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의 판타지
오! 나의 공주님
열세 번째 이야기
“그것이, 그것이 정말이더냐?”
은해 부가 얼굴 한 가득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정말 은해 너는 저 사내에게 너의 비늘을 건네 준 것이고, 저 사내 역시 그에 대한 대답을 한 것이야?”
“예.”
은해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두 사람의 마음은 이미 확인을 했습니다. 어느 한 쪽이 더 이상 바람이 되고, 물거품이 되고, 그러한 슬픈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희 두 사람의 마음이 이제 같으니까요.”
“그래 그것 다행이다.”
은해 부가 고개를 끄덕이며, 은해와 성오를 번갈아 바라봤다.
“허나.”
“응?”
은해 부가 고개를 갸웃했다.
“허나 무엇?”
“저희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을 하였으나, 정식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는 않기로 하였습니다.”
“!”
은해 부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 그것이 도대체 무엇이더냐? 그것이 도대체 무슨 말이야! 어찌, 어찌 마음을 확인하고 정식으로 마음을 확인하지 않겠다는 것이야?”
“서로가 서로의 터전에서 떨어져 살아야 합니다.”
은해의 눈은 진지했다.
“아버지께서는, 저를 두시고, 그렇게 살아가실 수 있으십니까? 저는 이 바다를 떠나서 단 한 순간도 살아나갈 수 없습니다. 이곳이 바로 저의 삶인데, 어찌 이곳을 제가 버리고 가겠습니까?”
“그것이 너의 목숨을 구하는 일이다.”
은해 부가 가만히 은해의 눈을 바라봤다.
“너와 저 사내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않게 된다면, 결국, 두 사람 모두에게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 되고 말 것이야. 두 사람 모두의 마음이 확실하게 살아 나야 하는 것 아니더냐?"
“허나.”
“안 된다.”
은해 부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의 마음이 이미 같다는 것을 서로 확인을 했다면, 공연히 서로의 마음을 부정할 생각을 하지 말 거라. 그렇게 하는 것은 이미 용왕 님의 뜻과도 어긋나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하아.”
은해가 한숨을 내쉬면서 성오를 바라봤다.
“괜찮겠습니까?”
“예.”
성오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렇게 해야 할 운명이라면,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흐음.”
은해 부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두 사람을 천천히 바라봤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주는 마음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아버지.”
“왜 그러느냐?”
“정말로 방법이 없는 것입니까?”
은해가 간절한 눈으로 자신의 부친을 바라봤다.
“정말 저희 두 사람이, 한 번 서로의 고향을 버려야 한다면, 다시는 인간으로 돌아갈 다시는 인어로 돌아갈, 그러한 방법이, 정녕, 정녕 정말로 없다고 그리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예?”
“그것은 아니다.”
은해 부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 모두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허나 그 방법은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흐음.”
“후우.”
성오와 은해가 서로의 손을 깍지로 낀 채 꽉 잡고 있었다.
“두 사람이 아이를 낳고, 그 아이의 왼쪽 가슴에 가장 가까운 비늘 두 개를 달여 먹어야지만 가능한 일이다.”
“아.”
“시간이.”
“그렇다.”
은해 부가 깊게 한숨을 토해냈다.
“나야 그렇게 해서라도 두 사람이 더 이상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고 평범하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허나, 그렇게 하기까지, 그렇게 되기까지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구나.”
“그렇군요.”
성오가 가만히 은해 부를 바라봤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렇게 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나도 좋겠습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렇게 된다면 말이죠.”
“아버지.”
“그래.”
은해 부가 은해를 들여다 보았다.
“왜 그러느냐?”
“아니예요.”
은해가 가만히 고개를 젓자, 은해 부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이곳이 바로 우리 인어들 사이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이 난 바로 그 산호 해변이예요.”
“산호 해변.”
성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수 많은 산호들이 아름답게 빛이 나고 있었다. 너무 예쁘고, 너무 아름답게 느껴지는 장소였다. 가지 각색의 다양한 종류의 산호들이 주위에 맴돌고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바다 속에 있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군요. 바닷속은 그저 어둡고 그러한 곳이라고만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아름답고, 이렇게 빛이 나는 곳이 바다 속에 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이곳은 많이 깊은 바다인지라, 인간들 중에서 깊이 수영을 하는 사람들 역시 이곳까지 닿는 경우가 없습니다.”
“그렇게 비밀 된 곳인가요?”
“예.”
은해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한 곳을 그대는 오셨으니까, 그대는 정말로 특별하고, 대단하게 좋은 행운을 누리신 분이예요.”
“쿡.”
성오가 입을 가리고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시니 정말 감사하네요.”
“다른 사람들도 이곳에 올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나름대로 여러 곳에 가봤다고 하지만, 이곳처럼 이렇게 아름답게 느껴지는 곳을 와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정말 아름다워요.”
“저도 인간 세계에 가보고 싶어요.”
