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오! 나의 공주님 [완]

오! 나의 공주님 - [네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8. 20. 20:05

 

 

여름 날의 판타지

 

! 나의 공주님

 

 

네 번째 이야기

 

 

 

그러니까, 정말로 인어라는 것들이 있어서 그러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졌다는, 그런 말씀이네요?

 

그렇죠.

 

은해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성오 씨 머리 좋으신 분이네, 바로바로 이해하고.

 

.

 

성오가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니까 진짜 인어라는 족속이 있다는 거죠? 그러한 종족이, 지금 이 지구 상에 존재한다는 거죠?

 

그렇죠.

 

은해가 싱긋 웃었다.

 

말귀 잘 알아 들으시네.

 

, 그런데 도대체 왜 우리는 몰랐던 겁니까?

 

성오의 목소리가 가늘게 흔들렸다.

 

아니, 아니 도대체 왜 그 사실을 다른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냐는 말입니다. 당신들의 존재를 그리 쉽게 숨기는 겁니까?

 

숨긴 적 없는데요?

 

.

 

성오가 눈을 깜빡였다.

 

, 무슨?

 

당신 나라 고위직들이 숨기는 거예요.

 

, 뭐라고요?

 

성오의 얼굴이 굳었다.

 

그러니까 이 나라의 대통령이니. 뭐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당신들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말입니까?

 

당연하죠.

 

은해가 싱긋 웃으며 답했다.

 

우리가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고 피할 수 있는 재주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들 이미 우리 다 알고 있어요.

 

그런데 왜 숨기는 겁니까?

 

밀렵.

 

!

 

성오의 얼굴이 굳었다.

 

, 밀렵이라고요?

 

.

 

은해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은, 우리들을 굉장히 신기하게 생각을 하거든요. 인간들에게 우리라는 존재는 그저 밀렵을 할 수 있는 그러한 존재들에 불과한 모양이에요. 인간들에게 우리는 그저, 사냥의 존재이지요.

 

말도 안 됩니다.

 

성오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 버렸다.

 

인간들이 당신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는데 도대체 왜 당신들을 밀렵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까? 말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사람들이, 당신의 존재를 알아야 가능한 것 아닙니까?

 

인어.

 

은해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 존재를 알고 있습니다.

 

?

 

인간들의 입을 타고 다시 또 타고 오면서 참 많은 이야기들이 변하고, 다시 또 변하고 그렇게 전해져 내려왔지요.

 

그렇다면,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 공주를 제외하고도 인어가 있다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있다는 겁니까?

 

당연하죠.

 

은해가 겨우 미소를 지으며 성오의 얼굴을 바라봤다.

 

한국의 동화, 그래, 그러니까 심청전 기억 하시나요?

 

, 심청전은 효녀의 대표 표본 아닙니까?

 

심청이 인어였다는 것이 아니에요. 그 당시 심청을 구해준 그 용왕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기억을 하고 계시나요?

 

.

 

성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그 외에도 바다를 이야기 하는 동화는 많았었다.

 

, 그러니까 그 쪽 말은 그런 것이 전부 다 인어의 현실 근거라는 말입니까?

 

.

 

은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그 사실에 대해서 확신을 하지 못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확실한 우리의 존재 근거입니다. 우리의 존재라는 것이 그렇게 확연히 드러나지는 못하지만, 알음알음 사람들에게 알려져가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도대체 왜 우리를 구해준 것입니까? 당신의 존재가 들어나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맞죠.

 

은해가 쓸쓸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래서 우리 아버지께서는 당신들을 다 죽이라고, 그렇게까지도 말씀을 하고 그러시더라고요.

 

, 우리를 죽여 버리라고요?

 

.

 

은해가 싱긋 웃었다.

 

, 그래서 죽일 겁니까?

 

성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은해가 입을 가리고 낮게 웃었다.

 

우리는 사람을 죽이고 싶어 하지 않아요. 우리는 인간들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니까 말이죠. 우리는 인간을 사냥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 해요. 인간들처럼 우리를 자신의 집 수족관에 넣어서 그리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

 

성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떻게, 어떻게 그러한 일이 현실이라는 말입니까?

 

현실이예요.

 

은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다른 사람들을 죽이지는 않을 겁니다.

 

확실한 겁니까?

 

당연하죠.

 

은해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을 구해온 이상 누군가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칠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애초에 죽일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그래서 정말 우리를 도와준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냥 당신들을 그냥 보낼 수 없었어요.

 

은해의 눈은 진지했다.

