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오! 나의 공주님 [완]

오! 나의 공주님 - [아홉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8. 31. 18:44

 

 

여름 날의 판타지

 

! 나의 공주님

 

 

아홉 번째 이야기

 

 

 

어째서 도망을 갈 수가 없다는 거야? 그저, 그저 지금 이 상황에서 달아나면 되는 건데 왜 안 된다는 거야?

 

도망갈 수 없는 거거든.

 

?

 

해동이 따지 듯 물었다.

 

그저 인간을 이 마을로 끌고 온 것이잖아. 그리고, 너 설마 그 물거품의 인연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버린 거야?

 

.

 

은해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내가 도망갈 수 없어. 내가 도망가게 되면, 누군가가 죽어 버리게 될 테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도망가자.

 

?

 

은해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해동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도망가자는 그것이 무슨 말이야?

 

네가 죽을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야.

 

어째서?

 

?

 

순간 해동의 얼굴이 굳었다.

 

, 어쨰서라니?

 

나 이미 그에게 내 비늘을 주었어.

 

!

 

해동이 멈칫하며, 주춤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지금 은해가 하는 이야기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 것일까? 도대체, 도대체 누구에게 비늘을 주었다고, 지금 은해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 은해 너 지금 무어라고 말을 했어?

 

비늘을 주었다고, 나 그 사내에게 내 비늘을 주었어.

 

?

 

해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되었어.

 

은해가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너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해동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 너 하나만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행동을 하고 있는데! 네가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네가 나에게 이럴 수가 있는 거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냐고?

 

어쩔 수 없잖아.

 

은해가 슬픈 눈으로 해동을 바라보더니, 가만히 그에게로 한 걸음 다가와서, 해동의 품에 가볍게 안겼다.

 

, 은해.

 

미안해. 해동.

 

은해의 눈에 투명한 눈물이 맺혀싿.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하지만 너도 알고 있잖아. 그 운명이라는 것을 거스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걸 말이야.

 

하아.

 

해동이 깊게 한숨을 토해냈다.

 

이미 끝이 나 버린 거니?

 

.

 

은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모든 것이 다 끝이 났어.

 

후우.

 

순간 해동은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겼다.

 

, 은해야. 네 몸이.

 

?

 

은해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뒤로 반 걸음 물러났다.

 

내 몸이 무엇이?

 

지금 너, 네 몸이 엄청나게 뜨겁다는 거 알고 있어? 지금 네 몸 무지하게 뜨겁다는 걸 말이야.

 

. 알아.

 

은해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내 몸이 무지하게 뜨거워지고 있데, 어머니 말씀으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그렇대.

 

?

 

해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

 

은해가 해동의 눈을 들여다 봤다.

 

그러니까 우리 이제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거야.

 

하아.

 

해동이 깊게 한숨을 토해냈다.

 

그러니까 결국 아무 것도 바뀔 수가 없다는 그러한 이야기를 하는 거야?

 

.

 

은해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것도 변할 것이 없어.

 

하아.

 

해동이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내가 막을 거야.

 

?

 

어떻게든 막을 거라고.

 

어떻게 네가 막을 수 있다는 거야?

 

은해가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해동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자신을 위하고 있다는 건 그녀 역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얼마나 자신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해주었는 지도 잘 알고 있었다. 더 이상 그에게 아무런 힘이 드는 일을 맡길 수 없었다.

 

이제 내가 다 알아서 할 수 있어. 내 일인 거니까. 더 이상 너에게 힘이 들게, 너를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

 

하아.

 

해동이 고개를 저으며, 다시 은해를 품에 꽉 끌어 안았다.

 

네가 나는 너무 좋아.

 

!

 

은해의 눈이 흔들렸다.

 

너 그거 알고 있니?

 

뭘 알아?

 

네가 인간이 된다면, 나는 너의 인연이 될 거야.

 

!

 

은해의 얼굴이 굳었다.

