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오! 나의 공주님 [완]

오! 나의 공주님 - [스물한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9. 24. 18:51

 

 

 

여름 날의 판타지

 

! 나의 공주님

 

 

스물한 번째 이야기

 

 

 

아버님, 그 얼굴이 도대체 어떻게 되신 것입니까? 어디서 무슨 일이 있으시기에 그러신 것입니까?

 

아니다.

 

해동의 물음에 부친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너는 알 필요가 없어.

 

하아.

 

해동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아버님께서 몸이 상해 오셨는데 저보고 신경을 쓰지 말라, 그리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해동아.

 

.

 

뭍으로 나가고 싶은 것이냐?

 

!

 

해동의 눈이 가늘게 흔들렸다.

 

, 그것이 도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뭍으로 가다니요? 어찌, 어찌 뭍으로 갈 수 있다는 말입니까?

 

이것.

 

해동 부가 목에 걸고 있던 것을 조심스럽게 건넸다.

 

이것만 있다면 인어도 충분히 물 밖에서 살 수 있다.

 

해수석?

 

해동의 눈이 반짝였다.

 

해수석이라니, 해수석이라는 것은 이미 더 이상 발견될 수 없다고 믿었는데요? 모든 해수석은 이미 뭍으로 나간 인어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바람에 사라졌다고 이야기를 했는데요.

 

돌아온 인어가 있다.

 

해동 부가 담담히 말했다.

 

네 어미다.

 

!

 

해동의 눈이 가늘게 흔들렸다.

 

, 제 어머니가 다시 돌아오셨다고요?

 

그래.

 

해동 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미는 인간이었기에, 인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계속 그녀가 뭍을 바라고, 뭍을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네 어미는 비록 그 몸은 인어일지언정, 그 마음까지 인어일 수는 없었지. 그렇기에 모든 장로들과 모든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어찌 해아 할까 하고.

 

해동 부가 창가로 섰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무슨 결론입니까?

 

뭍으로 보내기로.

 

!

 

해동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뭍으로, 그래서 어머니를 뭍으로 보내드린 것입니까?

 

그래, 그러나 네 어미는 너를 잊을 수 없었다. 제 배가 아파서 낳은 아이이니, 아마도 잊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렇게 네 어미는 너를 따라서 그렇게 올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을 왜 제게 주시는 것입니까?

 

아마도 떠날 것이다.

 

해동 부는 차분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러나 그 성오라는 자는 뭍으로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정말 우리 장로회가 소유하고 있는 마지막 해루석이니 말이다. 그러니 네가 따라 가거라. 네가 다시 그 사람을 인연으로 만들거라.

 

불가합니다.

 

해동이 아래 입술을 강하게 물며 대꾸했다.

 

어찌 그러한 일이 가능하겠습니까?

 

둘이 바뀌는 것이다.

 

?

 

해동이 고개를 갸웃했다.

 

둘이 바뀌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너는 이제 인어이고 그 아이는 이제 인간이 되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인연이 될 수도 있는 것이야.

 

그리 믿으십니까?

 

해동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버지께서 정녕 그리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래.

 

해동 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절대로 그 아이를 놓지 말거라.

 

아버지.

 

해동의 눈이 흔들렸다.

 

, 어찌, 어찌 그러한 말씀을 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분명, 분명히 그러한 일이 우리 인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을 모두 아시지 않으십니까? 그런데 어찌 그러십니까?

 

막을 수 있느냐?

 

해동 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다면 너는 지금 네 마음을 막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이냐?

 

?

 

해동의 눈이 가늘게 흔들렸다.

 

, 무슨?

 

너 역시 네 마음을 지울 수 없지 않느냐?

 

하지만.

 

알고 있다.

 

해동 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라는 아이는 내 아들이야. 내가 내 아들을 모를 이유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이더냐? 너는 절대로 너의 그 마음을 져버릴 수가 없는 아이다. 너는 네 마음을 잊을 수가 없어.

 

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러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해가 되는 것이라면 접을 것입니다.

 

해가 되지 않는다면?

 

해동 부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해동을 바라봤다.

 

그렇다면 괜찮다는 것이야?

 

아버님.

 

인정하거라.

 

해동 부의 눈에는 힘이 있었다.

 

너라는 아이는 내 아들이야. 내가 너라는 아이가 어떻게 선택을 할 거라는 지는 알고 있다.

 

왜 변하신 겁니까?

 

해동의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반대하셨잖아요?

 

진실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

 

알았다.

 

해동 부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나는 그저 너의 고집과 아집이라고만 생각을 했었다. 지금 네가 생각을 하는 건 모두 거짓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너의 그 마음이라는 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 버렸다.

 

됐습니다.

 

해동이 아래 입술을 꽉 물었다.

 

아버지는 저의 행복 따위 관심도 없으신 분이잖아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거지?

 

!

 

해동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 그게 무슨?

 

어쩔 수 없는 거지.

 

해동 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만 나는 너의 편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네가 최악의 길로 빠지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최악이라고요?

 

그래.

 

해동 부는 깊은 눈으로 자신의 아들을 바라봤다.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 너에게 다시 이야기를 해줄 필요는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네가 더욱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

 

해동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버지는 몰라요.

 

정말?

 

?

 

정말 모른다고 생각을 하는 거냐?

 

해동 부의 얼굴은 다소 쓸쓸하게 보였다.

 

나 역시 네 어미를 사랑했던 사람이다. 나 역시 인간을 사랑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인어일 뿐이야.

 

아버지와 저는 달라요!

 

해동이 절규하듯 외쳤다.

 

아버지와 저를 엮지 마세요.

 

불쾌한 게냐?

 

!

 

내 피가?

 

해동 부는 고개를 가만히 저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어.

 

있어요.

 

해동이 아래 입술을 꽉 물었다.

 

저는 아니라고요!

 

너 역시 나다.

 

!

 

너는 나야.

 

해동 부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네가 그것을 부정하려고 한다고 하더라도 너는 그저 나일 수 밖에 없는 그러한 존재야!

 

아니라고요!

 

해동이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 저는 다르단 말이에요!

 

그러길 바란다.

 

해동 부가 천천히 등을 돌렸다.

 

너는 나와 다르기를 바란다.

 

아버지.

 

그렇겠지?

 

해동 부의 얼굴에는 가만히 미소가 피어올랐다.

 

정말 그러한 것이겠지?

 

!

 

알 수 없는 부친의 웃음에 해동의 몸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 도대체 저에게 무엇을 바라고 계신 거예요?

 

모든 것.

 

!

 

변화.

 

해동 부는 차분한 표정으로 돌아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어 나갔다.

 

이 인어들은 변화를 거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야. 나는 그 변화를 원한다.

 

변화. 라고요?

 

그래.

 

해동 부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많은 것을 잃어야 하고, 많은 것이 달라져야 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러한 변화를 원한다.

 

아버지는 반대 아니셨나요?

 

해동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버지는 변화가 싫으시잖아요.

 

아니.

 

해동 부가 고개를 저었다.

 

좋다.

 

어쨰서? 어쨰서 그렇다는 거예요!

 

그 변화라는 것이 많은 것을 다르게 할 거니까.

 

해동 부는 차가운 표정으로 자신의 아들을 노려 보았다.

 

너 역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고, 나 역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야! 다른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다는 말이야! 다른 무엇이 더 필요해서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야!

 

저는 아버지의 꼭두각시가 아니에요!

 

내 꼭두각시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해동 부는 아래 입술을 물었다.

 

너의 마음의 꼭두각시가 되거라.

 

!

 

해동 부는 등을 돌리고 방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