 

당신들의 존재가 우리에게 해가 될 지, 아니면 득이 될 지, 혹 아무 것도 아닐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우리가 아니, 적어도 나는 당신을 도와야 하겠다는 그러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아.

 

성오가 한숨을 내쉬며 은해의 눈을 바라봤다. 성오의 눈 역시, 은해의 눈 못지 않게 깊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할 지, 그러한 것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으신 거죠?

 

.

 

은해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버지의 경우, 당신들을 다시 사고난 그 곳에 가져다 놓았으면 하세요. 우리들이 위협을 당하는 건, 그 무엇보다도 싫어하시는 분이니까 말이죠. 그리고 솔직히 그대들을 도와줬다는 이유로 우리가 아파온다는 것 역시 너무나도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요. 이해하시죠?

 

이해, 합니다.

 

성오는 진심으로 이해하면서 대답을 했다.

 

그들을, 그들이, 정말로 그대들에게 그러한 짓을 했다면, 그러한 두려움을 가지는 것이 당연해요.

 

그렇죠.

 

은해가 싱긋 웃었다.

 

그나저나 내 친구들은 언제 일어나는 겁니까?

 

그러게요.

 

은해의 표정이 바로 바뀌었다. 그녀는 미간을 모으며,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른 사람들을 바라봤다.

 

죽일 생각은 없는데, 그리고 죽을 생각도 없는데, 그들 스스로가 스스로를 일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어요.

 

?

 

성오가 눈을 깜박였다.

 

, 그게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그들은 죽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어요. 하지만 살 생각도,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은 듯 해요.

 

그런 걸 느낄 수가 있는 것입니까?

 

당연하죠.

 

인어,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들에 대해서 너무나도 놀랍고, 너무나도 신기한 상황인데, 다른 것도 너무나도 신기했다.

 

그러니까 당신들은 많은 능력도 있다는 거죠?

 

그렇죠, 우리들은 나름대로 진화를 했으니까요.

 

고마워요.

 

성오가 솔직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우리를 굳이 살려줄 필요가 없었을 텐데 말이에요. 우리를 도대체 살려준 이유가 무엇입니까?

 

아무런 이유가 없어요.

 

은해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내가 본 이상, 죽어가는 사람을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그건 솔직히 너무나도 우스운 일이니까요.

 

그렇군요.

 

성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아직은 고마워 하지 말아요.

 

?

 

성오가 눈을 깜빡였다.

 

, 무슨?

 

아직 살아 있지만 산 것이 아니니까요.

 

?

 

성오가 가만히 은해를 바라봤다.

 

도대체 그것이, 그것이 무슨 말입니까? 아직은 살아 있지만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니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는 당신들을 무작정 사냥하지 않지만, 요즘 당신들에 대한 미움이 극대화 되어 있어요.

 

어째서요?

 

오염.

 

!

 

해양 오염.

 

은해의 낯이 슬프게 변했다.

 

참 많은 가족이 죽었어요.

 

.

 

, 피부병.

 

, 잠깐!

 

성오가 황급히 은해의 말을 끊었다.

 

인어들 역시 피부병이나 암 같은 것에 걸리는 것입니까? 그러한 것은 인간의 병이 아닌 겁니까?

 

암이나 그러한 것들은 강아지도 걸린다고요. 단순히 특별히 인간만 걸리는 것이 아니라고요.

 

.

 

은해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게다가 한국 정부에서는 미국에서 스타벅스 등에 그들의 캐릭터를 이용하여 막대한 돈을 주는 것과 다르게 우리에게는 한국 정부가 최근 각종 박해를 하고 있거든요.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것 역시 무시하고 말이죠.

 

원래 잦은 교류가 있었나요?

 

.

 

은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돌아가신 그 분과는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

 

들으면 들을수록 믿기지가 않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왜 당신들은 당신들이 앞으로 나서지 않는 거죠? 아무리 밀렵을 한다고 하더라도, 당신들이 특별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우리와 싸울 때, 전혀 밀리지 않을 것 같은데요.

 

수가 달라요.

 

?

 

우리는 알을 낳거든요.

 

.

 

뱃 속에 품는 것 보다, 알을 품는 것이 더욱 힘들지요.

 

, 그런가요?

 

그렇더라고요.

 

은해가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우리 인어들이 1년에 낳을 수 있는 알의 개수는 네 개, 그리고 한 알을 품어야 하는 기간은 9개월. 그러나, 하루 중 12시간 이상을 품어 주는 일은 우리 인어들에게도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그렇겠군요.

 

삐이

 

순간 경적이 울렸다.

 

!

 

그리고 은해의 얼굴이 단단히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