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오! 나의 공주님 [완]

오! 나의 공주님 - [스무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9. 23. 19:38

 

 

여름 날의 판타지

 

! 나의 공주님

 

 

스무 번째 이야기

 

 

 

무슨 중한 이야기라도 한 것인가?

 

!

 

방을 나오던 은해 부의 얼굴이 굳었다.

 

, 자네.

 

뻔하지.

 

해동 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노망난 늙은 인어, 분명히 내일 회의에서 이 안건을 투표에 부치겠다 그리 이야기를 한 것이겠지.

 

!

 

은해 부는 당황했다.

 

,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자네들이 생각하는 것 그것이 고작 아니던가?

 

해동 부가 씩 웃었다.

 

미련한 자들.

 

언행을 삼가게!

 

은해 부가 미간을 모았다.

 

어른이시네.

 

어른?

 

해동 부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어른은 무슨 어른?

 

자네.

 

되었네.

 

해동 부는 얼굴에서 표정을 지웠다.

 

자네 딸은 절대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지 못할 것이야. 평생 아파하며 그리 살게 될 것이야.

 

자네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야!

 

내가 그러하였네.

 

해동 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나 역시 행복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어. 과거의 인어들은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해주지 않았지. 그래놓고 자네는 지금 자네의 딸만을 위해서 모든 행복을 이야기 하겠다고 하는 것인가? 그러한 것이 얼마나 이기적인 것인지, 얼마나 역겨운 것인지에 대해서 그대는 모르는 것인가?

 

역겹다.

 

은해 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는 그것이 지금 역겹다고 말을 하는 것인가?

 

무어라?

 

해동 부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은해 부를 노려 보았다.

 

그렇다면 자네는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 나의 불행이라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리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자네는 나의 아픔을 진정 모른다는 것인가?

 

알고 있네.

 

은해 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아픔을 알고 있어.

 

그런데!

 

해동 부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그런데, 어찌, 어찌 그러한 말을 할 수 있어! 나의 아픔을 그대가 더욱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대는 그 아픔을 다른 인어에게 주고 싶은가?

 

!

 

해동 부의 눈이 흔들렸다.

 

, 무슨?

 

자네도 많이 아프지 않았나? 자네 역시 그러한 행동으로 인해서 너무나도 힘이 들지 않았냐는 말일세.

 

. 웃기지도 않는 소리.

 

해동 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한 말을 한다고 해서 내 생각이 바뀐다고 생각을 하는가? 웃기지도 않는 소리. 내 생각은 전혀 변하지 않네. 나는 절대로 나의 생각을 바꿀 것이 아니야! 나는 절대로 자네의 딸을 허락할 수 없네. 자네의 딸과 인간의 혼인? 그것이 얼마나 파멸의 길을 닿는 것인지 모른다는 말인가?

 

모르네.

 

은해 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나는 몰라.

 

.

 

해동 부가 허탈한 표정으로 웃음을 흘렸다.

 

자네는 진정, 나의 아픔이 얼마나 큰 것인지 모를 테지. 자네는 인간을 사랑한 적이 없었으니. 그 인간을 사랑한다는 그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 그로 인해 치루어야 할 죄가 얼마나 큰 것인지 모를 테지.

 

그러니 자네에게 이리 말을 하는 걸세.

 

은해 부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자네는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모르고 있는 것까지 자네는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

 

부탁하네.

 

은해 부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나를 위해서, 부탁이네.

 

싫어.

 

해동 부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것은 불행일세.

 

다를 걸세.

 

어째서?

 

해동 부가 갈라지는 목소리로 반문했다.

 

어째서 다를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인가?

 

시간이 흘렀으니까.

 

은해 부는 담담히 말했다.

 

이제 세상이 달라졌네. 다를 것이야.

 

다를 것 하나 없네.

 

아니.

 

은해 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미 세상은 많이 달라졌네. 지금 그러한 일이 생긴다면 과거 당신이 아프던 그러한 일들이 다시 생기지 않을 것이야. 그러한 일은 더 이상 생길 수 없을 것이네. 그러니 부탁이네.

 

내 아들은 어쩌란 말인가?

 

자네의 아들?

 

은해 부가 살짝 높아지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자네의 아들이 왜?

 

아직도 자네의 딸을 좋아하고 있네.

 

!

 

은해 부의 눈이 흔들렸다.

