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오! 나의 공주님 [완]

오! 나의 공주님 - [다섯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8. 21. 19:37

 

 

여름 날의 판타지

 

! 나의 공주님

 

 

다섯 번째 이야기

 

 

 

지금 무슨 일이죠?

 

다른 장로들도 안 모양이에요.

 

?

 

성오가 눈을 깜빡였다.

 

그나마 수가 조금은 있는 모양입니다?

 

127명이에요.

 

!

 

성오의 눈이 가늘게 흔들렸다.

 

그것이 전 세계의 인어의 전부입니까?

 

물론 아니죠.

 

은해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있는 인어의 수는 그것이 전부예요. 때때로 강릉이나, 대천 등에서 따로 한 둘 씩 사는 인어가 있고, 제주도에 사는 인어가 몇 정도 있지만 우리나라 자체에 있는 인어의 수는 채 200을 넘지 못 하고 있어요.

 

꽤나 적은 모양이군요.

 

아무튼 잘 숨어 있어요.

 

?

 

성오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 숨어야 하는 겁니까?

 

말했잖아요.

 

은해가 미소를 지었다.

 

우리도 당신들을 죽이고 싶어 한다고.

 

, 농담으로 했던 말이 아니었던 겁니까? 진심이었던 것이었습니까? 진짜인 겁니까? 진짜로 죽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까?

 

우리는 철저한 장로 주의니까요.

 

!

 

장로들 마음에 따라 달린 거죠.

 

.

 

성오의 눈이 진지했다.

 

나도 그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줄 수 있습니까?

 

?

 

은해의 눈이 커다래졌다.

 

,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도대체, 도대체 당신이 왜 그 분들을 만난다고 하는 거예요?

 

나의 목숨, 나아가서 나의 친구들의 목숨까지 가지고 있는, 그러한 존재입니다. 그러한 회의입니다.

 

하지만.

 

당신을 죽일 지도 몰라요. 인간들이 말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그 상황이 궁금하지 않게습니까?

 

하아.

 

은해가 싶게 한숨을 토해냈다. 확실히 그의 말을 들으니 그렇게도 생각이 되었다. 자신의 목숨이 달려 있는 일이었다.

 

내가 지켜줄게요.

 

그럴 필요 없어요.

 

성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도 나를 지킬 수 있으니까.

 

 

 

정말 인간들이 나타난 겁니까?

 

허나.

 

이런.

 

장로 하나가 고개를 저었다.

 

무슨 생각이오!

 

다른 장로가 은해 부에게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도대체 왜 우리를 위험에 빠트리려는 것입니까?

 

그것이.

 

.

 

장로 하나가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좌중을 둘러보았다.

 

이번에 장로회장의 딸인 은해가 그 인간들과 함께 있어서 그러한 것은 아니십니까? 보아하니 그러하신 모습인데 말입니다.

 

, 뭐라고요!

 

노장로가 은해 부를 바라봤다.

 

그게 정말입니까?

 

, 그것이.

 

어허.

 

늙은 여성 장로가 탄식의 한숨을 내뱉었다.

 

아니, 장로회장께서는 어찌 사태가 이리도 심각해지도록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셨던 것입니까?

 

모두 죽여야 합니다.

 

비열한 장로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 그냥 보낼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보낼 수 없습니다.

 

, 무어라!

 

노 장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오? 인간을 이 곳에 끌어들이면 우리 모두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진정 그대는 모두 잊었다는 말입니까? 우리 모두를 죽여야 정녕 그 속이 시원하겠다는 말입니까!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은해 부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그 둘 중 한 사람은 죽을 운명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일행은 모든 기억을 잃어야 할 운명입니다.

 

, 무슨?

 

늙은 여성 장로의 얼굴이 굳었다.

 

설마 두 사람이, 안데르센의 이야기처럼, 물거품의 협약으로 맺어져 있는 그러한 인연이란 말입니까?

 

.

 

안데르센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물거품의 협약, 인어와 인간은 자신에게 맞는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 상대가 존재하고 있다. 그 상대를 발견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다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겠지만, 서로를 보게 되면 반드시 그 중 하나가 죽어야지만 서로에게 아무런 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두 사람이 죽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방도가 있기는 하나, 그렇기 위해서는 인간은 두 다리와 두 폐를 잃어야 하고, 인어는 두 아가미와 두 지느러미를 잃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그 동안 자신이 살고 있던 그 삶에서 자신을 지우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장로 회장꼐서는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실 것입니까?

 

모르겠습니다.

 

은해 부가 솔직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 모르겠습니다.

 

허어.

 

노 장로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을 강제로 갈라 놓는다면 두 사람 모두 죽고 말 것입니다.

