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오! 나의 공주님 [완]

오! 나의 공주님 - [열한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9. 3. 22:00

 

 

 

여름 날의 판타지

 

! 나의 공주님

 

 

열한 번째 이야기

 

 

 

뭐 하고 있었어요?

 

그냥 있었어요.

 

?

 

은해가 과일을 내려 놓으며 성오를 바라봤다.

 

갑자기 왜 그렇게 뚱해지셨어요? 이곳 생활 중에서 무엇 하나 불편한 것이라도 있으세요?"

 

다 불편합니다.

 

성오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다 불편해서 지금 내가 이러는 것입니다.

 

성오 씨.

 

은해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거예요?

 

나는 바람이 되기 싫습니다.

 

?

 

은해가 고개를 갸웃했다.

 

, 그게 무슨.

 

나는 바람이 되기 싫다고요!

 

성오가 고함을 질렀다.

 

나는 바람이 되기 싫단 말입니다.

 

도대체 왜 당신이 바람이 되어요?

 

은해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당신은, 당신이 바람이 된다고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 왜 그래요?

 

나 혼자 당신을 좋아하니까.

 

!

 

은해의 눈이 흔들렸다.

 

, 뭐라고요?

 

내가 당신을 좋아하고 있는 것 같다고요. 지금 내 마음이 당신을 향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성오가 고개를 숙였다.

 

지금 내 상황이 말도 안 되는 거 나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그런데 나는 당신이 좋아졌습니다.

 

성오 씨.

 

은해가 입을 가렸다.

 

당신은 나를 사랑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고 있어요? 그 의미를 알고 있는 거냐고요! 알고 있나요?

 

알고 있습니다.

 

성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은해의 눈을 바라봤다.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것은, 다시는 내가, 내가 살던 그 곳으로 돌아갈 수 없단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말이죠.

 

맞아요.

 

은해가 슬픈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나를 사랑한다면, 그렇게 된다면, 다시는 물 밖으로 나가서는 살 수가 없는 몸이 되 버려요.

 

하지만 당신은?

 

맞아요.

 

은해가 성오의 눈을 보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인어들이 물을 피해서 살 수 있는 시간은 각각의 인어마다 다른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가장 길게 버틸 수 있는 시간은 10시간을 채 넘지 못하는, 그러한 정도일 뿐입니다. 그러니 조심해야 하죠.

 

.

 

성오가 아래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할 여유도 없죠.

 

어째서요?

 

나만 당신을 좋아하니까.

 

성오의 목소리가 가늘게 흔들렸다.

 

당신의 곁에 있는 그 비린내 나는 물고기 그 한 마리 탓에, 내가 죽어야 하는 이유가 뭡니까!

 

설마?

 

순간 은해가 입을 가리고 미소를 지었다.

 

지금 해동이 보고 그러는 거예요?

 

해동?

 

.

 

. 그 이름 한 번 웃기네.

 

성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슨 냉동 물고기를 해동하는 것도, 아니고, 해동이라는 이름이 도대체 뭘 말하는 겁니까?"

 

바다해의 동녘 동

 

!

 

해동!

 

뒷 말은 되게 나쁜 건데.

 

해동이 사과를 크게 한 입 베어 물면서 유쾌하게 말을 했다.

 

은해 네가 좋아한다는 사람이 바로 그런 거였어?

 

해동아!

 

?

 

성오가 눈을 깜빡이면서, 해동과 은해를 바라봤다.

 

반갑습니다.

 

해동이 어느 샌가 사과를 없어지게 만든 후, 성오를 향해서 손을 척 하니 내밀어 보였다. 성오는 머뭇하며 가만히 해동을 바라봤다.

 

? 손 무안하게.

 

. .

 

성오가 손을 잡자 해동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기는 참 좋으신 분이군요.

 

무슨.

 

저는 이 아이와 정혼자였습니다.

 

!

 

해동이 너!

 

긴장하고 있는 표정의 두 사람과 다르게, 해동은 여전히 여유가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우리 두 사람은 정혼자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바로 인간은 당신 탓이죠.

 

해동이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놓았다.

 

인간이라는 것은 이리도 따뜻한 느낌을 가진 생물이었군요. 제대로 만난 적이 없어서 말입니다.

