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오! 나의 공주님 [완]

오! 나의 공주님 - [세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8. 19. 21:10

 

 

 

여름 날의 판타지

 

! 나의 공주님

 

 

세 번째 이야기

 

 

 

그 사람들에게 그렇게까지 모질게 굴 필요는 없었던 거잖아요? 어차피 떠날 사람인데요.

 

당신도 봤죠?

 

?

 

은해 모가 눈을 깜빡이며, 은해 부를 바라봤다.

 

무엇을 봤다고 묻는 거예요?

 

그 남자 말입니다.

 

!

 

은해 모의 눈이 가늘게 흔들렸다.

 

봤구려, 그런데도, 그런데도 당신은 지금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 우리 은해가 죽을 수도 있어요. 우리 은해의 목숨을 가져갈 수도 있는, 그러한 사내가 나타난 거란 말입니다. 알아요?

 

알아요.

 

은해 모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무조건 그러란 법은 없잖아요.

 

어떻게 전설을 무시해!

 

은해 부가 언성을 높였다.

 

우리에게 전설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몰라서 그러는 거요? 분명, 그 사내는 우리 은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거야. 그렇게 되고 말 거라는 걸 몰라서 하는 말이요?

 

하아.

 

은해 모가 이마에 손을 짚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나는 모르겠어요.

 

당장 내 보내야 해.

 

은해 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의 눈에는 무언가 깊으면서도, 슬픈 눈빛이 담겨 있었다.

 

나는 절대로, 절대로 우리 은해를 다치게 할 수 없어. 그 전설의 희생양으로 삼을 수 없단 말이야.

 

전설.

 

나는 믿어.

 

은해 부의 표정은 진지했다.

 

나는 그 전설이라는 것을 믿는다고.

 

나도 믿어요.

 

은해 모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은해가 눈을 깜빡이며 모친을 바라봤다.

 

, 도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전설이라니요? 도대체 무슨 전설이라서 사람들 보내야 하는 건데요?

 

인어가 사람을 사랑하면 물거품이 된다는 그 전설 말이야. 너도 동화로 읽어서 알고 있잖아.

 

?

 

은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거 그냥 동화 아니었어요?

 

아니야.

 

?

 

갑자기 굳어 버린, 모친의 표정에 은해의 얼굴 역시 굳었다.

 

그게, 동화가 아니었다고요? 동화가 아니라, 진짜로 우리들의 전설이라고요? 그게 사실이라고요?

 

그래.

 

은해 모가 슬픈 눈으로 은해를 바라봤다.

 

우리 인어가 인간을 사랑한다면, 정말 물거품이 되는 운명으로 닿을 수 밖에 없게 되어 있어.

 

만에 하나 그렇다고 해도 무슨 상관이에요.

 

은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누군가와 사귀는 것도 아닌데요.

 

아니.

 

?

 

모친이 가만히 고개를 저으면서, 말을 하자 은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사내랑 너랑 어떠한 인연으로 엮여 있다는 거, 너는 혹여나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거니?"

 

그런 거 전혀 몰라요.

 

은해가 고개를 저으며, 모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혹시나, 그런 마음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제가 그 마음 억지로라도 죽일 테니까 걱정을 하지 마세요.

 

하아.

 

은해 모가 깊게 한숨을 토해냈다.

 

너 똑똑한 아이인 거 나도 잘 알아.

 

그러니까 저 좀 믿어주세요.

 

은해가 싱긋 웃었다.

 

아무런 사고 치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 알았어.

 

은해 모가 고개를 끄덕이며, 은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엄마는 너 믿어. 그러니까 잘 해.

 

.

 

 

 

?

 

문을 만지던, 성오가 살짝 멈칫했다.

 

차갑다?

 

이 여름에 이렇게 시원한 곳은 어디에 있는 거지? 성오는 고개를 갸웃하며 문을 열었다. 비릿한 바다 내음이 확 밀려왔다.

 

!

 

그리고 성오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바다?

 

그런데, 숨을 쉴 수가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예요?

 

, 은해 씨?

 

어서 들어가요!

 

은해가 다급히 외치며 성오에게 달려왔, 아니 미끄러졌다.

 

, 지금.

 

일단 들어가요.

 

분명히 은해의 다리, 아니 다리가 달려 있어야 할 곳에는 다리가 아닌 다른 것이 달려 있었다.

 

, 허 참.

 

성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많이 놀랐어요?

 

, .

 

성오가 떨리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에요? 내가 꿈이라도 꾸는 건가요?

 

아니요.

 

은해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꿈이 아니에요.

 

, 꿈이 아니라고요?

 

성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은해의 낯을 살폈다.

 

지금 내가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상황인 겁니까? ?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예요.

 

하아.

 

은해가 깊은 한숨을 토해냈더니 엷게 미소를 지었다.

 

성오 씨는 전설을 믿는 편이예요?

 

전설이요?

 

.

 

전설이라.

 

성오가 가만히 은해의 말을 곱씹으며, 미간을 모았다.

 

전설이라는 것은, 모두 인간이 만들어 낸 그저 허구에 불과한 것 아닌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그래요?

 

은해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성오를 바라봤다.

 

무슨 일인데 그래요?

 

제가 전설이거든요.

 

?

 

성오가 눈을 깜빡였다.

 

그게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제가 바로 전설이라고요.

 

은해가 싱긋 웃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보고도 모르시겠어요?

 

, 설마.

 

성오의 눈이 점점 커다래졌다.

 

바다 내음, 그리고 아까 그것은 분명히 물고기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그리고 저 반짝이는 피부, 이것들은 분명.

 

, 지금, 그러니까, 그러니까 은해 씨의 말씀은 은해 씨가 인어라고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

 

은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어예요.

 

.

 

성오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인어라는 게, 도대체, 어떻게 있는 겁니까?

 

못 믿겠어요?

 

, 당연히 못 믿죠.

 

.

 

은해가 낮게 웃더니 성오를 바라봤다.

 

믿게 해줄게요.

 

?

 

은해가 살짝 아래 입술을 물고는, 자신의 팔을 살짝 더듬었다. 그리고, 어느 지점을 찾고는 엷게 미소를 지은 뒤,

 

 

!

 

팔에서 무언가를 떼어 냈다.

 

.

 

, 괜찮아요?

 

.

 

은해의 팔에서는 살짝 피가 맺혔지만, 은해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면서, 성오를 바라봤다. 그녀의 손에는 비늘 한 조각이 들려 있었다.

 

이제 믿겠어요?

 

!

 

성오의 얼굴이 굳었다.

 

저 정말로 인어예요.

 

, 하하.

 

성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어떻게, 어떻게 인어라는 것이 진짜로 있을 수가 있는 거예요? 그게,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어떻게, 이 세상에 인어라는 것이 있다고 말을 하는 거예요? 그게 말이 돼요?

 

지금 보고 있잖아요.

 

은해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지금 눈 앞에서 보면서도 믿지 못하는 거예요?

 

!

 

저 정말 인어 맞아요.

 

.

 

성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지금 이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까?

 

그냥이요.

 

은해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리고 당신 이제 조심해야 할 거예요?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우리는 존재 자체가 비밀이거든요.

 

, 그런데요.

 

비밀을 안 사람들은.

 

!

 

성오의 목 울대가 크게 한 번 움직였다.

 

모두 죽여요.

 

, 정말입니까?

 

성오의 목소리가 가늘게 흔들렸다.

 

정말 죽이는 겁니까?

 

아니요. 뻥이에요.

 

싱긋 웃는 은해와 다르게 성오의 표정은 영 무엇을 씹은 표정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