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의 판타지
오! 나의 공주님
열네 번째 이야기
“거기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 모두 현재까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전까지 있었던 족속들의 그림이 대다수예요.”
“하.”
성오가 입을 가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 이 세상은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거죠? 정말 믿을 수가 없잖아요.”
“이미 인어의 존재도 바라봤으면서, 뭘 더 못 믿겠다는 거예요?”
은해가 미소를 지으면서 성오의 어깨를 툭 쳤다.
“우리 어서 가요.”
“그, 그러죠.”
그 순간, 길을 걷던 은해가 비틀했다.
“으앗!”
“은해 씨!”
달려가는 성오, 그리고 넘어지는 두 사람.
‘
“!”
“!”
두 사람의 눈이 커다래졌다.
“아니 두 사람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던 것입니까? 아침에 두 분이 나가셨을 때와 분위기가 확실히 무엇이 다르게 느껴지는데 말입니다. 두 분 사이에 무슨 다툼이라도 있으셨던 것입니까?”
“아닙니다.”
걱정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은해 부의 물음에 대해서, 성오가 가만히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 보니까 이상하잖아요.”
은해 모 역시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두 사람을 바라봤다.
“두 사람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아니라니까요!”
은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굴은 이미 그 상황을 참을 수 없을 만큼 화끈화끈 달아 올라 있었다.
“너 지금 그게 엄마한테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은해 너 당장 자리에 앉지 못하겠니? 어?”
“여보 그냥 두세요.”
“그냥 두기는!”
은해 부가 엄한 표정으로 은해를 바라봤다.
“당장 앉아서 엄마께 사과 드리렴. 어서!”
“됐어요. 정말 아빠도 엄마도 다 싫어요.”
“은해야!”
은해가 자리를 박차고 문을 뛰쳐 나갔다.
“은해야! 은해야!”
은해 모가 일어나려고 하자, 성오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다녀올게요.”
“그래 줄래요?”
“네.”
성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뛰어 나갔다.
“하아.”
“여보 진정해요.”
“정말.”
은해 모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이제 더 이상 은해가 내 품의 자식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정말 너무 심한 것 같아요.”
“아이가 커 가니까요.”
은해 부도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은해 씨.”
“이거 놔요.”
“왜 그러는 거예요?”
성오가 재빨리 은해의 앞에 섰다.
“도대체 왜 그러는 지, 이유라도 들어야 할 거 아니에요. 사람이 그렇게 갑자기 화를 내고 가면 어떻게 해요?”
“그냥, 그냥 민망해서 그랬어요.”
은해가 푹 고개를 숙였다.
“너무 민망해서요.”
“뭐가 민망해요?”
성오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민망할 게 뭐가 있어요?”
“나는, 나는.”
은해가 귀까지 빨개진 채로 낮게 중얼거렸다.
“나는 겨우 입술 그거 설친 것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막 당황하면서 민망해 하고 있잖아요. 나 혼자 너무 바보 같잖아요.”
“아니에요.”
성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왜 민망할 일이에요.”
“바보 같잖아요. 성오 씨는 그 상황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데 나 혼자 너무 바보 같잖아요.”
“나도 떨렸어요.”
“네?”
은해가 고개를 들었다.
“그, 그게 무슨?”
“나도 너무나도 좋았다고요. 나도 떨렸어요. 그 잠시 입술 닿은 것, 그거 너무 행복해서 설렜어요.”
“성오 씨.”
“나 은해 씨가 정말로 좋아요.”
성오가 부드러운 눈길로 은해를 바라봤다.
“정말 농담이 아니고, 은해 씨를 두고 제가 장난을 하는 것도 아니에요. 나 정말로 은해 씨가 너무나도 좋아요. 장난이 아니고, 내가 죽을 운명이 되어서 그런 것도 아니예요. 나 정말로 좋아요”
“나도 너무나도 좋아요.”
은해가 성오를 바라봤다.
“하지만 우리 함부로 사랑해서 안되잖아요.”
“아니요.”
성오가 고개를 저었다.
“나 다짐했어요.”
“무엇을요?”
“모든 걸 말이에요.”
“모든, 것?”
성오의 말에 은해의 눈이 가늘게 흔들렸다.
