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Episode.6
민용과 민정의 결혼 이야기 아홉
“이 이른 시간에 서 선생이 여기에는 어쩐 일로 왔어요?”
“이 선생님.”
민정이 슬픈 미소를 지었다.
“신지가 이야기 했어요?”
“뭘요?”
민용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제 저녁에 신지가 나에게 전화를 하기는 했는데, 혹시, 혹시 신지에게 무슨 일이 생겼대요?”
흔들리는 민용의 눈을 보니 알 것 같았다.
“이 선생님.”
“네?”
“신지 좋아하시죠?”
“!”
민용의 얼굴이 굳었다.
“무, 무슨.”
“알고 있어요.”
“뭘 알고 있다는 거예요?’
민용이 가만히 민정의 눈을 들여다 봤다.
“네?”
“이 선생님 아직 신지 많이 좋아하시죠?”
“!”
민용의 눈이 커다래졌다.
“서, 서 선생.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신지 지금 러시아로 간대요.”
“!”
“언제 가는 지는 저도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저도 단 한 가지는 알고 있어요. 신지 오늘 아침에 갈 거예요. 지금 바로 공항으로 향해야만, 그래야만 신지 잡을 수 있어요.”
“서 선생.”
민용이 민정을 바라봤다.
“내가 가기를 원해요?”
“네.”
민정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 내가 아닌 다른 여자가 마음 속에 있는 그런 남자를 사랑하고 싶은 생각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당신, 정말로 신지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는 게 내 눈에 보이니까.”
“하.”
민용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당신이 좋아요.”
“거짓말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민정이 미소를 지었다.
“정말 내가 너무나도 나쁘다는 거, 정말 내가 너무나도 이기적이고, 내가 정말 너무나도 한심하고 나쁜 사람이라는 걸 이렇게 알아 버렸어요. 당신이, 그리고 신지가,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억지로 당신을 잡아두려고만 했었어요.”
“그러지 말아요.”
민용이 고개를 저었다.
“나 가면 다시는 안 돌아와요.”
“알아요.”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알아서 보내는 거예요.”
“네?”
민용이 눈을 깜박였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 더 이상 나 혼자 나쁜 사람인 채로 살고 싶지 않아요. 그럴 자신도 없고 말이에요. 나 당신이라는 남자 정말로 좋아했어요. 그래서 당신이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당신을 보내고 싶은 거예요.”
“그게 당신이면요?”
“그래도요.”
민정이 민용의 손을 놓았다.
“이 선생님.”
“네.”
“어서 가요.”
민용의 눈은 슬펐다.
“나 지금 버리는 거예요?”
“네.”
민정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나 지금 이 선생 버리는 거야. 그러니까, 어서 가요. 신지 이러다가 놓쳐버릴 지도 몰라요.”
“내가 지금 가면, 절대로, 절대로 서 선생 당신에게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말입니다. 우리 두 사람 여기서 끝을 내는대로, 여기서 손을 흔드는 바로 그 대로, 우리 두 사람 그렇게 끝이 나 버린다고요. 그렇게,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이 끝이 나버려도 괜찮다는 거예요? 그렇다는 거예요?”
“아플 거예요.”
민정이 손가락에서 반지를 뺐다.
“그리고 힘들 거예요.”
“서 선생.”
“그러니 어서 가요.”
민정은 미소를 지었다.
“신지가 갈 거예요.”
“난 안 가요.”
“바보.”
민정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신지에게 돌아간다고 해서 그 누구도 당신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단 말이에요.”
“하지만 당신이 여기에 있잖아요.”
민용은 간절했다.
“당신을 두고 가고 싶지 않아요.”
“내가 싫어요.”
“네?”
민용의 눈을 깜빡였다.
“무, 무슨.”
“나만 사랑하는 남자 아니잖아요.”
민정이 미소를 지었다.
“나는 나만 사랑하는 그런 남자를 원해요. 그러니까, 어서, 어서 신지에게 가요. 네? 가세요.”
“하아.”
민용이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정말 아플 거예요.”
“알아요.”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나도 아프겠죠.”
“또, 정말로 슬플 거예요.”
“그것도 알고 있어요.”
민용의 눈초리에 눈물이 맺혔다.
“너무나도 슬플 거예요.”
“그리고 정말로 힘들 거예요.”
“그것 역시 알고 있어요.”
민정의 눈시울 역시 붉어졌다.
“너무나도 힘이 들 거예요.”
“게다가, 너무나도 괴로울 거예요.”
“그것도 이미 알고 있었어요.”
민정이 겨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당신을 내 옆에 둬서, 당신이 힘들어 하는 거 보는 그러한 괴로움 보다는 작을 거야.”
“서 선생.”
“가요.”
민정이 반지를 민용의 손에 쥐어 주었다.
“이 반지를 낄 사람은 내가 아닌 것 같아.”
“아니.”
민용이 다시 그 반지를 민정에게 건넸다.
“이건 서 선생이 가져요.”
“왜요?”
“선물이에요.”
민용이 겨우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마쳤다.
“선물.”
“선물이라.”
민정이 반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이 선생님.”
“네.”
“잠시 동안이지만, 정말, 정말로 너무나도 잠시 동안의 시간이었지만, 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았어요.”
“나 역시 마찬가지에요.”
민용이 민정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가져갔다.
“울지 말아요.”
“안 울어요.”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이미 눈물이 한 가득이었다.
“힘든 건 이제 끝인데. 아픈 것도 이제 끝인데, 그런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나 몰라요. 바보 같이 말이에요.”
“나 가요.”
“가세요.”
민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꼭 신지를 잡아야 해요.”
“알았어요.”
그렇게 민용은 천천히 멀어졌다.
“안녕, 내 사랑.”
민정도 발걸음을 돌렸다.
오늘은 유난히 슬픈 그러한 하늘이 그녀를 비추고 있었다.
만약에, 우리 Episode. 6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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