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의 판타지
오! 나의 공주님
스물두 번째 이야기
“후우.”
해동 부가 가늘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의 그 마음을 억지로 이용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지만 어쩔 수가 없구나. 어쩔 수가 없어.”
해동 부가 고개를 젓고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
허탈했다.
“내 마음?”
설마 아버지도 알고 계신 것일까?
순간 해동의 눈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아닐 거야. 아닐 거야. 어떻게, 어떻게 나의 마음 속까지 아버지께서 아실 수가 있다는 거야? 그럴 리 없어.”
‘정말로?’
“!”
다시 그 목소리였다.
“도, 도대체 왜 다시 들리는 거야?”
‘네가 나를 부르고 있으니까. 진실이라면서, 지금 이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렇게 나를 찾고 있으니까.’
“아니야.”
해동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러한 마음을 먹은 적 없어.”
‘확신할 수 있는 거야?’
목소리에는 조소가 섞여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너는 그 해수석을 버리지 못하는 거야? 그 해수석이 너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너는 믿고 있는 것 아니야? 그 해수석에게 모든 것을 걸 거라는 걸 말이야.’
“아무 것도 걸지 않아.”
해동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저, 그저.”
‘그저 뭐?’
목소리가 웃음기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저 그 해수석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야?’
“그냥 보관만 하고 있을 거야.”
해동이 이를 악 물고 목소리에 대꾸했다.
“이것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된다면, 분명히 아버지께서는 힘든 상황에 빠지실 수 밖에 없으니까.”
‘힘든 상황?’
“그래.”
해동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께서는 인어들에게는 사사로이 가질 수 없는 그러한 물건을 몰래 가지고 계셨단 말이야.”
‘정말 그렇게 아버지를 생각하는 건가?’
“뭐라고?”
해동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반문했다.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너는 내 마음이라면서, 왜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는 거냐고!”
‘사람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움직이는 거니까.’
“!”
‘너는 나로 인해 움직이게 되어 있어.’
순간 몸이 굳었다.
‘은해를 사랑하지?’
“!”
‘사랑하고 있지?’
목소리는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 그러한 말투로 부드럽고, 그리고 따뜻하게 마음을 감싸 쥐었다.
“사랑, 하고 있어.”
‘그러니까 말이야.’
목소리는 모든 것을 이루었다는 목소리를 냈다.
‘네 마음이 가는 곳으로 가란 말이야.’
“어, 어떻게?”
해동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내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을 하라니?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인 건데? 내가 어떻게 행동을 해야 내가 내 마음대로 행동을 하는 것이 되는 건데? 말을 해 봐.”
‘사랑하는 걸 따라 가.’
목소리는 담담히 말을 했다.
‘그게 진실이니까.’
“진실?”
‘그래 진실.’
목소리는 사라졌다.
“하. 하하.”
머리가 지끈거렸다.
“진실, 이라고?”
해동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해수석을 바라봤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진실을 만들 수 있는 건데? 이게 도대체 무슨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있는 건데?”
진실. 진실이라고?
‘퍽’
해동은 해수석을 던져 버렸다.
“이 따위 돌이 도대체 내게 무슨 진실을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고 하는 거야! 무슨 진실 말이야!”
해수석은 그 자리에 머물렀다. 해동의 시선은 천천히 바닥을 따라서 그 해수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수석.”
육지로 갈 수 있는 돌.
“인어에게 제약을 없애주는 돌. 어디든지 인어가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그러한 돌.”
마법의 돌.
“하.”
그 돌이 지금 내 눈 앞에 있다?
해동의 눈이 차갑게 번득였다.
“그 돌이 지금 내 눈 앞에 있어! 나는 모든 것을, 모든 것을 전부 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해동의 얼굴에 웃음이 떠 올랐다.
“이 돌로 나는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단 말이야!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단 말이야!”
해동은 천천히 해수석을 향해서 걸어갔다.
“해수석.”
그리고 그 돌을 주웠다. 차가운 느낌. 매끄러운 감촉, 다시 한 번 손에서 느껴지는 그 순간.
“!”
무언가가 몸 한 가득 퍼져 나갔다.
“푸하하하하하하하!”
그 순간 커다랗게 웃음을 터뜨리는 해동이었다.
“!”
해동 부가 걸음을 멈추었다.
“각성?”
해동 부가 자신의 발을 내려다 보았다.
“미안하다. 미안해. 하지만 나는 이럴 수 밖에 없다. 모든 인어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는 것이니까.”
해동 부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이게 무슨 소리죠?”
“모르겠어요.”
은해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처음 듣는 소리에요.”
“그래요?”
성오가 은해의 손을 잡았다.
“왜 떨고 있어요?”
“네?”
은해가 눈을 깜빡였다.
“떠, 떨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
성오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 거예요?”
“방금 그 울음 너무나도 슬펐어요.”
은해가 슬픈 미소로 성오를 올려다 봤다.
“처음 듣는 울음이었지만, 그 울부짖음 너무나도 익숙한 것이었어요. 그리고 너무나도 아프게 들렸어요.”
“내가 있잖아요.”
성오가 은해를 품에 안았다.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손을 잡아줄게요. 그리고 당신의 옆에서 당당하게 지켜주고 있을게요.”
“성오 씨.”
“무서워 하지 말아요.”
성오가 은해의 머리에 코를 묻었다.
“우리 내일 좋은 일 있잖아요.”
“네.”
은해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일.”
“은해 씨에게 좋은 일이 아니예요?”
“아니요.”
은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도 너무나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닌 것 같아요.”
“아니에요.”
은해가 싱긋 웃었다.
“나도 내일이 기대가 되요.”
“정말로요?”
“네.”
은해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두 사람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 날이니까.”
“쿡.”
성오가 낮게 웃었다.
“언제는 아니었어요?”
“아니요.”
은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항상 그랬었네요.”
“그렇다니까요.”
성오가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두 사람 언제나 행복한 사이였어요.”
“아 너무 좋다.”
“뭐가 좋아요?”
“다요.”
은해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성오 씨가 옆에 있는 것도 너무나도 좋고, 이 바다를 떠날 수 있다는 것도 너무나도 신기하고 말이에요.”
“바다를 떠날 수 있는 게 그렇게 좋아요?”
“무조건 좋지만은 아니에요.”
은해가 성오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말했다. 두렵지만 조금은 설레는.
“하지만 무조건 부정할 수도 없으니까.”
“나도 설레요.”
“정말로요?”
“네.”
성오가 낮은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이제 더 이상 안 떠네요?”
“정말.”
은해가 미소를 지었다.
“성오 씨는 참 따뜻해요.”
“이제는 은해 씨가 나를 따뜻하게 해줄 거죠?”
“네.”
은해가 고개를 끄덕이며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약속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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