더라고요.”
“무, 무슨?”
신지는 뒤통수를 크게 맞은 기분이었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쉰지 라는 분을 선생님으로 모시라는 거였는데.”
담당자가 머리를 긁적였다.
“저희 한국인 담당자가 많다 보니, 그걸 그냥 신지라고 들었나 봐요.”
“나 참.”
신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니까, 지금 제가 잘린 건가요?”
“네.”
담당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 좋아요.”
신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중에 분명히 후회하게 해드리죠.”
“정말 죄송합니다.”
“쳇.”
신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누군 줄 알고 감히 자른다는 거야?”
순간 신지의 얼굴이 굳었다.
“미, 민용 오빠!”
신지가 부리나케 짐을 쌌다.
“어? 신지야!”
“오빠, 빨리 서둘러.”
“응?”
공항으로 나오자마자 서두르는 신지 탓에 민용은 머리가 팽팽 돌 지경이다.
“왜, 왜 그래?”
“우리 다시 한국으로 돌아갸야 해.”
“뭐?”
민용이 눈을 깜빡였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나 잘렸거든.”
“뭐?”
민용이 신지를 바라봤다.
“그,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그게 내가 선생님으로 초빙이 된 게 아니라고 하네.”
신지가 머리를 긁적였다.
“다른 사람과 헷갈렸대.”
“뭐, 뭐라고?”
민용이 미간을 모았다.
“너 지금 장난하냐?”
“아, 아니.”
신지가 조심스럽게 민용의 얼굴을 살폈다.
“오빠, 지, 지금 화 난 거야?”
“그럼.”
민용이 허리에 손을 얹었다.
“내가 얼마나,”
민용이 이마에 손을 얹었다.
“정말 너라는 애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거니?”
“나, 나도 속상하다고.”
신지가 울먹이며 외쳤다.
“나도 학교 되게 선생님 하고 싶었단 말이야!”
“알아.”
민용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너무 좋다고.”
“어?”
신지가 눈을 깜빡였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같이 러시아에서 신나게 놀자.”
민용이 싱긋 웃으며 말을 했다.
“너는 공부하고, 나는 놀고, 우리의 휴가지.”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입술을 맞추었다.
[만약에, 우리 Episode.6]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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