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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Episode.6 - [아홉]

권정선재 2009. 10. 2. 12:03

 

 

만약에, 우리

 

Episode.6

 

 

민용과 민정의 결혼 이야기 아홉

 

 

 

이 이른 시간에 서 선생이 여기에는 어쩐 일로 왔어요?

 

이 선생님.

 

민정이 슬픈 미소를 지었다.

 

신지가 이야기 했어요?

 

뭘요?

 

민용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제 저녁에 신지가 나에게 전화를 하기는 했는데, 혹시, 혹시 신지에게 무슨 일이 생겼대요?

 

흔들리는 민용의 눈을 보니 알 것 같았다.

 

이 선생님.

 

?

 

신지 좋아하시죠?

 

!

 

민용의 얼굴이 굳었다.

 

, 무슨.

 

알고 있어요.

 

뭘 알고 있다는 거예요?

 

민용이 가만히 민정의 눈을 들여다 봤다.

 

?

 

이 선생님 아직 신지 많이 좋아하시죠?

 

!

 

민용의 눈이 커다래졌다.

 

, 서 선생.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신지 지금 러시아로 간대요.

 

!

 

언제 가는 지는 저도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저도 단 한 가지는 알고 있어요. 신지 오늘 아침에 갈 거예요. 지금 바로 공항으로 향해야만, 그래야만 신지 잡을 수 있어요.

 

서 선생.

 

민용이 민정을 바라봤다.

 

내가 가기를 원해요?

 

.

 

민정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 내가 아닌 다른 여자가 마음 속에 있는 그런 남자를 사랑하고 싶은 생각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거든요. 그리고 당신, 정말로 신지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는 게 내 눈에 보이니까.

 

.

 

민용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당신이 좋아요.

 

거짓말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민정이 미소를 지었다.

 

정말 내가 너무나도 나쁘다는 거, 정말 내가 너무나도 이기적이고, 내가 정말 너무나도 한심하고 나쁜 사람이라는 걸 이렇게 알아 버렸어요. 당신이, 그리고 신지가,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억지로 당신을 잡아두려고만 했었어요.

 

그러지 말아요.

 

민용이 고개를 저었다.

 

나 가면 다시는 안 돌아와요.

 

알아요.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알아서 보내는 거예요.

 

?

 

민용이 눈을 깜박였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 더 이상 나 혼자 나쁜 사람인 채로 살고 싶지 않아요. 그럴 자신도 없고 말이에요. 나 당신이라는 남자 정말로 좋아했어요. 그래서 당신이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당신을 보내고 싶은 거예요.

 

그게 당신이면요?

 

그래도요.

 

민정이 민용의 손을 놓았다.

 

이 선생님.

 

.

 

어서 가요.

 

민용의 눈은 슬펐다.

 

나 지금 버리는 거예요?

 

.

 

민정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나 지금 이 선생 버리는 거야. 그러니까, 어서 가요. 신지 이러다가 놓쳐버릴 지도 몰라요.

 

내가 지금 가면, 절대로, 절대로 서 선생 당신에게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말입니다. 우리 두 사람 여기서 끝을 내는대로, 여기서 손을 흔드는 바로 그 대로, 우리 두 사람 그렇게 끝이 나 버린다고요. 그렇게,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이 끝이 나버려도 괜찮다는 거예요? 그렇다는 거예요?

 

아플 거예요.

 

민정이 손가락에서 반지를 뺐다.

 

그리고 힘들 거예요.

 

서 선생.

 

그러니 어서 가요.

 

민정은 미소를 지었다.

 

신지가 갈 거예요.

 

난 안 가요.

 

바보.

 

민정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신지에게 돌아간다고 해서 그 누구도 당신을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단 말이에요.

 

하지만 당신이 여기에 있잖아요.

 

민용은 간절했다.

 

당신을 두고 가고 싶지 않아요.

 

내가 싫어요.

 

?

 

민용의 눈을 깜빡였다.

 

, 무슨.

 

나만 사랑하는 남자 아니잖아요.

 

민정이 미소를 지었다.

 

나는 나만 사랑하는 그런 남자를 원해요. 그러니까, 어서, 어서 신지에게 가요. ? 가세요.

 

하아.

 

민용이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정말 아플 거예요.

 

알아요.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나도 아프겠죠.

 

, 정말로 슬플 거예요.

 

그것도 알고 있어요.

 

민용의 눈초리에 눈물이 맺혔다.

 

너무나도 슬플 거예요.

 

그리고 정말로 힘들 거예요.

 

그것 역시 알고 있어요.

 

민정의 눈시울 역시 붉어졌다.

 

너무나도 힘이 들 거예요.

 

게다가, 너무나도 괴로울 거예요.

 

그것도 이미 알고 있었어요.

 

민정이 겨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당신을 내 옆에 둬서, 당신이 힘들어 하는 거 보는 그러한 괴로움 보다는 작을 거야.

 

서 선생.

 

가요.

 

민정이 반지를 민용의 손에 쥐어 주었다.

 

이 반지를 낄 사람은 내가 아닌 것 같아.

 

아니.

 

민용이 다시 그 반지를 민정에게 건넸다.

 

이건 서 선생이 가져요.

 

왜요?

 

선물이에요.

 

민용이 겨우 미소를 지으며 말을 마쳤다.

 

선물.

 

선물이라.

 

민정이 반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이 선생님.

 

.

 

잠시 동안이지만, 정말, 정말로 너무나도 잠시 동안의 시간이었지만, 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았어요.

 

나 역시 마찬가지에요.

 

민용이 민정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가져갔다.

 

울지 말아요.

 

안 울어요.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이미 눈물이 한 가득이었다.

 

힘든 건 이제 끝인데. 아픈 것도 이제 끝인데, 그런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나 몰라요. 바보 같이 말이에요.

 

나 가요.

 

가세요.

 

민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꼭 신지를 잡아야 해요.

 

알았어요.

 

그렇게 민용은 천천히 멀어졌다.

 

안녕, 내 사랑.

 

민정도 발걸음을 돌렸다.

 

오늘은 유난히 슬픈 그러한 하늘이 그녀를 비추고 있었다.

 

 

 

만약에, 우리 Episode.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