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의 판타지
오 나의 공주님!
두 번째 이야기
“그,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우리 은해가, 은해가 도대체 누구를 데려왔다고 말을 하는 거야?”
“그, 그게.”
한 사내가 은해 부에게 고개를 숙였다.
“밖에 또 사고가 난 모양입니다.”
“이런.”
은해 부가 이마에 손을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그 아이는 도대체,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이야? 내가 그리도 외지인을 들이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어찌 내 말을 듣지 않고 또 외지인을 부르는 것이야!”
“허나, 위중한 일이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우리 위치가 외지인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도대체, 도대체 무엇을 어찌하려고?”
“다행히, 모두 기억을 잃은 모양입니다. 다행히, 우리에 대해서 그들은 아무 것도 모를 듯 합니다.”
“하아.”
은해 부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인간들이 우리를 알게 되면 어떻게 되는 지 알고 있는가? 인간들이 그 동안 우리를 어떻게 대접했는 지 말일세.”
“알고 있습니다.”
사내가 가만히 고개를 숙이며 낮은 목소리로 답을 했다.
“허나, 불의에 빠진, 위험한 상황에 처한 그들까지 모두 외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후우.”
은해 부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의 팔은 햇살을 받아, 마치 물고기의 그것마냥 반짝이고 있었다.
“그래서 도대체 무엇을 어찌 하고 싶다는 것이냐? 그 아이의 생각이 도대체 무엇인 것이야?”
“그저 다 나으면 보낼 것입니다.”
“다친 곳도 없다 하지 않았느냐?”
은해 부는 매서운 눈길로 사내를 바라봤다.
“그런데 지금 그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게야?”
“아마도, 그 사람들이 깨어나면 보낼 모양입니다.”
“무어라? 깨어나면? 그제야, 그제야 보내겠다는 것이냐?”
“예.”
“하아. 도대체 그 아이는 무슨 생각으로 그러한 짓을 벌이는 것이야? 어릴 적 제 동무가 인간들에게 잡혀가 그리도 많은 실험을 당하고, 그러한 고초를 당한 것을 벌써 잊었단 말이더냐?”
은해 부의 목소리는 그 누구를 향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원망의 어조가 조금이나마 섞여 있었다.
“내 당장 그 아이를 만나러 가야 하겠구나. 그 아이를 만나러 갈 수 있도록, 채비를 하려무나.”
“예.”
은해 부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버지.”
“도대체 무슨 짓인 게야!”
은해 부는 커다란 목소리로 은해를 다그쳤다.
“도대체, 도대체 너는 왜 자꾸 인간들을 도와주는 것이냐? 인간들이 우리에게 얼마나 잔인하게 굴었는데, 우리에게 얼마나 날카롭게 굴었는데! 그들의 칼이 너는 더 이상 두렵지 않은 것이냐?”
“두려워요.”
은해의 목소리가 가늘게 흔들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무엇이?”
“저 사람들을 그냥 버려요?”
간단한 타박상이 있어 보이는 외지인들.
“저 자들은, 그냥 내버려둔다면 알아서, 다른 이들이 와서 구해주고 갈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신경 쓸 거 없어.”
“거짓말인 거 알아요.”
“뭐?”
“다 안다고요.”
은해의 목소리가 가늘게 흔들렸다.
“이곳 근처에 아예 외지인들의 접근조차 막혀 있잖아요. 외지인들 절대로 올 수 없는 공간이잖아요.”
“은해야.”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저 사람들을 구해줄 수 있다고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건 그들의 사정이야. 이러한 곳에서 운전을 함부로 한 그런 그들의 사정이랑 말이다! 모르겠느냐?”
‘똑똑’
“누구세요?”
“나다.”
은해 모의 목소리였다.
“어, 엄마.”
‘딸깍’
방으로 들어서던 은해 모가 은해 부를 바라보고 잠시 발을 멈추었다.
“다, 당신이 여기에는 어쩐 일로 오신 거예요?”
“당신과 같은 이유가 아닌가 싶군.”
은해 부가 살짝 가시가 돋힌 목소리로 대꾸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나를 속이려고 한 거요? 나를 속일 수 있다고 그렇다고 생각을 한 겁니까?”
“속이고 싶지 않았어요. 당신에게 다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거예요?”
“됐소.”
은해 부가 은해를 바라봤다.
“도대체 너 무슨 생각을 하고 데리고 온 것이냐?”
“말씀 드렸잖아요.”
은해의 목소리가 가늘게 흔들렸다.
“저 사람들 그냥 죽여버릴 수는 없잖아요. 저 절대로 그렇게 못 해요. 절대로 그럴 수는 없다고요.”
“인간들이 우리를 보면 가만히 둘 수 있을 것 같아?”
“아빠.”
“당장 저들을 치워.”
“못 해요.”
은해가 다부진 표정으로 자신의 부친을 바라봤다.
