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의 판타지
오! 나의 공주님
열아홉 번째 이야기
“굳이 혼례까지 시켜야 하는 건가?”
“예.”
노 장로의 물음에 은해 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 여식입니다.”
“하아.”
노 장로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 하더라도.”
“부탁 드립니다.”
은해 부의 표정은 진지했다.
“제 하나 뿐인 여식이 결혼을 하는 일입니다. 그리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할 것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저 인연만 확인하면 되는 것 아닌가?”
노 장로가 은해 부의 얼굴을 바라봤다.
“자네도 그리 생각하였던 것 아닌가?”
“맞습니다.”
은해 부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하지만 달라졌습니다.”
“달라져?”
“예.”
은해 부가 노 장로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장로님꼐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딸을 결혼 시키는 그 마음이 어떠한 것인지 말입니다. 예?”
“후우.”
노 장로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 일이 너무나도 옛날이야.”
“장인 어른.”
“!”
순간 노 장로의 얼굴이 굳었다.
“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이야?”
“알고 있습니다. 우리 인어족, 특히나 이렇게 장로 들 끼리는 그러한 말을 전혀 쓰면 안 된다고 말입니다.”
“그렇지.”
노 장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동일하니까.”
“허나 저는 아닙니다.”
은해 부가 고개를 저었다.
“부탁드립니다.”
“힘든 일일 것이야.”
노 장로의 눈빛은 밝았다.
“다른 사람들도 다 동의를 해야 하고 말이야.”
“그 점은 제가 어떻게든 허락을 받고, 동의를 구하겠습니다.”
“어찌?”
노 장로가 따지 듯 물었다.
“어찌 한단 말인가?”
“장인 어른.”
“그렇게 부르지 말게.”
노 장로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어디 감히 미천한 인간의 언어를 빌어 쓴단 말인가?”
“그렇다면 노 장로 님.”
은해 부의 눈이 슬프게 빛이 났다.
“제 마음을 헤아려 주십시오.”
“그 마음은 이미 다 헤아리고 있어.”
노 장로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하나 뿐인 여식을, 시집을 보내는 애비의 마음이 어떠한 것인지 딸이 없는 자도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야.”
“그런데 어찌 안 된다는 것입니까?”
은해 부가 따지 듯 물었다.
“어찌요.”
“인간과의 결혼일세.”
노 장로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인어끼리의 결혼을 하는 거라면 내 말리지 않음 세. 분명히 내가 힘을 써서 도와줄 것이야.”
“어쩔 수 없잖습니까.”
은해 부는 마음이 무너지는 듯 했다.
“인연인데, 이미 다 맺어진, 어떻게 벗어날 수 없는 그러한 인연인데 어찌 안 된다는 것입니까?”
“슬픈 일이 벌어질 것이야.”
노 장로는 깊은 눈으로 은해 부를 바라봤다.
“그러해도 되겠는가?”
“지금 더 이상 슬픈 일은 없습니다.”
은해 부는 담담히 말을 했다.
“아마 이보다 더욱 슬픈 일이 일어나야 한다면, 아마 제 여식이 죽거나 그리 되는 것이겠지요.”
“그리 단단히 마음을 먹은 겐가?”
“예.”
은해 부가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 단단히 마음을 먹었습니다.”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노릇이군.”
“죄송합니다.”
은해 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폐를 끼치고 싶은 건 아닌데.”
“아네.”
노 장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
“그러니 부탁드립니다.”
은해 부가 깊게 고개를 숙였다.
“제 여식, 제 하나뿐인 여식, 제발 제대로 된 결혼이라는 걸 할 수 있게, 그리 도와주십시오.”
“허어.”
노 장로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걸 나 혼자 정할 수는 없지 않나?”
“가장 힘이 있으시지 않습니까?”
은해 부의 목소리는 절절했다.
“그러니 제 편이 되어주십시오.”
“오호라.”
순간 들리는 목소리에 은해 부가 고개를 돌렸다.
“장로회장님 아니십니까?”
“자, 자네는.”
해동 부였다.
“이리도 낮게 그리고 또 천하게 행동을 하는 걸 다른 인어들이 알면 꽤나 좋아하겠습니다.”
“언행을 삼가세요.”
노 장로가 낮게 주의를 주었다.
“어디서 지금 그리 행동하십니까?”
“아 죄송합니다.”
해동 부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나저나 지금 장뢰회장님과 노장로 님 두 분께서 남들 모르게, 다른 인어들은 그 누구도 아무도 모르게, 몰래몰래 두 분이서만 이렇게 꼭꼭 숨어 머리카락 하나 안 보이게 하신 뒤에 몰래몰래 아주 비밀 스러운 그러한 결혼식을 준비하려고 하시고 계신 것이 맞는 것입니까?”
“무, 무슨!”
노 장로가 버럭 화를 냈다.
“내 단 한 순간도 허락을 한다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 그런데 어디서 감히, 그러한 말을 그리 입에 함부로 담고 있는다는 말인가! 나는 단 한 번도 그리 말한 적 없단 말일세.”
“그렇군요.”
해동 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신 적이 없어요.”
“자네.”
은해 부가 입술을 비틀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인가?”
“왜?”
해동 부가 코웃음을 쳤다.
“일단 나가지.”
“자네 혼자 나가게.”
은해 부가 이를 악 물고 말했다.
“나는 아직 이야기가 더 있어.”
“더 있다고?”
해동 부가 미소를 짓더니, 노 장로를 바라봤다.
“노 장로 님.”
“왜?”
노 장로의 얼굴에 긴장이 떠올랐다.
“무슨 일로?”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해동 부는 비열하고 또 차갑기 그지 없는 목소리로, 노 장로를 향해 의미 없는 질문을 던졌다.
“아직도 말씀이 남으셨단 말입니까?”
“흐음 아닐세.”
결국 고개를 젓는 노 장로다.
“나가지.”
“노 장로 님.”
“끝났다지 않으신가?”
해동 부는 너무나도 재미있다는 표정이었다.
“여기서 그리 창피하게 굴지 말고, 어서, 밖으로 가서 우리 둘이 해야 할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할 이야기 없네.”
“그래?”
해동 부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럼 저는 이만 가지요.”
“그러지.”
노 장로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은해 부를 바라봤다.
“장로회장.”
“예.”
“저 자를 조심하게.”
노 장로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인어가 늙게 되면, 점점 다른 존재의 본질을 보는 눈이 밝아지고, 더욱 뚜렷해 진다네. 분명해.”
“알고 있습니다.”
“위험해.”
노 장로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정말 위험해.”
“예.”
“그럼 일단 물러가게.”
“네?”
은해 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그게 무슨?”
“지금은 아니야.”
노 장로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최소한 내일 회의에서 이 이야기를 정식으로 하자고 할 것이니, 다른 염려는 하지 마시게. 내가 어떠한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그리라도 말을 하면 무엇이라도 달라지지 않겠는가?”
“맞습니다.”
은해 부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두 알고 있겠지요.”
“그러니 말이네.”
노 장로의 말에 은해 부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미안해.”
“아닙니다.”
은해 부가 겨우 미소를 지었다.
“이것도 큰 도움입니다.”
“그래.”
노 장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몸 조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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