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의 판타지
오 나의 공주님!
첫 번째 이야기
“우와 날씨 무지하게 좋다.”
여진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창 밖으로 손을 뻗었다.
“집어 넣어, 다쳐.”
“어머, 너 지금 나 걱정해주고 있는 거야?”
“미친.”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입에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하는 순간,
“담배는 끊어. 그거 몸에 되게 안 좋아. 나 몸 안 좋은 그런 남자 친구 만나고 싶은 생각 없단 말이야.”
불이 붙어야 할 담배가 여진의 손에 들려 있었다.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계집애가 진짜 사내 새끼들 놀러가는데 따라오는 것만 해도 지금 무지하게 짜증나고 있거든? 그런데 너 지금 내가 뭘 하던 그렇게 신경을 쓰고 지랄인 거냐?”
“내가 너를 좋아하니까.”
여진은 내가 욕을 하던 말던, 싱긋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저 얼굴만 보면 이상하게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분명히, 여진이 나에게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이상하게 여진의 존재가 너무나도 불편했다.
“야, 여진아 그냥 줘라.”
운전을 하고 있던 상헌이 미소를 지으며 유쾌하게 대꾸했다.
“저 자식 완전히 골초인 거 너도 알잖냐? 저 녀석 지금 담배 없으면 금단 현상으로 발광할 걸?”
“미친.”
나는 낮게 욕을 내뱉고, 여진의 손에서 다시 담배를 낚아채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폐 가득히 차 오르는 연기가 꽤나 편안했다.
“그나저나 방은 확실하게 잡은 거냐?”
“어.”
세호가 안경을 똑바로 고쳐 잡으면서 대꾸했다.
“우리 아버지가 그러는데, 거기 완전히 좋은 곳이래. 거기 방 잡는 거 완전 힘들었다고는 하시는데, 그래도 다행히 잘 잡은 것 같아.”
“그래?”
나는 담배 연기를 깊게 한 번 내뿜고는 눈을 감았다.
“나 잔다. 도착하면 깨워.”
“왜 자게?”
옆에서 여진이 징징거리며 달라붙었다.
“여행은 놀러가는 길에 노는 그 맛에도 가는 거잖아. 응? 자지 말고 우리 같이 놀자? 응? 응?”
“시끄러.”
나는 담배를 창 밖으로 던지고 귀도 닫아 버렸다.
“야, 일어나.”
“벌써 다 온 거냐?”
“아니.”
상헌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휴게소야. 그리고 이제 네가 운전 좀 해라. 여기서 부산이 얼마인데 계속 나에게만 운전을 하라고 지랄이냐? 너희들이 언제 돈이라도 주고 지금 나 기사로 부려먹고 있는 거냐?"
“나, 나는 방을 잡았는 걸?”
“알아.”
세호가 손을 들고 작게 말을 하자 상헌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나를 응시했다.
“이 정도는 해라.”
“알았어.”
나는 투덜거리며, 운전석에 가서 앉았다. 모든 것이 낯선 기분이었다. 운전석도, 자동차 핸들도 너무나도 낯설었다.
“너 왜 그래?”
“아, 아니야.”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심호흡을 살짝 했다.
“그럼 출발한다.”
“얏호!”
그렇게 시동을 걸고, 천천히 출발을 했다. 생각보다 운전이라는 것이 어려운 모양이었다.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것일까?
“야! 조심해!”
“어?”
순간 앞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우왓!”
“꺄악!”
“뭐야!”
“내 마음대로 아무 것도 안 움직여.”
손을 움직여서 핸들을 다시 잡으려고 했지만, 아무 것도 만져지지 않았다.
“조심해! 앞에, 앞에!”
“으악!”
그리고 아무런 기억이 없었다.
“누구니?”
“몰라요.”
은해가 한 사내를 내려 놓으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이 근처에서 교통 사고라도 난 모양이에요. 이 사람 말고, 다른 사람들도 몇이 누워 있더라고요.”
“이런.”
은해 모가 입을 가리고 고개를 저었다.
“다친 사람은 어디 없어?”
“네. 그냥 바다로 떨어졌던 모양이에요. 그 사람들이 전부일 지에 대해서는 자신은 없지만, 만일 이 사람들이 전부라면, 아무도 죽지 않았던 거예요.”