“저는 어떻게 해서든지 저 사람들 살릴 거예요. 절대로, 절대로 저 사람들 죽이지 않을 거라고요.”
“너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하려고?”
“아빠 부탁이에요.”
은해가 간절한 표정으로 부친을 바라봤다.
“하아.”
“여보, 저 자들이 깨어나면 바로 보낼게요.”
은해의 말을 도와주는 은해 모다.
“저 자들 꺠어나면 아무런 뒤탈 없이, 제가 보낼 수 있도록 할 테니까 말이에요. 절대로, 걱정하지 말아요. 네? 그러니까, 제발, 제발 저 사람들 그냥 죽이지 말고 내버려 둡시다. 부탁입니다.”
“후우.”
은해 부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인간들이 그 동안 우리에게 어떻게 했는 지 몰라요? 외지인들이 우리를 얼마나 냉대했는지 말입니다. 인어라는 것이 무엇이 그리도 특별한 존재라고! 대통령이나 알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알고 있는 우리의 존재들을 왜 그렇게 쉬쉬하고, 아직도 숨어 살라고나 하고 말입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존재를 아는 것은 무리잖아요.”
“하아.”
은해 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등을 돌렸다. 반짝이는 지느러미가, 부친의 등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흐, 흐음.”
눈을 가늘게 뜨던 성오는 묘한 분위기에 바로 정신을 차렸다.
“뭐, 뭐야?”
이마를 짚으며 일어나는데 뭔가 이마에 둘러져 있었다. 붕대의 촉감은 아니었지만, 꽤나 단단한 것이 이마에 묶여 있었다.
“일어나셨어요?”
“?”
순간 성오의 눈이 커다래졌다.
“누, 누구세요?”
“자동차 사고가 나시지 않았어요?”
“아.”
눈 앞의 여인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성오를 바라봤다.
“다른 분들은 아직 일어나시지 못 하셨어요. 시장하지 않으세요? 시장하시다면 먹을 걸 바로 가져올게요.”
“아, 조금 배가 고프군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여인이 방을 나서고, 성오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 보았다. 둥근 형태의 방에는 창문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의 주위의 다른 침대에는 다른 친구들이 모두 누워 있었다. 보아하니 죽은 것 같지는 않고 그저 기절을 한 모양새였다.
“이건 무슨 냄새지?”
비린 내는 아닌데, 약간, 익숙하지 않은 향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바다의 향기와도 비슷했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더 연했고, 달콤하게 느껴지는 그러한 느낌의 향기가 그의 코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이것 좀 드세요.”
“고, 고맙습니다.”
어묵과 같이 생긴 것을 여인이 접시에 담아서 성오에게 건넸다. 이상하게 생긴 물건이기는 했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을 가리고, 어떻게 할 처지가 아니었기에, 그는 하나 입 안에 넣어 보았다.
“!”
“맛이 어떠세요?”
여인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완전 맛있어요.”
성오가 그녀를 향해 웃으며, 엄지를 치켜 올렸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은 적이 없습니다.”
“그것 참 다행이네요.”
여인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컵을 성오에게 건넸다.
“그것만 드시다간, 목이 메이실 수도 있으니, 이것도 함께 마시시면서 드세요.”
“고맙습니다.”
차? 물? 색은 약간 녹색을 띄고 있었으나, 구토를 유발하거나, 먹고 싶지 않은 그러한 녹색은 아니었다.
“흐음.”
향을 맡았는데 그리 역하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많이 드세요.”
목을 넘어갈 때, 부드러우면서도 굉장히 향긋한 것이 가득 차오르는 그러한 기분이 들었다. 부드럽고 깔끔했다.
“굉장히 맛이 좋네요.”
“다행이에요.”
여인은 싱긋 웃으며 성오를 바라봤다.
“그런데 도대체 여기가 어디죠? 제가 사고가 난 것 같기는 한데, 여기가 병원은 아닌 것 같거든요.”
“아.”
순간 여인의 얼굴이 굳었다.
“그, 그게.”
“?”
성오가 고개를 갸웃하며, 여인의 낯을 살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아니에요.”
여인은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여기는 병원이 없는 그냥 평범한 시골 동네예요. 다른 분들이 의식 찾으시면, 가실 수 있게 길 일러 드릴게요.”
“정말 고맙습니다.”
성오는 밝은 표정으로 답했다.
“고맙기는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건데요.”
“그나저나 여기가 어디죠?”
성오가 주머니에서 휴대 전화를 꺼내서 고개를 갸웃했다.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안테나가 안 뜨네요.”
“!”
여인의 눈이 흔들렸다.
“여, 여기가 되게 시골이라서 그래요.”
“그래요?”
성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 전화의 종료 버튼을 길게 눌렀다.
“그나저나 그 쪽 이름은 어떻게 되시나요?”
“저요?”
“네.”
여인이 밝게 미소를 지으며 성오를 바라봤다.
“제 이름은, 류은해 예요. 류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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