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의 판타지
오! 나의 공주님
열한 번째 이야기
“뭐 하고 있었어요?”
“그냥 있었어요.”
“네?”
은해가 과일을 내려 놓으며 성오를 바라봤다.
“갑자기 왜 그렇게 뚱해지셨어요? 이곳 생활 중에서 무엇 하나 불편한 것이라도 있으세요?"
“다 불편합니다.”
성오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다 불편해서 지금 내가 이러는 것입니다.”
“성오 씨.”
은해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거예요?”
“나는 바람이 되기 싫습니다.”
“?”
은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그게 무슨.”
“나는 바람이 되기 싫다고요!”
성오가 고함을 질렀다.
“나는 바람이 되기 싫단 말입니다.”
“도대체 왜 당신이 바람이 되어요?”
은해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당신은, 당신이 바람이 된다고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네? 왜 그래요?”
“나 혼자 당신을 좋아하니까.”
“!”
은해의 눈이 흔들렸다.
“뭐, 뭐라고요?”
“내가 당신을 좋아하고 있는 것 같다고요. 지금 내 마음이 당신을 향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성오가 고개를 숙였다.
“지금 내 상황이 말도 안 되는 거 나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그런데 나는 당신이 좋아졌습니다.”
“성오 씨.”
은해가 입을 가렸다.
“당신은 나를 사랑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고 있어요? 그 의미를 알고 있는 거냐고요! 알고 있나요?”
“알고 있습니다.”
성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은해의 눈을 바라봤다.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것은, 다시는 내가, 내가 살던 그 곳으로 돌아갈 수 없단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말이죠.”
“맞아요.”
은해가 슬픈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나를 사랑한다면, 그렇게 된다면, 다시는 물 밖으로 나가서는 살 수가 없는 몸이 되 버려요.”
“하지만 당신은?”
“맞아요.”
은해가 성오의 눈을 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인어들이 물을 피해서 살 수 있는 시간은 각각의 인어마다 다른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가장 길게 버틸 수 있는 시간은 10시간을 채 넘지 못하는, 그러한 정도일 뿐입니다. 그러니 조심해야 하죠.”
“하.”
성오가 아래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할 여유도 없죠.”
“어째서요?”
“나만 당신을 좋아하니까.”
성오의 목소리가 가늘게 흔들렸다.
“당신의 곁에 있는 그 비린내 나는 물고기 그 한 마리 탓에, 내가 죽어야 하는 이유가 뭡니까!”
“설마?”
순간 은해가 입을 가리고 미소를 지었다.
“지금 해동이 보고 그러는 거예요?”
“해동?”
“네.”
“하. 그 이름 한 번 웃기네.”
성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슨 냉동 물고기를 해동하는 것도, 아니고, 해동이라는 이름이 도대체 뭘 말하는 겁니까?"
“바다해의 동녘 동”
“!”
“해동!”
“뒷 말은 되게 나쁜 건데.”
해동이 사과를 크게 한 입 베어 물면서 유쾌하게 말을 했다.
“은해 네가 좋아한다는 사람이 바로 그런 거였어?”
“해동아!”
“네?”
성오가 눈을 깜빡이면서, 해동과 은해를 바라봤다.
“반갑습니다.”
해동이 어느 샌가 사과를 없어지게 만든 후, 성오를 향해서 손을 척 하니 내밀어 보였다. 성오는 머뭇하며 가만히 해동을 바라봤다.
“에? 손 무안하게.”
“아. 네.”
성오가 손을 잡자 해동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기는 참 좋으신 분이군요.”
“무슨.”
“저는 이 아이와 정혼자였습니다.”
“!”
“해동이 너!”
긴장하고 있는 표정의 두 사람과 다르게, 해동은 여전히 여유가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우리 두 사람은 정혼자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바로 인간은 당신 탓이죠.”
해동이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놓았다.
“인간이라는 것은 이리도 따뜻한 느낌을 가진 생물이었군요. 제대로 만난 적이 없어서 말입니다.”
“그러십니까?”
순간 해동의 눈이 반짝였다.