“그래.”
은해 모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서 다른 사람들도 모시고 와.”
“네.”
은해가 멀어지는 것을 보며 은해 모가 가만히 사내를 살폈다.
“!”
순간 은해 모의 얼굴이 굳었다.
“이, 이 사내는.”
은해 모는 입을 가리고, 황급히 방을 나섰다.
“어라?”
방에 모든 사람들을 다 옮겨 놓은 은해가, 이마의 땀을 닦으면서 주위를 둘러 보았다. 모친이 사라졌다.
“엄마? 엄마!”
“어.”
밖에서 얼굴이 하얗게 변한 모친이 겨우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다.
“왜?”
“사람들 다 옮겼어요.”
“그래?”
“무슨 일이에요?”
은해가 고개를 갸웃하며 모친을 살폈다.
“뭐, 뭐가 무슨 일이야?”
“지금 엄마 얼굴에 식은 땀이 장난이 아니에요. 어디, 무슨 일이라도 생기셨어요? 무슨 일이세요?”
“아니야.”
은해 모가 겨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저 사람들이 전부이니?”
“네.”
은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선생님 모시고 올게요.”
“갈 필요 없어.”
“네?”
은해가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의 모친을 돌아봤다.
“선생님께 갈 필요가 없다니요?”
“너도 알고 있잖아? 우리 마을에 평범한 사람들이 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거 말이야.”
“그, 그렇지요.”
은해가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엄마, 저 사람들은 어떻게 해요? 다들 조금 큰 일이 난 듯한 모양새인데 말이에요. 괜찮겠어요?”
“그런 것 같네.”
은해 모가 사람들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심각하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아.”
“정말이요?”
“그래.”
“우와.”
은해가 밝게 미소를 지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다행이에요.”
“그나저나 너 이번에는 정말로 혼이 날 지도 몰라. 아버지께서 그렇게 외지 사람들 무시하라고 경고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리 사고가 났다고 하지만 어떻게 이리로 데리고 오니?”
“그럼 어떻게 해요?”
은해가 입을 잔뜩 내밀며 모친을 바라봤다.
“그럼 사람들 죽게 내버려둬요?”
“그래.”
“에?”
은해가 입을 떡 벌렸다.
“저, 정말이요?”
“그래 정말.”
은해 모친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은해를 살폈다.
“너 그런 사람 그냥 죽게 내버려 둬.”
“엄마.”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은해 모가 슬픈 표정으로 은해를 살피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너 또 다른 사람 데리고 오고 그러면, 아버지께서 걱정을 하신다고, 너 정말 그렇게 되다가 나중에 경을 쳐. 너 정말 큰일 날 수가 있어. 아버지꼐서 외지인 얼마나 싫어하는 지 모르니?”
“알아요.”
은해가 팔을 널어뜨리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냥 보낼 수는 없잖아요.”
“모르겠다. 나는.”
은해 모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의자에 앉았다.
“아무튼 너 조심해야 해.”
“네?”
은해가 눈을 깜빡였다.
“뭐를 또 조심해요?”
“네 아버지.”
“알았어요.”
“그래, 그러면 나는 이만 가 보마, 이 방에서 내가 오래 있는 거 보면, 너희 아버지께서 또 역정 내실 거야. 알았지?”
“네.”
은해 모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은해에게 말을 하자, 은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 사람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보니까, 크게 다치지 않은 것 같아. 가만히 나 두어도 괜찮을 거야.”
“정말 괜찮은 거예요? 사람들 보니까, 지금 아무 정신도 찾지 못 하고, 저렇게 누워 있는데요?”
“괜찮은 거야.”
은해 모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괜찮은 거니까 신경 쓰지 마.”
“네.”
“그럼 엄마 정말로 갈게.”
“네, 가세요.”
“응.”
‘쾅’
“하아.”
은해가 한숨을 내쉬면서 의자에 무너져 내리 듯 주저 앉았다.
“아버지께 또 뭐라고 말씀 드리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흐음.”
은해가 미소를 지으면서 누워 있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다들 정말 아무 일도 없다는 거지.”
마음이 놓였다.
“뭐라고?”
은해 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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