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Episode.6
민용과 민정의 결혼 이야기 일곱
“내일이라니, 내일이라니, 신지야. 너 지금,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응? 내일 뭘 어떻게 하겠다고, 내일 지금 뭘 어떻게 하겠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어?”
“나 내일 떠날 거야.”
신지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나 알고 있어. 어차피 오래 있어봤자, 무언가 좋을 일도 없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야. 그럴 바에야. 그냥 빨리 가버리는 게 훨씬 낫다는 것 역시 나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그게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은 일일 거야. 그러니까, 제발 나 막지도 말고, 잡지도 말아주라. 어?”
“못 가.”
민정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못 간다고.”
“민정아.’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 괜찮아.”
“어떻게 괜찮아.”
민정의 목소리는 물기로 가득 젖어 있었다.
“너, 너 그렇게 가 버리면, 나는, 나는 정말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평생, 평생 어떻게 살라는 거야? 죄책감에 그렇게 하루하루를 말라 죽어가기를, 그러기를 너는 바라고 있는 거야? 어?”
“그런 거 아니야.”
신지가 민정을 안았다.
“신지야.”
“응?”
“미안해.”
“미안해 하지 마.”
신지가 가만히 민정의 등을 토닥였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에 충실한 게 그게 도대체 무슨 죄가 되는 거라고, 네가 미안해 하는 거야. 자기가 자신의 마음에 미안해 할 필요, 없는 거야. 그게 네 마음인데 어떻게 하라고. 안 그래?”
“하지만.”
“어차피 가려고 했던 거야.”
신지가 민정의 눈을 들여다 봤다.
“어차피 유학 가고 싶었던 거라고.”
“돌아왔잖아.”
“늘 미련이 남았어.”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너무 미안해 하지 마.”
“어떻게, 어떻게 내가 안 미안해 해.”
“미안해 하지 않아도 괜찮아.”
신지가 민정의 눈물을 닦아 줬다.
“이렇게 된 거에는, 내가 오빠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그러한 문제도 있는 거니까, 미안해 하지 마.”
“신지야.”
“그만.”
신지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힘들다.”
“후우.”
민정이 심호흡을 했다.
“이 선생님한테는 말 했어?”
“아니.”
신지가 고개를 저었다.
“말 안 했어.”
“왜?”
민정이 새된 비명을 질렀다.
“왜 말을 안 한 거야?”
“민정아, 나 부탁할게.”
“뭘?”
“오빠한테는, 나 러시아로 다시 공부를 하러 간다는 거, 그 사실 절대로 말하지 말아주라. 응?”
“!”
민정의 눈이 흔들렸다.
“뭐, 뭐라고?”
“제발.”
“어째서?”
민정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말을 하지 않겠다는 거야?”
“오빠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제발.”
신지가 두 손을 모았다.
“그게 모두를 위하는 길이야.”
“하아.”
민정이 이마를 짚었다.
“나는 정말로, 정말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 그런 것에 대해서 전혀 자신이 없어.”
“그냥 너를 믿어.”
신지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네 마음이 가자는 방향으로 그냥 가면 되는 거야.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냥 있는 그대로, 너의 마음이 이걸 하고 싶다고 그러면 이걸 하면 되는 거고, 저것을 하고 싶다고 말을 하면, 그냥 너의 마음이 향하는 그 방향으로 가서 하면 되는 거야.”
“정말 그래도 돼?”
“그래.”
신지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 이만 가야 겠다.”
“왜?”
“짐을 싸야 해서.”
신지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너 괜찮지?”
“응.”
민정이 겨우 미소를 지었다.
“나 괜찮아.”
“러시아에서 자리 잡으면 다시 연락 줄게.”
“나에게만 시간 알려줘,”
‘아니.”
신지는 고개를 저었다.
“안 알려줄래.”
“왜?”
“너도 안 와도 되니까.”
“하지만.”
“괜찮다고.”
신지는 아메리카노를 집어 들었다.
“나 어디로 죽으러 가는 거 아니야. 나 공부를 하러 가는 걸나 말이야. 절대로 나쁜 짓, 위험한 일, 아무튼 그러한 것들을 하러 가는 게 아니니까.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그냥 나를 보내 줘. 네가 계속 이렇게 나를 잡는다면, 나는 정말로 너무나도 힘이 들 거야. 알았지?”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만 미안해 해.”
신지가 민정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 그럼 갈게.”
“응.”
“하아.”
신지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좋다.”
서울 하늘.
“이제는 안녕이네.”
영원히.
“가서 잘 살 수 있을까.”
꽤나 고민이 되는 일이었다.
“후우.”
민정이 고개를 숙였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선생님이 다시 돌아가시면 어떻게 해. 나 이 선생님 없이는 이제 못 사는데. 어떻게 해.”
돌아가는 것도 싫었다.
“하아.”
신지가 새삼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도대체 왜. 왜 나에게 말을 해서.”
민정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왜 나에게 이러는 거야.”
민정의 눈에서 또르르 눈물이 흘러 내렸다.
‘Rrrrr Rrrrr’
“응?”
신지였다.
“뭐지?’
민용이 목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오빠.”
“어.”
민용이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이야?”
“그냥.”
신지의 목소리는 살짝 무거웠다.
“잘 지내지?’
“응.”
민용은 미간을 모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무슨, 일은.”
“있는 것 같은데?”
“아니야.”
민용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무슨 일이야?”
“민정이는 버리면 안 돼.”
“!”
민용의 눈이 흔들렸다.
“듣고 있지?”
“어? 어.”
민용이 다급히 대답을 했다.
“듣고 있어.”
“그래.”
심장이 미친 듯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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