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의 판타지
오! 나의 공주님
열 번째 이야기
“어머니, 도대체 왜 우리 족속은 그렇게 인간들의 눈을 피해서 그렇게 숨어 살아야 하는 거예요?”
“글쎄다.”
은해 모가 슬픈 눈으로 은해를 바라봤다.
“나도 모를 일이지.”
“하아.”
은해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냥 우리 존재를 드러내면 좋겠어.”
“그럴 수 없다는 거 알잖니.”
“알아요. 하지만, 이렇게 우리 무조건 숨어 살아야 하니까, 우리가 이렇게 밀려야 하는 거잖아요. 나 우리 족속이 인간보다 부족하다는 생각 단 한 번도 하면서 산 적 없단 말이에요.”
“맞다.”
은해 모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인간들보다 부족한 것 없어.”
“그런데 왜?”
“우리의 수는 적으니까.”
“하아.”
은해가 고개를 저었다.
“겨우 그 이유 하나인 것인가요?”
“그리고.”
“?”
은해가 자신의 모친의 눈을 들여다 봤다.
“그리고?”
“우리 인어들은 자신의 반쪽을 완벽히 찾을 수 있는 그러한 장점을 지니고 있으니까 말이야.”
“하아, 그래서 우리 인어들이 인간들에게 모두 사랑에 빠질 수 있기에, 만나서는 안 되는 건가요?”
“…….”
은해 모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아무튼 이제 가만히 기다려야지.”
“죄송해요.”
은해가 고개를 숙였다.
“제가, 제가 그 사람을 데려와서.”
“아니다.”
“네?”
은해가 눈을 깜빡였다.
“무, 무슨?”
“네가 원하지 않았어도, 두 사람은 꼭 만나야만 할 그러한 운명이었던 모양이야. 용왕님이 너희 두 사람이 꼭 만날 수 있게 그렇게 인연의 끈을 연결해 주셨다고 그렇게 말이 오니 말이야.”
“하아.”
은해가 깊은 한숨을 토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제 방으로 가 있을게요.”
“그래.”
“은해.”
“어? 해동.”
은해가 미소를 지으며 해동을 바라봤다.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
“너 기다리고 있었지.”
“나?”
은해가 자신을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했다.
“해동이 네가 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그냥.”
해동이 싱긋 웃었다.
“해동아, 너 자꾸 이러지 마. 내가 너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거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알아, 네가 나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거 말이야.”
“해동아.”
은해가 미안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해동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등 뒤에서 소라 껍데기를 들이 밀었다.
“이게 뭐야?”
“바람.”
“바람?”
“응.”
해동이 미소를 지으며 은해의 뒤로 다가갔다.
“눈을 감아 봐.”
“왜?”
“어서.”
“흐음.”
은해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
귀에 다가오는 소라 껍데기, 그리고 바람 소리.
“!”
성오가 멈칫했다.
“도대체 왜 나를 사랑해야 하는 운명이라고 하면서, 다른 남자에게 그런 미소를 보여주는 건데.”
성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등을 돌렸다.
“그래, 어떻게 되었어요?”
늙은 여성 장로가 은해 부를 바라봤다.
“한국의 대통령이 뭐라고 합디까?”
“그리 오랜 시간을 주지 않았습니다.”
은해 부가 고개를 숙였다.
“그들이 원하는 시간 대로라면, 그저 두 사람이 죽지 않고, 운명이 바뀌는 것으로 끝이 날 겁니다.”
“하아.”
노 장로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한국의 대통령이라는 작자는 왜 그렇게 우리를 못 잡아 먹어 안달이라는 것입니까?”
“아마도 지금 한국의 상황이, 그 나라의 대통령이 원하는 그러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겠죠.”
“하아.”
장로회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 것입니까?”
“두 아이가 사랑에 빠지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되는 겁니까?”
순간 들어온, 해동 부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은해 부의 얼굴을 천천히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는 무언가 이상한 기색이 있었다.
“그래서 무엇을 어쩌자는 거요?”