“헛.”
“성오 씨!”
“죄송합니다.”
해동의 손 끝에 의해서, 성오의 손등에서 살짝 피가 흘러 나왔다.
“지금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
“은해 너도 알고 있잖아? 내가 궁금한 것은 절대로 참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말이야. 모르고 있었어?”
“나 참.”
은해가 자신의 새하얀 손수건으로 성오의 손을 꽉 묶었다.
“저는 괜찮아요.”
“괜찮기는요.”
은해가 성오를 노려봤다.
“너 아무리 내 오랜 친구라고 하지만, 네가 나의 인연에게 이러한 행동을 하는 거 가만히 봐주지는 못 하겠어.”
“이거 무섭네.”
해동이 장난스럽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무튼 이 피는 내가 가질 것입니다.”
“!”
어느 샌가 작은 구슬이 해동의 손에 들려 있었다.
“너 그걸로 뭐 하려고?”
“그냥 가지고 싶어서.”
해동이 씩 웃으며, 높게 뛰어 올라, 책장 위에 쪼그리고 앉았다. 놀라운 점프력을 지닌 자였다.
“별로 대단한 짓을 하려는 건 아니고, 그냥 이런 걸 가지고 싶었거든. 하지만 은해 너도 알고 있잖아. 우리 아버지는 인간을 만나는 것 조차 너무나도 혐오하고 싫어하시는 분이라는 걸 말이야. 그래서 내가 이렇게 인간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정말 처음이고 유일할 테니까.”
해동이 가만히 성오를 바라봤다.
“한 번은 용서를 하시겠지요?”
“물론입니다.”
성오가 짐짓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저 역시 인어라는 족속을 처음 보았을 때는 너무나도 신기하고, 너무나도 놀랍게 느껴졌으니까요.”
“좋습니다.”
해동이 다시 펄쩍 뛰어, 은해의 앞에 섰다.
“인간의 대표가 지금 어떻게 행동을 하고 있는지 들었어?”
“어?”
은해가 눈을 깜빡였다.
“무슨.”
“네가 물거품이 되던 말던, 일단 자신들의 인간을 내 놓으라고 하는 걸 너희 아버지가 막았다는 군.”
“하.”
은해가 입을 가렸다.
“그, 그게 정말이야?”
“그래.”
해동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인어들은 지금 인간들의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던 것에 불과해. 그러니까, 우리 인어들도 조금은 인간들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겠지.”
해동이 시선을 돌려 성오를 바라봤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무엇이 말입니까?”
“적어도 당신이 도망칠 일은 없으니 말입니다.”
해동이 쓸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신이 돌아간다면, 바람이 된다는 건 알고 있죠?”
“알고 있습니다.”
성오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입니까?”
“은해, 부탁합니다.”
“!”
해동이 무릎을 꿇었다.
“해, 해동아 네가 왜?”
“가만히 있어.”
해동의 눈은 슬프게 반짝였다.
“은해 이 아이는 정말로 내가 사랑하고 아끼고 있는 아이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나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은 다른 그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이리 부탁드립니다.”
해동의 눈은 진지했다. 성오는 그런 해동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수 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지금 당신이 하는 일이, 나중에 우리 인어와 당신들 인간 간 어떠하게 될 지는 모르고 있습니다.”
“예.”
성오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저희 두 사람 선택이 참 커다란 문제죠.”
“서로 사랑하도록 해 보세요.”
해동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더 어려운 일은, 자신들이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문제는 그것보다 뒤에 해결을 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6개월만 기다려 달라는 것입니다.”
해동 부의 입가에 비열한 미소가 떠 올랐다.
“어차피 그 순간이 된다면 지금의 장로 회장이 아무리 우긴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바뀔 수 없으니 말입니다.”
“흐음.”
바다 저편의 사내의 목소리는 탁했다.
“믿어도 되겠소?”
“그럼요.”
해동 부가 씩 웃었다.
“내가 누구입니까?”
“아, 물론 잘 알지요.”
“그럼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예.”
해동 부는 전화기를 내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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