 

인연이라는 거 만들어질 수 없다고들 하지? 하지만 나는 문어 마녀에게 찾아갈 거야. 네가 꼭, 꼭 다시 나의 인연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너 정말로 간절하게, 그렇게 원하고 말 거야.

 

그러지 마.

 

은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나 절대로 해동이 너에게 아무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네가 얼마나 좋은 친구인데, 나 그럴 수 없어.

 

그렇다면, 너 조금만 더 그 사람을 멀리 하려고 노력을 하란 말이야. 나는 네가 정말로 좋다고.

 

해동아.

 

나 절대로 포기 안 해.

 

해동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나 너를 사랑할 거란 말이야.

 

!

 

은해의 눈동자가 가늘게 흔들렸다.

 

 

 

미안해들.

 

성오가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친구들을 바라봤다.

 

괜히 나 때문에, 내 탓에 너희들에게 나쁜 일이 생겨버린 거잖아. 상헌이 너에게도 미안하고, 세호 너에게도 너무나도 미안하고, 나 정말, 여진이 너에게 조차 너무나도 미안하게 되었다.

 

세 사람 모두 죽은 듯이 잠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깨어나면 아무 일 없을 거야.

 

성오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내가 꼭 노력할게.

 

그녀를 사랑할 수 있도록.

 

 

 

뭐라고요?

 

한국의 대통령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그것을 나보고 그냥 들으라는 것입니까?

 

일단 앉으시지요.

 

호위 무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지금 더 이상 위협을 가하지 마십시오.

 

하아.

 

한국의 대통령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우리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그저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것입니다.

 

은해 부가 정중한 표정을 지었다.

 

곧 돌아갈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그 곧이라는 게 언제라는 거요!

 

한국의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고함을 질렀다.

 

나보고 지금 자국의 국민 안전보다 당신들 같은 미개한 종족의 보호를 먼저 앞으로 내세우라는 것입니까?

 

미개한 종족이요?

 

호위 무사가 한국의 대통령 목에 칼을 가져 갔다.

 

!

 

한국의 대통령 옆의 경호원은 재빨리 총을 빼 내어서, 호위 무사의 심장을 겨누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 칼을 거두게.

 

하지만.

 

어서!

 

은해 부가 고함을 질렀다.

 

지금 우리가 싸움을 하자고 온 것이 아니지 않은가? 우리 두 사람 지금 함께 이야기를 하자고 온 겁니다. 우리 두 사람 지금 인간과 함께 행복해지자고, 그렇게 지금 이 자리에 온 거라고요.

 

하아.

 

호위 무사가 검을 내리자, 경호원도 총을 내렸다.

 

이거 살벌해서 이야기나 하겠습니까?

 

한국의 대통령이 미소를 지었다.

 

지금 이 상황 우리 두 사람, 우리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일들 말이죠. 이것이 바로 그대와 나 단 둘 사이의 일이 아니라, 인간과 인어 사이에 있는 커다란 일이라는 것입니다.

 

.

 

은해 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지금 원만하게 이야기를 하자고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닙니까. 일단 앉으시지요. ?

 

하아.

 

한국의 대통령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래, 도대체 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까?

 

지금 바로 두 사람을 보낸다면, 결국 그 둘 모두 죽어야만 하는 운명에 닥칠 수 밖에 없습니다.

 

흐음.

 

그러니 수를 쓰시죠.

 

수요?

 

한국의 대통령이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무슨 수를 쓰자는 것입니까?

 

2년만 기다려주십시오.

 

.

 

한국의 대통령이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났다.

 

2년을 기다리면 무엇이 달라진다는 것입니까?

 

달라질 것 없죠. 허나, 지금 그대로의 상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두 달.

 

한국의 대통령이 단호히 말했다.

 

딱 두 달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가지.

 

.

 

대통령! 이 대통령!

 

이미 대통령은 방을 나간 후였다.

 

하아.

 

은해 부가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