노 장로가 은해 부 앞에 서며 물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지 않습니까?”
“왜 없습니까?”
해동 부가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만일 이 일로 인해서 우리 인어들 모두가 위험에 빠지게 된다면 다른 나라 인어들도 원치 않을 것입니다.”
“!”
“삿포로에서 이번에 편지가 왔습니다.”
해동 부가 비단에 쌓인 서찰을 내 던졌다.
“이것이 바로 삿포로에서 보낸 인어들의 서찰입니다.”
“그들이 이 일을 어떻게 안 것입니까?”
“쿡.”
해동 부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가 그것을 알 수 있을 리가 있겠습니까? 저는 그저 평범한 일게 장로회의 인원일 뿐인데요.”
“그대군요.”
늙은 여성 장로가 해동 부를 노려봤다.
“어찌 그러한 짓을 할 수가 있습니까!”
“어찌 그러한 짓을 할 수가 있습니까? 저는 제 목숨에 해가 가는 일을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좋습니다.”
은해 부가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대는 지금 이 순간 이 곳을 떠나도 좋습니다.”
“!”
“자, 장로 회장!”
“이봐요.”
은해 부의 표정은 한 치의 떨리는 표정도 남겨져 있지 않았다. 너무나도 차갑고 굳어져 있었다.
“이 방을 나가면, 그대의 자리가 더 이상 이 나라에 없게 만들 것입니다. 그대는 더 이상 이곳 인어의 장로가 아닙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입니까!”
해동 부가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그대는 지금 우리 인어들을 위험에 빠뜨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좋게 넘길 수도 있는 일인데, 도대체 그대는 왜 우리 인어들 모두의 목을 쥐고 그렇게 위험에 빠뜨리려는 것입니까!"
“지금 누가 위험에 빠뜨리려는 건데!”
해동 부와 은해 부의 팽팽한 접전에 모두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우리 인어들을 지금 지키려는 것이야! 지금 우리 인어들이 모두 죽을 수가 있다는 거야!”
“기다려 준다고 하지 않소.”
늙은 여성 장로가 다급히 끼어 들었다.
“지금 우리 모두를 기다려 준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그저 믿고 기다리면 안 되겠습니까?"
“얼마나!”
해동 부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도대체 얼마나 기다리자는 것입니까!”
“1년.”
“하.”
해동 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이야기를 하십시오. 1년 동안 기다려 준다면 우리 인어들의 목숨을 완벽하게 보장을 하겠다고. 그리고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그렇게 하지 못한 다면!”
“못한다면?”
은해 부의 눈썹이 꿈틀 거렸다.
“못한다면 무언가를 어떻게 하자는 말이오.”
“그대의 자리를 내 놓으시오.”
“이보시오!”
“장로!”
“아닙니다.”
은해 부가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만일 그 순간에도 우리 인어들의 목숨을 완벽하게 보장을 할 수가 없다면, 내가 이 자리를 물러나겠소.”
“좋습니다.”
해동 부가 입가에 비열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제 만족하시는 것입니까?”
“만족합니다.”
해동 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는 일단 여기에서 물러나도록 하죠. 그리고 삿포로의 다른 우리 족속들의 일에 관해서는.”
해동 부가 은해 부를 노려 봤다. 그의 눈 속에는 무언가 비열한 무언가가 불 타고 있었으나, 은해 부는 그 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것도 이야기를 하지 않고, 가만히 맞서서 노려 보았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 나겠습니다.”
“그러시지요.”
그가 나가고 장로 회실이 조용해졌다.
“괜찮소?”
“예.”
은해 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시간을 벌었군요.”
“하아.”
“그 시간.”
은해 부가 의자에 주저 앉았다.
“그 얼마 되지 않는 시간, 내가 반드시 벌어 보이겠습니다. 우리 인어, 반드시 내가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이 한국의 인어들이, 우리들이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내가 꼭 지켜 줄 것입니다.”
“믿습니다.”
“저도 믿습니다.”
해동 부의 마음과 다르게 은해 부를 중심으로 인어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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