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오! 나의 공주님 [완]

오! 나의 공주님 - [열다섯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9. 8. 20:57

 

 

 

여름 날의 판타지

 

! 나의 공주님

 

 

열다섯 번째 이야기

 

 

 

해동이라는 사람, 저 사람. 은해 씨 많이 좋아하고 있는 거죠? 분명히, 그런 사람 맞는 거죠?

 

.

 

은해가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두 사람, 사실은 결혼하기로 되어 있는 사람이었어요.

 

하아.

 

성오가 고개를 저었다.

 

해동 씨, 저 사람이 보기에는 내가 꼭 두 사람 사이를 완벽하게 갈라 놓은 사람으로 보이겠군요.

 

아니에요.

 

아니긴요.

 

성오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은해 씨가 여자라서 모르는 거예요. 남자라면, 그렇게 느낄 게 분명해요. 하아. 미안해 지는 걸요?

 

미안해 하지 말아요.

 

은해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하아. 하아.

 

왜 도망을 친 거지?

 

!

 

자신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목소리. 너무나도 차갑고, 너무나도 낮은. 그렇기에 너무나도 아프게 다가오는 그러한 목소리.

 

정말로, 정말로 네가 나란 말이야? 지금 들리는 이 목소리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이야기야?

 

그렇다니까?

 

목소리에게는 살짝 웃음기마저 묻어났다.

 

내가 너고, 네가 나야. 그렇기에 너에게만 이 목소리가 들릴 수가 있는 거란 말이야. 못 믿겠어?

 

하아.

 

주술인 것일까?

 

주술 아니야.

 

!

 

해동은 마음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지금 들리는 이 목소리의 존재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확실히 자신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그러한 존재임에는 확실한 사실이었다.

 

그 사랑을 가지고 싶다면, 네가 그 남자를 죽이면 되는 거야. 그러면 인연도 끊어지게 되는 거지.

 

시끄러워.

 

아무리 마음이 아리다고 하더라도 이런 목소리 따위를 듣고 싶지는 않았다. 이런 걸 들을 수는 없었다.

 

그러한 것은 분명히 은해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 거야. 나 은해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

 

목소리의 비웃음.

 

정말 그렇게 생각해?

 

뭐라고?

 

해동의 목소리도 가늘게 흔들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너 지금 정말로 그 남자를 죽이고 싶잖아. 그 남자를 죽인다면, 네가 너무나도 사랑을 하고 있는 여인인 은해를 품에 안을 수 있기 때문에 너무나도 즐거워 하면서 행복하고 있잖아.

 

아니야.

 

해동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어떠한 방향이든, 또한 어떠한 이유에서든 간에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거야. 분명해.

 

네가 그 여자를 안지 못한다면, 네가 죽을 지도 모를 일이야. 네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단 말이야.

 

?

 

해동의 얼굴이 굳었다.

 

, 그게 무슨?

 

너는 그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니까.

 

!

 

그 여자가 인간이 될 거 아니야?

 

목소리는 점점 낮으면서도 영향력 있게 해동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 여자가 인간이 된다면, 너랑 그 여자는 인간과 인어 사이가 되고 마는 거야. 그리고 너 혼자 인간을 사랑하게 되는 거라면, 네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그러한 류의 결말이 되는 거지.

 

, 아니야.

 

해동이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

 

나 단 한 번도 그러한 말을 들은 적이 없어. 내가 모르는 인어에 대한 것이 있을 리가 없단 말이야.

 

그렇지.

 

뭐가 그렇다는 거야?

 

해동이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또 다른 목소리에게 물었다.

 

너도 인정을 하는 건가? 그런 일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는, 그러한 확실한 사실에 대해서 말이야.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야.

 

뭐라고?

 

해동이 눈썹을 모았다.

 

그럼 그게 무슨 말이야?

 

여태까지 그러한 선택을 한 인어가 없었기에 그러한 일들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한 일이 발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태까지 그러한 일들이 전혀 내려오지 않을 수가 있었던 것이야.

 

!

 

하지만 말이지.

