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오! 나의 공주님 [완]

오! 나의 공주님 - [열네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9. 8. 20:55

 

 

여름 날의 판타지

 

! 나의 공주님

 

 

열네 번째 이야기

 

 

 

거기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 모두 현재까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전까지 있었던 족속들의 그림이 대다수예요.

 

.

 

성오가 입을 가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 이 세상은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거죠? 정말 믿을 수가 없잖아요.

 

이미 인어의 존재도 바라봤으면서, 뭘 더 못 믿겠다는 거예요?

 

은해가 미소를 지으면서 성오의 어깨를 툭 쳤다.

 

우리 어서 가요.

 

, 그러죠.

 

그 순간, 길을 걷던 은해가 비틀했다.

 

으앗!

 

은해 씨!

 

달려가는 성오, 그리고 넘어지는 두 사람.

 

Chu

 

!

 

!

 

두 사람의 눈이 커다래졌다.

 

 

 

아니 두 사람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던 것입니까? 아침에 두 분이 나가셨을 때와 분위기가 확실히 무엇이 다르게 느껴지는데 말입니다. 두 분 사이에 무슨 다툼이라도 있으셨던 것입니까?

 

아닙니다.

 

걱정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은해 부의 물음에 대해서, 성오가 가만히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 보니까 이상하잖아요.

 

은해 모 역시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두 사람을 바라봤다.

 

두 사람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아니라니까요!

 

은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굴은 이미 그 상황을 참을 수 없을 만큼 화끈화끈 달아 올라 있었다.

 

너 지금 그게 엄마한테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은해 너 당장 자리에 앉지 못하겠니? ?

 

여보 그냥 두세요.

 

그냥 두기는!

 

은해 부가 엄한 표정으로 은해를 바라봤다.

 

당장 앉아서 엄마께 사과 드리렴. 어서!

 

됐어요. 정말 아빠도 엄마도 다 싫어요.

 

은해야!

 

은해가 자리를 박차고 문을 뛰쳐 나갔다.

 

은해야! 은해야!

 

은해 모가 일어나려고 하자, 성오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다녀올게요.

 

그래 줄래요?

 

.

 

성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뛰어 나갔다.

 

하아.

 

여보 진정해요.

 

정말.

 

은해 모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이제 더 이상 은해가 내 품의 자식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정말 너무 심한 것 같아요.

 

아이가 커 가니까요.

 

은해 부도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은해 씨.

 

이거 놔요.

 

왜 그러는 거예요?

 

성오가 재빨리 은해의 앞에 섰다.

 

도대체 왜 그러는 지, 이유라도 들어야 할 거 아니에요. 사람이 그렇게 갑자기 화를 내고 가면 어떻게 해요?

 

그냥, 그냥 민망해서 그랬어요.

 

은해가 푹 고개를 숙였다.

 

너무 민망해서요.

 

뭐가 민망해요?

 

성오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민망할 게 뭐가 있어요?

 

나는, 나는.

 

은해가 귀까지 빨개진 채로 낮게 중얼거렸다.

 

나는 겨우 입술 그거 설친 것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막 당황하면서 민망해 하고 있잖아요. 나 혼자 너무 바보 같잖아요.

 

아니에요.

 

성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왜 민망할 일이에요.

 

바보 같잖아요. 성오 씨는 그 상황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데 나 혼자 너무 바보 같잖아요.

 

나도 떨렸어요.

 

?

 

은해가 고개를 들었다.

 

, 그게 무슨?

 

나도 너무나도 좋았다고요. 나도 떨렸어요. 그 잠시 입술 닿은 것, 그거 너무 행복해서 설렜어요.

 

성오 씨.

 

나 은해 씨가 정말로 좋아요.

 

성오가 부드러운 눈길로 은해를 바라봤다.

 

정말 농담이 아니고, 은해 씨를 두고 제가 장난을 하는 것도 아니에요. 나 정말로 은해 씨가 너무나도 좋아요. 장난이 아니고, 내가 죽을 운명이 되어서 그런 것도 아니예요. 나 정말로 좋아요

 

나도 너무나도 좋아요.

 

은해가 성오를 바라봤다.

 

하지만 우리 함부로 사랑해서 안되잖아요.

 

아니요.

 

성오가 고개를 저었다.

 

나 다짐했어요.

 

무엇을요?

 

모든 걸 말이에요.

