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의 판타지
오! 나의 공주님
열일곱 번째 이야기
“허락을 구하셨다고요?”
“그렇소.”
은해 모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전대에 그러한 일이 있어서, 쉽사리 허락을 해주시지 않을 것 같았는데 그래도 다행인 일입니다.”
“어쩌실 수 없지요.”
은해 부가 고개를 저었다.
“용왕님 뜻이니 말입니다.”
“그러해도요.”
은해 모가 슬픈 눈으로 은해 부를 바라봤다.
“아무리 용왕님께서 엮어주신 사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전대에 일어난 일은 너무나도 비극으로 끝을 맺지 않았습니까? 그러해서, 정말 피하고, 어떻게든 도망치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예요.”
“나도 그랬소.”
은해 부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그 분이 왜 이렇게 쉽게 허락을 해주신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 역시도 확실히 알 수 없소.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지 않은가 싶소.”
“분명하다고요?”
“그래요.”
은해 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분도 결국, 우리 인어들에게 해가 되는 일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으시다는 그러한 것 말입니다.”
“당연하시겠죠.”
은해 모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조금,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이상하게 마음 한 구석이 불안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네?”
“모르지요.”
은해 부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 역시 내색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비슷한 불안감이 느껴졌다.
“그저 그 아이를 믿어야지요.”
“하아.”
은해 모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이건 믿는 것 그 이상의 문제이니, 이렇게 걱정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의 문제이니 어떻게 할 수도 없잖아요.”
“하늘에 모든 것을 걸어야만 하는 것이지요.”
“후우.”
은해 모가 슬픈 눈으로 바다를 바라봤다.
“은해야.”
“해동.”
은해가 미소를 지으면서 해동을 맞았다.
‘도망가던 것을 절대로 물으면 안 됩니다.’
“!”
“왜 그래?”
“아, 아니야.”
성오의 말이 잠시 머리 속에 떠올라서 잠시 얼굴을 구겼던, 은해가 바로 얼굴을 펴고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나저나, 너 여기까지 어쩐 일이야? 너 나 잘 안 찾아오고 그랬잖아? 그런데 무슨 일이야?”
“그냥.”
해동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나저나 은해 너 너무 서운하게 구는 거 아니야? 우리 두 사람 사이가 그래도 이렇게 서로가 찾아오면 그 이유를 묻고, 그렇게 낯설게 생각을 하는 그런 사이는 아니지 않았었나?"
“나 너 하나도 안 낯설거든.”
은해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정말로 왜 찾아온 거야?”
“그냥.”
해동이 은해의 앞 자리에 앉았다.
“그냥 갑자기 네가 보고 싶어서 찾아와 봤어.”
“해동아.”
“그런 눈으로 보지 마.”
해동이 슬픈 미소를 지으면서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나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것처럼, 많이 아프고 그런 사람 아니야. 그러니까 너 그렇게 무조건 걱정만 할 필요 없어. 너를 놓친다고 하더라도, 네가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약하게 굴지 않을 거라고.”
“약하게 굴지 않지만. 그렇지만.”
은해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너 네 마음 아직 지운 건 아니지?”
“그래.”
해동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내 마음이 그렇게 쉽게 지워질 거라고 생각을 한 거야?”
“아니.”
은해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나 네가 네 마음을 지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단 한 번도 한 적 없어. 그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잘 봤네.”
해동이 씩 웃었다.
“나 절대로 내 마음 안 지워.”
“해동아, 미안한데. 지워주라. 응?”
“뭐?”
해동의 눈동자가 가늘게 흔들렸다.
“그, 그게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이야?”
“네가 아무리 나를 생각해준다고 하더라도, 나 절대로 네 옆으로 다시 갈 수 없는 사람인 거잖아.”
“어째서?”
해동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째서 다시 오지 못한다는 건데?”
“해동아, 너도 그 이유를 알고 있잖아.”
“인연?”
해동이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따위 인연 따위 무시해버리면 되는 거잖아! 그런 거잖아.”
“인연 탓이 아니야.”
“뭐?”
해동의 얼굴이 굳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나 그 사람이 좋아.”
“하.”
해동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벌써 좋을 수가 있어? 어떻게?”
“나도 그 사실이 너무나도 안 믿긴다.”
은해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나도 내 마음이 이렇게 쉽게, 다른 존재에게 마음을 열 수 있는 그러한 마음이라고 생각을 하지 못 했어.”
“은해야.”
“하지만 나 정해졌어.”
은해가 해동의 눈을 들여다 봤다.
“해동이 너도 나 어릴 적부터 보면서 자라왔으니까 다 알고 있잖아. 나 그렇게 쉽게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아이가 아니야.”
“그래도 잊을 건 잊어야지.”
“어째서?”
은해가 따지 듯 물었다.
“내가 그 사람을 왜 잊어야 하는 건데?”
“아플 테니까.”
해동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네가 분명히 아플 테니까.”
“아니.”
은해가 고개를 저었다.
“나 아프지 않을 거야.”
“아니. 아플 거야.”
해동도 지지 않고 받아쳤다.
“네 모든 것을 잃는 건데 어째서 힘이 안 들다는 거야.”
“사랑하니까.”
은해가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나 그 사람이 정말로 좋으니까 괜찮아.”
“하아.”
해동이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 지금은 분명 아닌 척 하지만, 곧 후회하게 될 거야. 지금 네가 어떠한 선택을 했는지 아파하게 될 거라고.”
“상관 없어.”
은해의 눈은 진지했다.
“내가 그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으니까.”
“하.”
해동이 고개를 저었다.
“너 지금 농담하는 거지?”
“아니.”
은해가 단호히 말했다.
“나 단 한 번도 이러한 느낌을 느낀 적이 없었어, 하지만 이제 나 분명히 알았어. 이건 사랑이야.”
“사랑?”
해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절대로 아니야.”
“어째서?”
“호기심.”
해동의 눈은 차가웠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야.”
“하아.”
깊은 한숨.
“해동아 돌아가주라.”
“은해야.”
“나 이제 더 이상 아무런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아.”
은해의 눈은 깊었다.
“나 네가 미운 건 아닌데, 자꾸만 네가 그렇게 말을 하면 네가 너무나도 미울 것만 같아.”
“은해야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 네가 어떻게 해야 더 나을 수 있는지, 그런지 말이야.”
“해동아.”
은해가 해동의 눈을 들여다 봤다.
“더 이상 내게 관여 하지 마.”
“뭐?”
“우리 두 사람 더 이상 약혼한 사이가 아니니까.”
은해의 말에 해동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지, 지금 너 내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러니까 우리 두 사람 사이가 그저 혼인이 아니면 전혀 상관도 없는 그런 사이라고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은해 너 지금 그렇게 말을 하는 거야?”
“아니.”
은해가 차분히 고개를 저었다.
“우리 두 사람 정말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너는 지금 아닌 거잖아.”
“내가 뭐가 아닌데?”
해동이 따지 듯 물었다.
“내가 지금 뭐가 아닌 건데!”
“너 지금 우정 아니잖아.”
“!”
“미안해.”
은해가 고개를 숙였다.
“우정이 아닌 해동이 너의 마음, 너의 걱정 그러한 것 모두 다 나 받아줄 수가 없어. 네 마음이 어떤 것인지 다 알고 있는데, 네가 왜 이러는 건지 내가 다 알고 있는데 어떻게 그러니?”
“은해야.”
“제발.”
은해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응? 제발 가주라.”
“하아.”
해동이 고개를 저었다.
“너 후회 하게 될 거야.”
“후회 안 해.”
은해의 눈이 당당히 해동과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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