 

늙은 여성 장로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허나, 두 사람이 진정 서로를 사랑한다는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두 사람이 사랑하지 않는데, 헤어져야 한다면, 먼저 사랑하는 쪽이 죽게 됩니다. 둘 다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바람으로 화하여 사라지게 되고, 인어는 물거품으로 되어서 죽어가게 되는 것이지요. 허나, 둘 중 한 쪽만이 상대방을 사랑하게 된다면, 그 쪽만이 이 세상에서 자신을 지우게 됩니다.

 

그것을 누가 몰라요?

 

노 장로가 이마를 짚었다.

 

허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으니 이리 하는 것이 아닙니까?

 

이미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본 것입니까?

 

.

 

은해 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저 역시 이제 두 사람을 떨어뜨리고 싶어도, 떨어뜨릴 수가 없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은해 그 아이 혼자서, 그 사내를 봤다면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을 일이었겠건만, 이미 모든 것은 수포가 되어 버렸습니다.

 

하아.

 

모두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터져나왔다.

 

그렇다면 일단 약을 만들어야 겠구려.

 

?

 

은해 부의 눈이 동그래졌다.

 

, 무슨 약을 만든다는 말입니까?

 

흙에서 온 사내에게는 일행이 있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 일행들이 일어난다면 모든 일은 정말 물거품이 되고, 모든 것은 다 사라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들의 존재를 잠재워야지요.

 

좋소.

 

노 장로가 결단의 표정을 지었다.

 

일단 모든 것을 두고 봅시다.

 

허나.

 

비열한 장로의 얼굴이 구겨졌다.

 

모두 죽여야 합니다.

 

뭐라고요?

 

늙은 여성 장로가 비열한 장로를 노려 보았다.

 

아무리 그대가, 장로 회장을 미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짓을 벌여서야 겠습니까? 우리의 동족입니다! 한 인어가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지 알고 그러한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게다가 한 인어가 평생 낳을 수 있는 아이는 정해져 있고, 그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 확률도 너무나도 낮다는 것을 잊었습니까?

 

, 알고는 있지만.

 

비열한 장로가 입술을 비틀었다.

 

만에 하나라도 살아 남은 자들이.

 

그럴 일 없소.

 

노 장로가 비열한 장로를 향하여 차갑게 말을 했다.

 

살아 남은 자들이 만일, 그 연기를 보게 된다면, 물거품을 보게 된다면 모든 기억을 잃어 버리게 될 것입니다.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된다면요?

 

?

 

모든 장로가 비열한 장로를 바라봤다.

 

, 그것이 무슨 말씀입니까?

 

인어가 인간이 되고, 인간이 인어가 된다면, 그 때에도 모든 것을 숨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까?

 

“…….

 

은해 부가 아래 입술을 꽉 물었다.

 

결국 우리는 위험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인간들을 믿읍시다.

 

노 장로가 은해 부 옆에 서면서 강하게 말을 했다.

 

우리가 인간들의 대표인, 이 한국의 대통령을 만나보고 오겠습니다.

 

그것은 장담할 수 없는 것이지요.

 

비열한 장로가 미소를 지었다.

 

현 인간의 대표는 우리를 너무나도 미워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곳에 거대한 항만 시설을 짓고 싶어한다지요?

 

!

 

어쩔 수 없이 협약에 약조를 하게 되었지만, 전 대통령도 더 이상 계시지 않은 상황에서 그 약조를 지키겠소이까?

 

허나.

 

위험한 일입니다.

 

비열한 장로가 다시 주위를 둘러봤다.

 

정녕 우리 모두를 죽이게 할 것입니까?

 

죽읍시다.

 

!

 

늙은 여성 장로의 말에 모두의 눈이 커다래졌다.

 

, 그것이 도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 모두 죽어야 하다니, 그게 무슨 말인 것입니까?

 

죽자는 것입니다.

 

늙은 여성 장로가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우리 인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비늘로써 맺어진 사이가 아니었습니까? 하나의 인어가 죽는다면 나머지 인어들의 몸도 그대로 유지가 되지 않을 거라는 거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죽는 것은 아니지요.

 

비열한 장로는 단호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소이다.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노 장로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우리는 아직 그 누구도 죽을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모두 살자는 것입니다. 모릅니까?

 

, 무슨?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한다면 되는 것입니다.

 

!

 

그리고 알을 낳아서 그 알이 인어가 된다면,

 

그리고 그 인어의 가장 심장에 가까운 비늘 두 개를 떼어 내서 끓여 마시게 된다면,

 

두 사람은 다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간다?

 

장로들이 모두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모두, 모두 미쳤습니다!

 

비열한 장로가 훽 소리를 내며 등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