 

모든, ?

 

성오의 말에 은해의 눈이 가늘게 흔들렸다.

 

도대체 성오 씨가 무엇을 모두 걸었다는 거죠? 성오 씨가 모든 것을 갈 게 도대체 무엇이죠?

 

나 바다에 살아도 상관 없어요.

 

!

 

성오의 말에 은해가 할 말을 잃었다.

 

사실 맨 처음에 나 너무나도 두려웠어요.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던 거 모든 것을 다 버려야 한다는 사실이 말이에요. 하지만 그거 곧 알았어요. 난생 처음 인간 세계로 가는 은해 씨는 더 두렵겠구나.

 

성오 씨.

 

나는 바다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성오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나는 더 이상 이 바다가 두렵지 않아요. 은해 씨를 사랑하니까, 은해 씨가 그 동안 살았던 그 추억을 가지고 있는 바다. 이 바다라는 것이 저는 하나도 두렵지 않아요.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

 

하아.

 

은해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성오 씨는 어쩜 그렇게 쉽게 말을 할 수가 있어요?

 

내가 뭘요?

 

사랑이라는 게 쉬워요?

 

아니요.

 

성오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다른 여자들이라면 쉽지 않았을 거예요. 나 지금 은해 씨가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 모르겠지만 말이죠. 나 은해 씨가 생각을 하는 것처럼 그런 가벼운 남자가 아니에요.

 

, 그런 의미가 아니라.

 

알아요.

 

성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말을 했다.

 

나 있잖아요. 은해 씨라서 이렇게 쉽게 좋아한다고 말을 할 수 있어요. 모든 것을 건다고 할 수 있어요.

 

성오 씨.

 

다른 사람들 모두 나보고 미쳤다고 할 거예요. 왜 이렇게 목숨을 거는 거냐고, 그냥 포기하라고. 하지만 나 이미 그럴 수가 없는 걸요. 나 있잖아요. 여기.

 

성오가 은해의 손을 끌어서 자신의 왼쪽 가슴에 끌어 올렸다. 두근거리는 느낌에 은해의 볼이 붉어졌다.

 

느껴지죠?

 

.

 

은해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느껴져요.

 

여기가 너무 뛰어요.

 

성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오 씨.

 

나 여태까지 살면서 말이에요. 어떠한 사람을 보고, 어떠한 존재를 보고 이렇게 심장이 뛴 적이 없어요. 내가 가장 무서웠던, 어린 날 치과에 가서 이를 빼야 할 때도 이렇게 무섭지 않았어요.

 

.

 

성오의 익살스러운 표정에 은해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니까 우리 인정해요.

 

싫어요.

 

왜요?

 

나 성오 씨 이런 곳에 두기 싫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성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아이를 낳으면 되는 거잖아요.

 

하아.

 

은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곳 너무나도 위험한 곳이에요. 성오 씨는 이 바다 적응하기 힘들 거예요. 분명해요.

 

육지도 같아요.

 

성오 씨.

 

그러니까 그만.

 

성오가 씩 웃었다.

 

그냥 믿어요.

 

 

 

제길.

 

해동의 손에서 소라 껍데기가 떨어졌다.

 

도대체 왜? 왜 저 자식이 저렇게 좋은 건데?

 

해동이 입술을 비틀었다.

 

나도 저 녀석 못지 않게 너를 위해서 모든 것을 걸 수가 있어. 저 자식을 죽이고 싶단 말이야.

 

죽이고 싶어?

 

!

 

해동이 뒤로 주춤했다.

 

, 누구야?

 

너야.

 

!

 

해동의 얼굴이 굳었다.

 

나라고?

 

그래 너.

 

도대체 내가 어떻게 나에게 말을 거는 거야?

 

엄밀히 말을 하면 나는 네가 아니라 네 속에 있는 또 다른 사악한 너야. 인어들에게만 있는 아주 특별한 것이지. 너 저 자가 정말로 싫은 거야? 정말로 저 자를 죽이고 싶고 그런 거야?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

 

해동아!

 

순간 은해가 자신을 바라봤다는 것을 안 해동이 재빨리 달렸다.

 

해동아!

 

젠장.

 

해동이 아래 입술을 꽉 깨물었다.

 

너 저 녀석 대신 저 여자의 사랑이 되고 싶니?

 

!

 

순간 해동의 마음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