“도대체 성오 씨가 무엇을 모두 걸었다는 거죠? 성오 씨가 모든 것을 갈 게 도대체 무엇이죠?”
“나 바다에 살아도 상관 없어요.”
“!”
성오의 말에 은해가 할 말을 잃었다.
“사실 맨 처음에 나 너무나도 두려웠어요.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던 거 모든 것을 다 버려야 한다는 사실이 말이에요. 하지만 그거 곧 알았어요. 난생 처음 인간 세계로 가는 은해 씨는 더 두렵겠구나.”
“성오 씨.”
“나는 바다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성오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나는 더 이상 이 바다가 두렵지 않아요. 은해 씨를 사랑하니까, 은해 씨가 그 동안 살았던 그 추억을 가지고 있는 바다. 이 바다라는 것이 저는 하나도 두렵지 않아요.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
“하아.”
은해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성오 씨는 어쩜 그렇게 쉽게 말을 할 수가 있어요?”
“내가 뭘요?”
“사랑이라는 게 쉬워요?”
“아니요.”
성오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다른 여자들이라면 쉽지 않았을 거예요. 나 지금 은해 씨가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 모르겠지만 말이죠. 나 은해 씨가 생각을 하는 것처럼 그런 가벼운 남자가 아니에요.”
“그, 그런 의미가 아니라.”
“알아요.”
성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말을 했다.
“나 있잖아요. 은해 씨라서 이렇게 쉽게 좋아한다고 말을 할 수 있어요. 모든 것을 건다고 할 수 있어요.”
“성오 씨.”
“다른 사람들 모두 나보고 미쳤다고 할 거예요. 왜 이렇게 목숨을 거는 거냐고, 그냥 포기하라고. 하지만 나 이미 그럴 수가 없는 걸요. 나 있잖아요. 여기.”
성오가 은해의 손을 끌어서 자신의 왼쪽 가슴에 끌어 올렸다. 두근거리는 느낌에 은해의 볼이 붉어졌다.
“느껴지죠?”
“네.”
은해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느껴져요.”
“여기가 너무 뛰어요.”
성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오 씨.”
“나 여태까지 살면서 말이에요. 어떠한 사람을 보고, 어떠한 존재를 보고 이렇게 심장이 뛴 적이 없어요. 내가 가장 무서웠던, 어린 날 치과에 가서 이를 빼야 할 때도 이렇게 무섭지 않았어요.”
“풋.”
성오의 익살스러운 표정에 은해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니까 우리 인정해요.”
“싫어요.”
“왜요?”
“나 성오 씨 이런 곳에 두기 싫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성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아이를 낳으면 되는 거잖아요.”
“하아.”
은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곳 너무나도 위험한 곳이에요. 성오 씨는 이 바다 적응하기 힘들 거예요. 분명해요.”
“육지도 같아요.”
“성오 씨.”
“그러니까 그만.”
성오가 씩 웃었다.
“그냥 믿어요.”
“제길.”
해동의 손에서 소라 껍데기가 떨어졌다.
“도대체 왜? 왜 저 자식이 저렇게 좋은 건데?”
해동이 입술을 비틀었다.
“나도 저 녀석 못지 않게 너를 위해서 모든 것을 걸 수가 있어. 저 자식을 죽이고 싶단 말이야.”
‘죽이고 싶어?’
“!”
해동이 뒤로 주춤했다.
“누, 누구야?”
‘너야.’
“!”
해동의 얼굴이 굳었다.
“나라고?”
‘그래 너.’
“도대체 내가 어떻게 나에게 말을 거는 거야?”
‘엄밀히 말을 하면 나는 네가 아니라 네 속에 있는 또 다른 사악한 너야. 인어들에게만 있는 아주 특별한 것이지. 너 저 자가 정말로 싫은 거야? 정말로 저 자를 죽이고 싶고 그런 거야?’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응?”
“해동아!”
순간 은해가 자신을 바라봤다는 것을 안 해동이 재빨리 달렸다.
“해동아!”
“젠장.”
해동이 아래 입술을 꽉 깨물었다.
“너 저 녀석 대신 저 여자의 사랑이 되고 싶니?”
“!”
순간 해동의 마음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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