 

낮은 목소리, 음침한 목소리. 서서히 심장의 한 부분부터 움켜쥐어 들어가는 것 같은 목소리.

 

누군가가 먼저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면, 그렇게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면 다른 인어들의 입을 통해서 전해가게 될 것이야. 그렇게 서로가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되고 말 것이야.

 

. 하하.

 

해동이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니까 지금 또 다른 나. 그러니까 지금 너의 말은, 그런 거, 내가 그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거야?

 

그래.

 

하지만 그가 죽으면 은해도 죽어.

 

해동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그렇게 된다면, 나 역시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란 말이야. 은해는 평생 나를 바라보지 않을 거라고.

 

바보 아니야?

 

목소리가 낮게 핀잔을 주었다.

 

두 사람이 진실한 사랑을 확인하기 전에, 마음 뿐 아니라 모든 것을 확인하기 전에 미리 죽여버리면 되는 거잖아. 그렇데 된다면 너는 인간이 아닌, 바로 인어 은해를 좋아하게 되는 거야. 그렇게만 된다면, 네가 알고 있는 그러한 류의 문제는 생겨나지 않게 될 거야. 확신해.

 

하아.

 

해동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아.

 

아직 급하지 않구나.

 

뭐라고?

 

해동이 낮은 목소리로 반문했다.

 

내가 급하지 않다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말이 너에게 와닿지 않기 때문에 네가 지금 그러한 말들을 할 수가 있는 거야. 하지만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지나 봐. 너는 내 말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거야.

 

닥쳐.

 

해동이 으르렁거렸다.

 

더 이상 네 목소리 듣고 싶지 않아.

 

그리고 거짓말처럼 목소리가 사라졌다.

 

 

 

어머니꼐 사과 드려요.

 

못 해요.

 

은해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나 그런 거 못 한단 말이에요.

 

어째서요?

 

성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왜 못한다고 하는 거예요?

 

너무나도 잘못했으니까.

 

은해가 고개를 숙였다.

 

나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요. 내가 엄마에게, 너무나도 심하게 말을 하고 나왔다는 걸 말이에요.

 

괜찮아요.

 

성오가 은해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 역시 알고 계실 거예요. 모든 것을 정확히 알고 계시지는 않지만, 딸이고 어머니니까요.

 

성오 씨.

 

같이 가요.

 

성오가 부드럽게 은해의 손을 이끌었다.

 

하지만.

 

?

 

하아.

 

은해가 고개를 저으며 뒤쫓았다.

 

 

 

똑똑

 

누구세요?

 

접니다.

 

들어오세요.

 

은해 모가 거울을 내려 놓았다.

 

!

 

그리고 문을 보다 눈이 커졌다.

 

, 엄마.

 

은해야.

 

저는 잠시 밖에 있겠습니다.

 

성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

 

 

문이 닫히고 잠시 적막이 흘렀다.

 

앉거라.

 

.

 

먼저 그 적막을 깨뜨린 것은, 아무래도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노련한 은해의 모친이었다. 은해는 모친의 말에 따라서 모친의 앞에 놓여진 의자에 가서 소리를 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앉았다.

 

무슨 일이니?

 

엄마, 미안해요.

 

은해가 고개를 숙였다.

 

너무 미안해요.

 

?

 

은해 모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무슨?

 

그렇게 버릇 없이 굴려는 게 아니었어요.

 

은해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그냥 그럴 일이 있었어요.

 

은해야.

 

엄마.

 

은해가 고개를 들었다.

 

나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몰라서 너무나도 두려워요. 그 사람을 사랑해도 되는 걸까 모르겠어요. 나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몰라서 너무나도 힘들어서 그랬단 말이에요.

 

은해야.

 

은해 모가 은해의 손을 꽉 잡았다.

 

너무 아파하지 마.

 

엄마.

 

너무 힘들어 하지 마.

 

은해 모가 은해의 눈을 바라봤다.

 

엄마가 늘 곁에 있을 거야.

 

고마워요.

 

은해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엄마 정말 너무나도 고마워요.

 

그래. 나는 엄마니까.

 

은해 모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니까 엄마를 꼭 믿어. 알았지?

 

.

 

은해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