 

그러십니까?

 

순간 해동의 눈이 반짝였다.

 

.

 

성오 씨!

 

죄송합니다.

 

해동의 손 끝에 의해서, 성오의 손등에서 살짝 피가 흘러 나왔다.

 

지금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

 

은해 너도 알고 있잖아? 내가 궁금한 것은 절대로 참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말이야. 모르고 있었어?

 

나 참.

 

은해가 자신의 새하얀 손수건으로 성오의 손을 꽉 묶었다.

 

저는 괜찮아요.

 

괜찮기는요.

 

은해가 성오를 노려봤다.

 

너 아무리 내 오랜 친구라고 하지만, 네가 나의 인연에게 이러한 행동을 하는 거 가만히 봐주지는 못 하겠어.

 

이거 무섭네.

 

해동이 장난스럽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무튼 이 피는 내가 가질 것입니다.

 

!

 

어느 샌가 작은 구슬이 해동의 손에 들려 있었다.

 

너 그걸로 뭐 하려고?

 

그냥 가지고 싶어서.

 

해동이 씩 웃으며, 높게 뛰어 올라, 책장 위에 쪼그리고 앉았다. 놀라운 점프력을 지닌 자였다.

 

별로 대단한 짓을 하려는 건 아니고, 그냥 이런 걸 가지고 싶었거든. 하지만 은해 너도 알고 있잖아. 우리 아버지는 인간을 만나는 것 조차 너무나도 혐오하고 싫어하시는 분이라는 걸 말이야. 그래서 내가 이렇게 인간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정말 처음이고 유일할 테니까.

 

해동이 가만히 성오를 바라봤다.

 

한 번은 용서를 하시겠지요?

 

물론입니다.

 

성오가 짐짓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저 역시 인어라는 족속을 처음 보았을 때는 너무나도 신기하고, 너무나도 놀랍게 느껴졌으니까요.

 

좋습니다.

 

해동이 다시 펄쩍 뛰어, 은해의 앞에 섰다.

 

인간의 대표가 지금 어떻게 행동을 하고 있는지 들었어?

 

?

 

은해가 눈을 깜빡였다.

 

무슨.

 

네가 물거품이 되던 말던, 일단 자신들의 인간을 내 놓으라고 하는 걸 너희 아버지가 막았다는 군.

 

.

 

은해가 입을 가렸다.

 

, 그게 정말이야?

 

그래.

 

해동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인어들은 지금 인간들의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던 것에 불과해. 그러니까, 우리 인어들도 조금은 인간들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겠지.

 

해동이 시선을 돌려 성오를 바라봤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무엇이 말입니까?

 

적어도 당신이 도망칠 일은 없으니 말입니다.

 

해동이 쓸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신이 돌아간다면, 바람이 된다는 건 알고 있죠?

 

알고 있습니다.

 

성오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입니까?

 

은해, 부탁합니다.

 

!

 

해동이 무릎을 꿇었다.

 

, 해동아 네가 왜?

 

가만히 있어.

 

해동의 눈은 슬프게 반짝였다.

 

은해 이 아이는 정말로 내가 사랑하고 아끼고 있는 아이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나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은 다른 그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이리 부탁드립니다.

 

해동의 눈은 진지했다. 성오는 그런 해동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수 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지금 당신이 하는 일이, 나중에 우리 인어와 당신들 인간 간 어떠하게 될 지는 모르고 있습니다.

 

.

 

성오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저희 두 사람 선택이 참 커다란 문제죠.

 

서로 사랑하도록 해 보세요.

 

해동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더 어려운 일은, 자신들이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문제는 그것보다 뒤에 해결을 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6개월만 기다려 달라는 것입니다.

 

해동 부의 입가에 비열한 미소가 떠 올랐다.

 

어차피 그 순간이 된다면 지금의 장로 회장이 아무리 우긴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바뀔 수 없으니 말입니다.

 

흐음.

 

바다 저편의 사내의 목소리는 탁했다.

 

믿어도 되겠소?

 

그럼요.

 

해동 부가 씩 웃었다.

 

내가 누구입니까?

 

, 물론 잘 알지요.

 

그럼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

 

해동 부는 전화기를 내려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