 

, 그런.

 

자네의 딸을 아직도 좋아하고 있단 말이네!

 

그 마음이 어찌 가능하단 말인가? 자네의 아들과 나의 딸은 인연이 아닐 진대, 운명으로 맺어진 사이가 아닐 진대.

 

은해가 인간이 된다면?

 

!

 

은해 부의 얼굴이 굳었다.

 

, 무슨?

 

새로운 인연인 걸세.

 

.

 

은해 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한 것이 과연 가능이나 하단 말인가? 어찌, 어찌 그렇게 새로운 인연이 맺어지게 된다는 것이야?

 

무조건 아니라고 이야기 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해동 부가 슬픔을 살짝 띈 목소리로 웃으며 반문했다.

 

그러한 사이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분명 인간과 인어 사이의 그러한 인연일세. 무조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지. 그러한 인연 역시 분명, 분명히 가능한 일이네. 가능해.

 

그래서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러는 것인가?

 

그렇다네.

 

흐음.

 

은해 부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내가 더 이상 무조건 강요할 수도 없는 것인가? 그렇게 해서도, 그렇게만 이야기 해서도 아니 되는 것인가?

 

자네는 무조건 지금 자네만을 생각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진정으로 자네의 딸을 생각을 하는 것인가?

 

?

 

은해 부의 목소리가 가늘게 흔들렸다.

 

, 그게 무슨 말인가? 내가 내 딸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게 어떻게 가능하다는 말인가?

 

용왕의 분노.

 

해동 부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것이 걱정이 되는 것은 아니고?

 

!

 

은해 부의 얼굴이 굳었다.

 

, 뭐라고?

 

자네는 이 인어 장로의 회장일세, 그렇기 때문에 각종 재해나, 나쁜 일들이 생긴다면, 그에 대한 죄는 모두 자네에게 묻게 되겠지. 자네에게 더 이상의 선택은 있을 수 없는 것이네. 자네에게 아무런 선택이 있을 수 없는 것이야.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은 오롯이 자네의 죄가 될 것일세.

 

, 그러니 지금 자네의 말은.

 

은해 부가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가 그저 지금 용왕 님의 분노 같은 것을 달래기 위해서 나의 딸을 팔아 먹기라도 한다는 건가?

 

그래.

 

해동 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닥쳐!

 

은해 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겨우, 겨우 그 따위 존재로 밖에 생각이 안 된다는 말인가? 내가 겨우 그 정도 밖에 안 된다 생각을 하는 것이야!

 

아니라고 확실히 말을 할 수 있는가?

 

!

 

은해 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 무어라?

 

자네 지금 아니라고 확실히 말을 할 수 있냐는 말이야.

 

해동 부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네는 지금 확답을 할 수 없을 걸세.

 

, 있어!

 

아니.

 

해동 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자네는 자네의 말을 확실히 하지 못 해.

 

!

 

자네는 지금 자네를 위해서 하는 것이니.

 

 

은해 부의 주먹이 해동 부의 얼굴을 지나갔다.

 

그 입 다물어. 자네의 그 잘못된 머리가, 그 추악한 마음이 모두 자네와 같이 보기에 그러한 말을 지껄이는 걸세. 그런 것이 아니라면, 아니라면 절대로 그렇게 할 수가 없는 것이야!

 

과연 그럴까?

 

해동 부가 입가를 쓱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

 

자네 정말로 그렇게 자신에 대해서 믿을 수 있다는 것인가? 정말로 그렇게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정녕, 단 한 점도 이 바다에 대해서 부끄러움 없이, 한 점 속임도 없이 그렇게 확실히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게 자신이 있다는 것인가?

 

자신.

 

은해 부가 살짝 침을 삼킨 후 입을 열었다.

 

자신 있네.

 

자신이 있다.

 

해동 부가 이상한 목소리로 그 말을 곱씹었다.

 

정말로 자신이 있다는 말이지.

 

그래 자신이 있어.

 

그럼 그렇게 믿어 보시지.

 

해동 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렇지 않다는 것에 모든 것을 걸 자신도 있네. 자네는 지금 자신의 마음을 믿지 않아.

 

무어라?

 

자네는 딸을 팔고 싶은 거야!

 

닥치라고!

 

이 무슨 소란인가?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렸다.

 

무슨 말들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닙니다.

 

해동 부가 고개를 숙인 후 멀리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