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의 판타지
오! 나의 공주님
아홉 번째 이야기
“어째서 도망을 갈 수가 없다는 거야? 그저, 그저 지금 이 상황에서 달아나면 되는 건데 왜 안 된다는 거야?”
“도망갈 수 없는 거거든.”
“왜?”
해동이 따지 듯 물었다.
“그저 인간을 이 마을로 끌고 온 것이잖아. 그리고, 너 설마 그 물거품의 인연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버린 거야?”
“응.”
은해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내가 도망갈 수 없어. 내가 도망가게 되면, 누군가가 죽어 버리게 될 테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도망가자.”
“응?”
은해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해동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도망가자는 그것이 무슨 말이야?”
“네가 죽을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야.”
“어째서?”
“어?”
순간 해동의 얼굴이 굳었다.
“어, 어쨰서라니?”
“나 이미 그에게 내 비늘을 주었어.”
“!”
해동이 멈칫하며, 주춤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지금 은해가 하는 이야기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 것일까? 도대체, 도대체 누구에게 비늘을 주었다고, 지금 은해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으, 은해 너 지금 무어라고 말을 했어?”
“비늘을 주었다고, 나 그 사내에게 내 비늘을 주었어.”
“하?”
해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되었어.”
은해가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너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해동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너, 너 하나만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행동을 하고 있는데! 네가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네가 나에게 이럴 수가 있는 거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냐고?”
“어쩔 수 없잖아.”
은해가 슬픈 눈으로 해동을 바라보더니, 가만히 그에게로 한 걸음 다가와서, 해동의 품에 가볍게 안겼다.
“으, 은해.”
“미안해. 해동.”
은해의 눈에 투명한 눈물이 맺혀싿.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하지만 너도 알고 있잖아. 그 운명이라는 것을 거스를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걸 말이야.”
“하아.”
해동이 깊게 한숨을 토해냈다.
“이미 끝이 나 버린 거니?”
“응.”
은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모든 것이 다 끝이 났어.”
“후우.”
순간 해동은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겼다.
“으, 은해야. 네 몸이.”
“응?”
은해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뒤로 반 걸음 물러났다.
“내 몸이 무엇이?”
“지금 너, 네 몸이 엄청나게 뜨겁다는 거 알고 있어? 지금 네 몸 무지하게 뜨겁다는 걸 말이야.”
“아. 알아.”
은해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내 몸이 무지하게 뜨거워지고 있데, 어머니 말씀으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그렇대.”
“하?”
해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응.”
은해가 해동의 눈을 들여다 봤다.
“그러니까 우리 이제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거야.”
“하아.”
해동이 깊게 한숨을 토해냈다.
“그러니까 결국 아무 것도 바뀔 수가 없다는 그러한 이야기를 하는 거야?”
“응.”
은해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것도 변할 것이 없어.”
“하아.”
해동이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내가 막을 거야.”
“뭐?”
“어떻게든 막을 거라고.”
“어떻게 네가 막을 수 있다는 거야?”
은해가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해동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자신을 위하고 있다는 건 그녀 역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얼마나 자신을 위해서 많은 일을 해주었는 지도 잘 알고 있었다. 더 이상 그에게 아무런 힘이 드는 일을 맡길 수 없었다.
“이제 내가 다 알아서 할 수 있어. 내 일인 거니까. 더 이상 너에게 힘이 들게, 너를 아프게 하지 않을 거야.”
“하아.”
해동이 고개를 저으며, 다시 은해를 품에 꽉 끌어 안았다.
“네가 나는 너무 좋아.”
“!’
은해의 눈이 흔들렸다.
“너 그거 알고 있니?”
“뭘 알아?”
“네가 인간이 된다면, 나는 너의 인연이 될 거야.”
“!”
은해의 얼굴이 굳었다.
“인연이라는 거 만들어질 수 없다고들 하지? 하지만 나는 문어 마녀에게 찾아갈 거야. 네가 꼭, 꼭 다시 나의 인연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너 정말로 간절하게, 그렇게 원하고 말 거야.”
“그러지 마.”
은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나 절대로 해동이 너에게 아무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네가 얼마나 좋은 친구인데, 나 그럴 수 없어.”
“그렇다면, 너 조금만 더 그 사람을 멀리 하려고 노력을 하란 말이야. 나는 네가 정말로 좋다고.”
“해동아.”
“나 절대로 포기 안 해.”
해동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나 너를 사랑할 거란 말이야.”
“!”
은해의 눈동자가 가늘게 흔들렸다.
“미안해들.”
성오가 낮은 목소리로 자신의 친구들을 바라봤다.
“괜히 나 때문에, 내 탓에 너희들에게 나쁜 일이 생겨버린 거잖아. 상헌이 너에게도 미안하고, 세호 너에게도 너무나도 미안하고, 나 정말, 여진이 너에게 조차 너무나도 미안하게 되었다.”
세 사람 모두 죽은 듯이 잠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깨어나면 아무 일 없을 거야.”
성오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내가 꼭 노력할게.”
그녀를 사랑할 수 있도록.
“뭐라고요?”
한국의 대통령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그것을 나보고 그냥 들으라는 것입니까?”
“일단 앉으시지요.”
호위 무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지금 더 이상 위협을 가하지 마십시오.”
“하아.”
한국의 대통령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우리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그저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것입니다.”
은해 부가 정중한 표정을 지었다.
“곧 돌아갈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그 곧이라는 게 언제라는 거요!”
한국의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고함을 질렀다.
“나보고 지금 자국의 국민 안전보다 당신들 같은 미개한 종족의 보호를 먼저 앞으로 내세우라는 것입니까?”
“미개한 종족이요?”
호위 무사가 한국의 대통령 목에 칼을 가져 갔다.
“!”
한국의 대통령 옆의 경호원은 재빨리 총을 빼 내어서, 호위 무사의 심장을 겨누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 칼을 거두게.”
“하지만.”
“어서!”
은해 부가 고함을 질렀다.
“지금 우리가 싸움을 하자고 온 것이 아니지 않은가? 우리 두 사람 지금 함께 이야기를 하자고 온 겁니다. 우리 두 사람 지금 인간과 함께 행복해지자고, 그렇게 지금 이 자리에 온 거라고요.”
“하아.”
호위 무사가 검을 내리자, 경호원도 총을 내렸다.
“이거 살벌해서 이야기나 하겠습니까?”
한국의 대통령이 미소를 지었다.
“지금 이 상황 우리 두 사람, 우리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 모든 일들 말이죠. 이것이 바로 그대와 나 단 둘 사이의 일이 아니라, 인간과 인어 사이에 있는 커다란 일이라는 것입니다.”
“예.”
은해 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지금 원만하게 이야기를 하자고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닙니까. 일단 앉으시지요. 예?”
“하아.”
한국의 대통령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래, 도대체 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까?”
“지금 바로 두 사람을 보낸다면, 결국 그 둘 모두 죽어야만 하는 운명에 닥칠 수 밖에 없습니다.”
“흐음.”
“그러니 수를 쓰시죠.”
“수요?”
한국의 대통령이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무슨 수를 쓰자는 것입니까?”
“2년만 기다려주십시오.”
“하.”
한국의 대통령이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났다.
“2년을 기다리면 무엇이 달라진다는 것입니까?”
“달라질 것 없죠. 허나, 지금 그대로의 상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두 달.”
한국의 대통령이 단호히 말했다.
“딱 두 달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가지.”
“예.”
“대통령! 이 대통령!”
이미 대통령은 방을 나간 후였다.
“하아.”
은해 부가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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