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의 판타지
오! 나의 공주님
여덟 번째 이야기
“!”
은해 모의 얼굴이 굳었다.
“어, 어머니, 도대체 어찌 그러한 표정을 지으시는 것입니까? 네? 어서 말씀을 해주십시오?"
“어서 아버지를 뫼셔오너라.”
“예?”
은해가 눈을 커다랗게 뜨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 아버지는 왜?”
“어서!”
은해 모가 비명을 지르 듯 말했다.
“어서 모셔 오거라!”
“예.”
은해가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서자, 그제야 긴장을 푸는 은해 모였다.
“말도 안 되는 일이야.”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온도계에 온도는 12.5%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그 온도에 올라 있었다.
“어찌 하려는 게야?”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지금은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어머니의 심부름입니다.”
“흐음.”
장로 회장을 지켜야 하는 호위 무사 인어가 잠시 미간을 모으더니, 은해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렇다면 예서 기다려 주십시오.”
“예.”
호위 무사 인어가 낮게 기침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회장님.”
“무슨 일인가?”
“따님이 오셨습니다.”
“어인 일로?”
“처께서 부르신다고 합니다.”
“흐음.”
잠시 아무런 말이 들리지 않았다.
“내 곧 나갈 터이니, 그 아이는 먼저 제 방으로, 돌아가 나를, 그리고 제 어미의 명을 기다리라고 하거라.”
“예.”
말이 끝나고 호위 무사가 은해를 바라봤다.
“다 들으셨지요?”
“허나.”
“어서 돌아가시지요.”
호위 무사가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 여기에 서 계신다면, 저는 분명, 장로 회장님께 또 한 번 혼이 나고 말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은해가 천천히 등을 돌렸다.
“그러니 잘 생각하셔야 할 것입니다.”
“네.”
은해 부는 가만히 성오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는 아무도 죽지 않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 누구도 사그라들지 않기를 원합니다. 허나,”
“알지요.”
은해 부가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그 동안의 자신의 삶을 버려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다르고, 너무나도 힘이 든 일이 분명한 것이지요.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어떻게 하고 싶어도, 어떻게 될 수가 없는 분명 그런 일이지요.”
“방법은 없는 것입니까?”
“두 사람이 아이를 낳는다면.”
“?”
“달라집니다.”
“아이라고요?”
“그건 나중에.”
은해 부가 힘이 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금 내가 그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은 편이 아닙니다. 저 역시 어떻게 되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일단 조금만 우리 인어들을 믿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성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때문에 이리 된 문제도 있으니까요.”
“고맙습니다.”
“그래 나를 왜 찾은 것입니까?”
“비늘의 의미를 잘 알고 계시지요?”
“예?”
은해 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의 처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비늘의 의미는 왜 물어보시는 것입니까?”
“비늘의 의미, 말입니다.”
“흐음.”
은해 부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사모하는 자거나, 혹은 정인에게만 그것을 건네주는 것이 바로 우리의 법이 아니었습니까?”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예?”
순간 은해 부의 얼굴이 굳었다.
“서, 설마?”
“맞습니다.”
은해 모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은해 그것이, 그것이 정녕, 그러한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는 말입니다! 이제 어떻게 하는 겁니까?”
“하아.”
은해 부가 깊게 한숨을 토해냈다.
“결국 아무 것도 막을 수 없게 되었군요.”
“그렇습니다.”
은해 모가 슬픈 표정으로 그녀의 남편을 바라봤다.
“도대체 무엇을 어찌해야만 된다는 것입니까?”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겠지요.”
“!”
은해 모의 눈이 커다랗게 변한 채로 가늘게 흔들렸다. 인간과 인어의 사랑이라는 것, 그것이 정녕 가능한 것일까?
“두 사람은 너무나도 종이 다릅니다.”
“다르기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겠소?”
은해 부가 간절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서로가 같기만 하다면, 그 어디 감히 사랑이라는 것을 이야기 할 수가 있겠습니까? 아니지요.”
“허나 서로가 서로를 두려워 할 것입니다.”
은해 모가 슬픈 눈으로 은해 부를 바라봤다.
“이대로 되다가는 결국 우리 은해, 그 아이 혼자서 죽음의 길로 갈 수 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그것도 운명이겠지요.”
“여보!”
은해 모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
“어, 어떻게. 어떻게 당신은 당신의 딸이 지금 죽을 지도 모르는데 그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요? 설마, 설마 은해 그 아이가 그 인간을 데려온 것이니 스스로 책임을 지라는 것인가요?”
“그런 게 아니오.”
“그러면요?”
은해 모가 그녀의 남편에게 따지 듯 물었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나도 담담하게 구는 자신의 남편이 모질게 느껴졌다. 때로는 이러한 상황에 걱정을 하거나 감정을 드러내도 좋을 것을, 그녀의 남편은 그 어떤 상황이 닥친다고 하더라도, 전혀 감정을 내세우지 않았다.
“용왕의 뜻입니다.”
“예?”
순간 은해 모의 얼굴이 굳었다.
“그, 그것이 무슨?”
“모든 것이 다 용왕 님의 뜻이라는 말입니다.”
“하.”
은해 모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도, 도대체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 것입니까? 어찌, 어찌 용왕님께서 이러한 일을 계획하신다는 말입니다. 아, 아니 어떻게 용왕님께서 저희 인어들에게 해를 주신다는 말씀입니까?”
“해가 될 지는 모를 일이지요.”
“예?”
은해 모가 눈을 깜빡였다.
“무, 무슨.”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기회라고요?”
“예.”
은해 부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만히 자신의 아내를 바라보았다. 몇 시간 사이, 그의 부인은 참 많이도 늙은 모습이었다. 아마도 지금 이러한 상황이 그녀를 지치게 만드는 그러한 상황인 모양이었다.
“그저 따르면 되겠지요.”
“하아.”
은해 모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엇이라도 되는 것이 있겠습니까?”
“있겠지요.”
은해 부가 가만히 말을 했다.
“그것이 모두 용왕 님의 뜻이니 말입니다.”
“하아.”
은해 모가 싶은 한숨을 토해냈다.
“은해야!”
“어? 해동.”
은해가 미소를 지으며 해동을 맞았다.
“무슨 일이야?”
“네가 위험에 빠졌다고 해서 말이야.”
“아.”
바로 은해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해동은 은해에게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데.
“그래 무슨 일이야?”
“별 일 아니야.”
은해가 겨우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저 내가 또 바보 같이 무슨 짓을 벌여서 그러한 것이지,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야.”
“인간이라며?”
“응.”
은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다보니까, 인간을. 이 마을로 들이게 되었네.”
“하.”
해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게 너 어떠한 의미인지 알고 있어?”
“알고 있어.”
은해가 슬픈 미소로 답했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나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말이야.”
“후우.”
해동이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너 그거 네 목숨을 위협하는 그러한 일이 될 수도 있는 거야.”
“알아, 내 목숨이 위협이 된다는 거.”
“하아.”
해동이 가만히 은해를 바라봤다.
“도망가자.”
“어?”
“도망가자고.”
해동의 눈은 진실되고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나 이대로 너를 죽일 수 없어.”
“하지만 나 도망갈 수 없어.”
은해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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