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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Episode.6 - [여덟]

권정선재 2009. 10. 2. 12:02

 

 

만약에, 우리

 

Episode.6

 

 

민용과 민정의 결혼 이야기 여덟

 

 

 

그냥, 이 밤에 길을 걷다 보니까 ,오빠가 생각이 나더라. 그래도 우리 두 사람 꽤나 잘 어울렸어.

 

그렇지.

 

역시나 전화를 통한 민용의 목소리는 좋았다.

 

오빠.

 

?

 

민정이 좋지?

 

?

 

순간 당황한 민용의 목소리.

 

왜 당황하고 그래?

 

, 그게 아니라.

 

좋은 아이야.

 

신지는 벤치에 앉았다.

 

걔 울리면 안 되는 거 알지?

 

알아.

 

오빠.

 

?

 

나 준이 보지 말까?

 

 

 

?

 

민용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준이, 이제 낯을 가리게 될 거야. 그런데, 나도 있고 민정이도 있다면, 준이 많이 힘들어 할 거야. 내가 알아.

 

하지만.

 

오빠, 그러지 마. , 되게 고민을 하고 고민을 해서 그렇게 내린 결론이야. 내가 있으면, 준이 되게 많이 어려워 할 거야. 도대체 뭐가 뭔지, 준이가 잘 모르게 될 거란 말이야. 나 그런 거 원하지는 않아.

 

하지만. 하지만.

 

아니.

 

신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자신의 목소리와는 너무나도 다르게 차분한 목소리가 신지에게서 나왔다.

 

나 정말로 우리 준이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오빠 그러면 준이 나에게 줄 수 있어? 그건 아니지?

 

?

 

허를 찔린, 민용의 얼굴이 굳었다.

 

오빠 그런 사람이라는 거 알고 있어. 오빠도 준이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준이 없이는 안 되잖아.

 

미안해.

 

아니야.

 

신지의 목소리가 살짝 밝아졌다.

 

오빠.

 

?

 

미안해.

 

뭐가?

 

내가 무책임 해서.

 

네가 뭐가 무책임해.

 

민용이 이마를 짚었다.

 

너 만큼 책임감 있는 사람 본 적 없어.

 

오빠. 나 있잖아. 오빠 되게 좋아했다.

 

나도, 나도 그랬어.

 

.

 

수화기 너머로 웃음 소리가 번져왔다.

 

 

 

그 말 거짓말이지?

 

아니.

 

민용의 목소리는 가늘게 흔들리고 있었다.

 

신지 너 정말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정말로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닌 거지? ?

 

아니야.

 

신지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무슨 일이 있을 게 뭐가 있어? 오빠, 나 그렇게 나쁜 일이나, 사고 치는 일 같은 거 하지 않습니다.

 

알아.

 

민용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냥 왠지 모르게 네 목소리나 그런 것이 평소에 내가 알고 있던 너랑 조금은 다른 것 같아서 말이야.

 

나 똑 같아.

 

신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빠.

 

?

 

나 오빠 지금 너무나도 보고 싶다? 그런데, 나 절대로 오빠 얼굴을 볼 수 없을 것 같아. 절대로.

 

?

 

오빠. 정말 잘 살아.

 

신지야!

 

신지는 전화를 끊었다.

 

하아.

 

가슴이 아렸다.

 

미안해. 미안해.

 

신지의 발 끝에 물이 젖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정말로 미안해. 내가 이렇게 이기적인 여자라서, 오빠를 이해할 수 있는 여자가 아니라서, 그렇게 좋은 여자가 아니라서, 나 너무나도 미안해. 나 정말, 정말 오빠에게 너무나도, 너무나도 미안해. 너무나도 미안해. 내가 이렇게 오빠를 사랑할 수 없어서. 그래서, 그래서 나 너무 미안해.

 

가슴이 먹먹했다. 사랑하지만, 사랑한다고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왜 이렇게 그를 잡지 못 했을까? 왜 이렇게, 이렇게 되어서야 뒤늦게 이 마음을 깨닫고 이렇게 혼자서 후회를 하는 걸까?

 

오빠, 미안해. 미안해.

 

신지가 휴대 전화를 가방에 집어 넣듯 던져 넣었다.

 

나 오빠의 흔적을, 이제 모두 지울 거야. 오빠 흔적, 더 이상 나에게 남겨 두지 않을 거야. 안 그럴 거야.

 

신지는 발걸음을 옮겼다.

 

 

 

하아.

 

민용이 고개를 갸웃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알 수 없었다.

 

흐음.

 

신지가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어떻게 하지?

 

민정이 무릎을 끌어 안았다.

 

민정아.

 

아빠?

 

주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핫초코를 건넸다.

 

무슨 일 있냐?

 

아니요.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 일 없어요.

 

없기는.

 

주현이 작게 핀잔을 줬다,

 

민정이 너는, 네 아버지가 제 딸도 모르는 그런 바보 같고,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냐?

 

그런 거 아니에요.

 

민정이 미소를 지었다.

 

그냥, 아무 일이 없어서 그래요.

 

정말이냐?

 

“…….

 

민정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정말, 정말로 아무 일 없어, 아니,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랬으면, 그랬으면 좋겠어요.

 

무슨 일인 거냐?

 

주현의 목소리가 살짝 낮아졌다.

 

?

 

아빠 나 그 사람 잡아도 되는 걸까요?

 

?

 

주현이 눈을 깜빡였다.

 

, 무슨 일인 거냐?

 

아빠도 알잖아요.

 

민정이 아래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 사람, 제가 아니라 먼저 신지랑 사랑을 하던 사람이라는 거 말이에요. 그 사람, 신지가 아직도 좋으면 어떻게 하죠?

 

후우.

 

주현이 민정을 꼭 안았다.

 

어떻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 거냐? 그 사람이, 그가 너랑 결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이야기는, 그 말은 네가 좋다는 거야. 그러니까 너 아무 것도 걱정할 필요도 없는 거야.

 

하지만 신지가 오빠가 좋대요.

 

!

 

주현의 눈이 흔들렸다.

 

, 뭐라고?

 

신지, 신지 아직도 이 선생님이 너무나도 좋대요. 아직도 이 선생님을 사랑하고 있다고 그래요.

 

하아.

 

주현이 민정의 등을 토닥였다.

 

그래서 불안하니?

 

아니요.

 

민정이 고개를 저었다.

 

정말 미안해요.

 

!

 

주현이 민정을 바라봤다.

 

?

 

러시아로 간대요.

 

러시아?

 

피하고 싶대요.

 

!

 

주현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그래서 죄책감이라도 느끼고 있는 거냐?

 

죄책감.

 

민정이 엷게 미소를 지었다.

 

맞아요. 죄책감,

 

하아.

 

주현이 민정의 앞 머리를 쓸어 넘겼다.

 

민정아.

 

.

 

너는 어떻게 하면 좋겠냐?

 

모르겠어요.

 

민정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저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요. 그 어떤 사람도 저 때문에 아파오는 거, 그런 거 너무나도 싫어요. 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정말, 정말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그건 네가 다 정해야지.

 

주현이 핫초코를 민정의 손에 쥐어 주었다.

 

아빠는 아무 것도 이야기를 해줄 수 없어.

 

그래도 아빠는 똑똑하잖아요.

 

아니.

 

주현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바보야.

 

아빠.

 

나는 가보마.

 

주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정아.

 

?

 

네 마음 확실히 하거라.

 

!

 

민정의 눈이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