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오! 나의 공주님 [완]

오! 나의 공주님 - [열두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9. 3. 22:15

 

 

여름 날의 판타지

 

! 나의 공주님

 

 

열두 번째 이야기

 

 

 

미개한 나라의 인어 주제에, 물고기가 풍부하게 난다고 뻐기면서 나는 척 하는 꼴이라니. .

 

해동 부가 못 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왜의 인어들의 행태는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진화도 한국의 인어들의 방식과 달라서 더욱 물고기를 닮은 어인처럼 보이는 주제에, 괜히 자원이 풍부하다는 이유로 잘난 척 하면서 뻐기고 있었다.

 

곧 너희의 시대가 끝이 날 것이야.

 

똑똑

 

누구냐?

 

접니다.

 

해동이었다.

 

들어오거라.

 

해동이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래 무슨 일이냐?

 

더 이상 아버지께서 이 인어들을 위험에 빠뜨리도록 제가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겠습니다.

 

?

 

해동 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도대체 무엇을 어찌 하였는데?

 

정녕, 정녕 아버지께서는 지금 아버지께서 무슨 일을 하시는 것인지 모르시는 것입니까? 지금 아버지께서 하시는 그 일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인지 모르시는 것입니까?

 

그래 모른다.

 

해동 부가 가만히 해동을 노려봤다.

 

나는 그저 우리 식구 우리들만 잘 살면 그 뿐이다. 다른 자들의 목숨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너도 공연히 객기 부리다가, 다른 인어의 일 탓에 너의 목숨을 거는 그런 미련한 짓은 하지 말 거라.

 

하아.

 

해동이 깊게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도 아버지는 제가 한 때 정말로 존경하던 분이셨습니다. 정말로 제가 존경하던 그런 분이셨습니다.

 

!

 

해동 부의 눈이 흔들렸다.

 

허나, 정말 더 이상은, 더 이상은 아버지를 존경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존경하지 않을 것입니다.

 

, 너 이 놈!

 

저는 은해의 편에 설 것입니다.

 

해동의 눈은 진지했다. 그는 그 진지한 눈으로 자신의 부친을 계속 바라봤다.

 

저는 절대로 지금 제가 쥐고 있는 은해를 놓치는 않을 것입니다. 그 아이를 지금 이 상황에서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제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그 아이를 지킬 것입니다.

 

네가 그 아이를 지킨다고 하여, 그 아이가 너를 반기기라도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더냐?

 

아니빈다.

 

해동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제가 아무리 그 아이를 도운다고 하더라도, 그 아이가 저를 사랑해주지 못할 거라는 건 제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와서 그 아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치는 짓 같은 것은 절대로 하지 못 합니다. 그 아이는 저에게 정말로 큰 도움을 준 아이니까요.

 

하아.

 

해동 부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예전에 너와 같은 아이가 있었다.

 

?

 

그 아이 탓에 모든 인어가 죽을 뻔 했었지.

 

해동 부가 해동을 노려 보았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결국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아니, 오히려 다른 한 아이가 다른 계집을 돕다가, 그 모든 목숨을 걸어야 했고, 모든 운명을 걸어야만 했었다.

 

도대체 누구의 이야기를 하시는 것입니까!

 

너는 말을 해도 모를 그런 사람의 이야기이다. 아무튼, 그러 하다 하더라도,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네가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운명이라는 것이 바뀌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아무리 네가 발악을 하고! 아무리 네가 애를 써도 그 아이의 운명이 바뀌지는 않아!

 

해동 부가 큰 소리로 고함을 쳤다.

 

네가 백 날 어떠한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너의 목숨이 그 아이 탓에 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아이가 너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너는 도대체 왜, 왜 그러한 짓을 하려고 하는 것이더냐!

 

한 때의 동무였습니다.

 

해동이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리고 한 때 동무였던 그 아이가, 지금은 다 장성하여 저의 정인이 되었을 뻔 한 사이였습니다.

 

허나, 아무 사이도 아니다.

 

해동 부가 진지한 눈으로 말했다.

 

너와 그 아이는 이제 더 이상 연결이 될 어떠한 것도 남아 있지 않다. 너희 두 사람은 이제 더 이상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이냐! 왜 그러는 것이야!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요?

 

해동이 슬픈 눈으로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저는 그 아이의 그림자라도 좋습니다. 평생 그 아이 옆에서, 가만히 그 아이의 등만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고 해도, 그 아이의 그냥 옆에 서서, 아무 것도 하지 못 한다고 해도 좋습니다.

 

후우.

 

해동 부가 이마를 짚었다.

 

왜 그리도 힘든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야! 왜 그리도 너는 너의 목숨을 재촉하려고 하는 것이야! 왜 그렇게 어렵게, 왜 그렇게 힘들게, 왜 그렇게 바보 같게! 왜 이리도 아비의 속을 모르는 것이야!

 

아버지야 말로 왜 이렇게 제 마음을 모르시는 것입니까?

 

해동의 눈이 가늘게 흔들렸다.

 

제가 이 모든 것을 아버지께 말씀 드리는 이유를, 정녕, 정녕 아버지께서는 모르신다는 말씀이십니까? 저는, 저는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다 말씀 드리고, 이렇게 하는 데, 어찌 모르시는 것입니까!

 

나는 너를 위해서 이렇게 하는 것이야!

 

해동 부의 볼이 가늘게 흔들렸다.