은해가 살짝 젖은 눈을 하고는 말을 했다.
“성오 씨야, 인간의 몸이니까 아무 곳이나 가실 수 있지만, 우리 인어들의 경우 물을 만나지 못하면 안 되는 거니까, 함부로 이 근처를 떠날 수가 없으니까요. 이 근처를 떠날 수 없게 되니까. 육지로 갈 수도 없잖아요.”
“가는 인어가 없습니까?”
“있기야 있죠.”
은해가 싱긋 웃었다.
“하지만, 간다고 해도 그렇게 멀리 갈 수는 없어요. 그리고, 알다시피 우리의 피부는 조금 다르잖아요. 조금이라도 눈썰미가 있다면, 우리의 몸이 다소 이상하다는 것을 바로 알기도 하거든요.”
“불편하겠네요.”
“하지만 그 만큼 우리가 더 많은 능력을 타고나니까요. 더 잘 듣고, 더 잘 보고, 그렇게 될 수가 있으니까. 얻는 것이 있으니까, 그 만큼 잃는 것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곤 해요.”
“바다라는 곳이 지겹지는 않아요?”
성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곳, 더 이상 이곳에서 살고 싶지 않다. 뭐 그러한 종류의 생각을 하신 적은 한 번도 없는 거예요?”
“어릴 적에는 했었어요.”
은해가 근처의 벤치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아주 어릴 적, 도대체 왜 우리는 이 바다에 갇혀 있어야 하는 것인가, 화도 나고, 너무나도 슬프고 그랬어요. 이곳을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는 우리의 운명이 감옥 같았거든요.”
“감옥이라.”
성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을 해서, 그렇게 오래 어딘가를 머물 수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 감옥일 것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인간들의 문명이 발달을 하고 있으면서, 바다가 너무나도 더럽혀지고 있으니까요.”
“미안해요.”
“아니에요.”
은해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성오 씨 한 사람 만의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리고 인간이 변화하고, 인간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 밖에,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냥 아쉬운 거예요. 우리 모두가 다 같이 잘 살 수는 없을까? 그게 너무 궁금하거든요. 하지만 여태까지 우리 인어들과 그 쪽 인간들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찾을 수 없었어요.”
“싸운 적도 있습니까?”
주위를 거닐다, 하나의 비석과 같은 것을 본 성오가 잠시 멈칫했다.
“이게 뭐예요?”
“아.”
은해가 어두운 표정을 짓다가, 곧 미소를 지었다.
“성오 씨 말씀이 맞아요.”
“인간과 인어들이 전쟁을 한 적이 있다고요?”
“전쟁이라.”
은해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검지 손톱을 살짝 물었다.
“그것을 전쟁이라고 해야 할 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바다 근처에서 잦은 다툼이 꽤나 많은 빈번했었죠.”
“하.”
성오는 이마를 짚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것이 그리도 잘 비밀로 유지가 될 수 있었던 거죠? 어떻게 해서 그러게 된 겁니까?”
“글쎄요?”
은해가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도 인간들의 정부는 너무나도 완벽하게 그 사실을 감추고 싶었을 거예요. 그건 인간들에게 새로운 호기심을 주는 일이고, 자신들이 생각을 하는 일이 어떻게 다르게 변할 수도 있는 거니까.”
“후우.”
비석에 쓰여 있는 글은 분명히 한글과 닮아 있지만, 전혀 읽을 수가 없었다.
“이게 뭐예요?”
“비석이라니까요?”
은해가 눈을 깜빡이며 성오를 바라봤다.
“아니, 비석인 걸 물은 게 아니라, 여기에 적혀 있는 글씨를 내가 읽을 수가 없어서 말이에요.”
“아.”
은해가 미소를 지으며 성오의 옆에 섰다.
“인간들과 인어가 쓰는 언어가 다르다는 것을 잊고 있었어요.”
“정말 많이 다르네요.”
성오가 비석을 손으로 만져 보았다. 매끈하면서도, 날카로운 부분이 없는 그러한 종류의 글씨였다.
“어떻게 쓰여 있는 건지 읽어주시겠어요? 나도, 어떻게 쓰여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궁금하니까 말이에요.”
“흐음, 그다지 좋게 들리지는 않을 텐데?”
“그래도요.”
은해가 살짝 눈치를 살피면서 목을 가다듬었다.
“인어 력
“복속?”
성오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게 복속이 될 수 있는 거죠?”
“요즘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인어가 없어요.”
은해가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을 했다.
“이것은 그저, 과거의 일에 국한될 뿐이에요. 오늘 날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인어는 정말 없다니까요. 우리는 인간과 인어가 함께 나아가야 할 그러한 족속들이라고 생각을 해요. 우리 둘은 정말 닮아 있으니까요.”
“그런데 말이에요.”
“네?”
“이 문양이 뭐죠.”
성오가 비석의 가를 가리켰다.
“여기에 있는 모든 족속이 실존하는 건가요?”
“그건.”
은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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