 

그런데, 너는 어찌도 이리 아비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이야! 너의 목숨은 내가 지켜줄 것이다. 나의 가족의 목숨은, 다른 자가 아니라 바로, 내가, 내가 지켜주려고 노력을 할 것이야!

 

저의 목숨 제가 벌 수 있습니다.

 

해동의 눈은 진지했다.

 

더 이상 아버지의 도움 필요 없습니다.

 

네가 내 도움 없이 무엇인들 할 수 있을 것 같더냐!

 

해동 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무엇을 할 수 있어!

 

하아.

 

해동이 깊게 한숨을 토해냈다.

 

그것이 바로 아버지와 제 사이의 문제인 것이군요. 아버님과 제 사이의 문제가 바로 그 것이로군요.

 

, 무어라?

 

해동 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도대체 무엇이, 무엇이 문제라는 것이야!

 

더 이상 저는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한 그런 어린 아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더 이상 그렇게 바보 같은 아이가 아닙니다. 저 혼자서도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이제 어른 인어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저를 아이로만 보고 무조건 도우려고 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아무리 네가 컸다고 주장을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네가 하고 있는 행동 등을 보면 너는 그저 어린 아이일 뿐이야.

 

해동 부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너는 네가 잘난 줄 알고 있겠지! 너는 지금 네가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겠지! 하지만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아무 것도 너는 할 수 없어! 없단 말이다!

 

그렇다면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노력을 하고, 다시 또 노력을 해서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자리에 오르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서 항상 은해를 두고, 제가 은해 그 아이를 지킬 것입니다!

 

내가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다.

 

!

 

해동의 눈이 흔들렸다.

 

, 지금 아버지께서 뭐라고 하셨습니까?

 

네가 자꾸만, 자꾸만 그리 행동을 한다면, 내가 반드시 그 은해 그 아이를 물거품으로 만들어 없애 버리고 말 것이야! 다시는 아무 것도,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릴 것이야!

 

이미 두 사람 서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

 

해동 부의 눈이 흔들렸다.

 

, 지금 너 무어라고 말을 했더냐? 누가, 누가 누구를 좋아해? 누구와 누구가 좋아하는 사이야?

 

바로 그 인간 사내와 은해 말입니다.

 

해동은 너무나도 담담한 어조로 말을 했다.

 

애석하게도 제가 끼어들 자리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아이의 옆에서만 그 아이를 지킬 것입니다.

 

미련한 놈.

 

해동 부가 입술을 비틀었다.

 

나는 모르겠다. 도대체, 도대체 네 놈이 머리 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어!

 

저도 아버지를 모르겠습니다.

 

부자가 서로를 노려 봤다.

 

 

 

제가 그대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대 혼자서 바람이 되어 죽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계시지요?

 

알고 있습니다.

 

성오가 다소 못 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이제 당신과 나는 서로 같은 상황에 처해 있군요.

 

?

 

성오가 고개를 갸웃하며 은해를 바라봤다.

 

지금 말씀하시는 것이 도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금 무어라고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저 역시 그대가 좋습니다.

 

은해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제가 드린 그 비늘을 잘 가지고 계십니까?

 

, 비늘이라고요?

 

.

 

잠시만요.

 

성오가 주머니 속에서 지갑을 꺼내고, 소중하게 거기에서 은해가 건네 주었던 비늘을 꺼내 보여주었다.

 

, 잘 가지고 계시군요.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잘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비늘이 무엇인데요?

 

그것이 바로 정표입니다.

 

?

 

성오가 빤히 은해의 눈을 바라봤다. 지금 은해가 하는 말에 대해서 전혀 알 수가 없는 그였다.

 

그러니까, 도대체 그 정표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그대가 제게 이것을 건네주시는 것입니까?

 

제가 그대를 좋아한다는 이야기입니다.

 

!

 

성오의 눈이 커다래졌다.

 

, 무어라고 하셨습니까?

 

제가 그대를 좋아하고 있다고요.

 

은해가 눈을 반짝이며 말을 했다.

 

지금 이 상황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소울메이트라는 것, 그 인연이라는 것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인어들과 인간 사이에서는 완벽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 사실, 그 진실, 그것을 그대도 확실히 알아 두셔야 할 것이라고 보입니다.

 

그러니 첫 눈에 반한다.

 

.

 

은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것입니다. 인간들의 말로 하면, 바로 그렇게 해석을 해도 좋을 듯, 그렇게 보이는 군요. 그것이 그대, 그대에게도 더욱 이해를 하기 쉬우실 터이니, 그렇게 이해를 하고 넘어 갑시다.

 

하아.

 

성오의 눈에 미소가 가득 담기기 시작했다.

 

아무튼, 지금 당신이 하는 말을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말은, 당신과 나, 우리 두 사람이 서로가 서로에게 첫 눈에 반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요?

 

.

 

은해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은해의 미소를 바라보면서, 성오 역시 빙긋 미소를 지었다.

 

우리 두 사람 서로가 서로에게 첫 눈에 반한 듯 합니다. 어느 한 사람만 어느 한 사람에게 반한 것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가, 모두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그렇게 반한 듯 보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인 것입니까?

 

다행이시라고 생각을 하십니까?

 

?

 

성오가 눈을 깜빡였다.

 

, 무슨.

 

우리 두 사람 모두 우리 두 사람이 살던 곳과 다른 곳에서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어야만 합니다.

 

!

 

성오의 눈이 흔들렸다. 그 동안 자신이 살고, 그렇게 지내왔던 곳을 이제 버려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