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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Episode.6 - [일곱]

권정선재 2009. 10. 2. 12:01

 

 

만약에, 우리

 

Episode.6

 

 

민용과 민정의 결혼 이야기 일곱

 

 

 

내일이라니, 내일이라니, 신지야. 너 지금,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 내일 뭘 어떻게 하겠다고, 내일 지금 뭘 어떻게 하겠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

 

나 내일 떠날 거야.

 

신지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시작했다.

 

나 알고 있어. 어차피 오래 있어봤자, 무언가 좋을 일도 없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야. 그럴 바에야. 그냥 빨리 가버리는 게 훨씬 낫다는 것 역시 나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그게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은 일일 거야. 그러니까, 제발 나 막지도 말고, 잡지도 말아주라. ?

 

못 가.

 

민정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못 간다고.

 

민정아.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 괜찮아.

 

어떻게 괜찮아.

 

민정의 목소리는 물기로 가득 젖어 있었다.

 

, 너 그렇게 가 버리면, 나는, 나는 정말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평생, 평생 어떻게 살라는 거야? 죄책감에 그렇게 하루하루를 말라 죽어가기를, 그러기를 너는 바라고 있는 거야? ?

 

그런 거 아니야.

 

신지가 민정을 안았다.

 

신지야.

 

?

 

미안해.

 

미안해 하지 마.

 

신지가 가만히 민정의 등을 토닥였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에 충실한 게 그게 도대체 무슨 죄가 되는 거라고, 네가 미안해 하는 거야. 자기가 자신의 마음에 미안해 할 필요, 없는 거야. 그게 네 마음인데 어떻게 하라고. 안 그래?

 

하지만.

 

어차피 가려고 했던 거야.

 

신지가 민정의 눈을 들여다 봤다.

 

어차피 유학 가고 싶었던 거라고.

 

돌아왔잖아.

 

늘 미련이 남았어.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너무 미안해 하지 마.

 

어떻게, 어떻게 내가 안 미안해 해.

 

미안해 하지 않아도 괜찮아.

 

신지가 민정의 눈물을 닦아 줬다.

 

이렇게 된 거에는, 내가 오빠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그러한 문제도 있는 거니까, 미안해 하지 마.

 

신지야.

 

그만.

 

신지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힘들다.

 

후우.

 

민정이 심호흡을 했다.

 

이 선생님한테는 말 했어?

 

아니.

 

신지가 고개를 저었다.

 

말 안 했어.

 

?

 

민정이 새된 비명을 질렀다.

 

왜 말을 안 한 거야?

 

민정아, 나 부탁할게.

 

?

 

오빠한테는, 나 러시아로 다시 공부를 하러 간다는 거, 그 사실 절대로 말하지 말아주라. ?

 

!

 

민정의 눈이 흔들렸다.

 

, 뭐라고?

 

제발.

 

어째서?

 

민정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말을 하지 않겠다는 거야?

 

오빠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제발.

 

신지가 두 손을 모았다.

 

그게 모두를 위하는 길이야.

 

하아.

 

민정이 이마를 짚었다.

 

나는 정말로, 정말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 그런 것에 대해서 전혀 자신이 없어.

 

그냥 너를 믿어.

 

신지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네 마음이 가자는 방향으로 그냥 가면 되는 거야.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냥 있는 그대로, 너의 마음이 이걸 하고 싶다고 그러면 이걸 하면 되는 거고, 저것을 하고 싶다고 말을 하면, 그냥 너의 마음이 향하는 그 방향으로 가서 하면 되는 거야.

 

정말 그래도 돼?

 

그래.

 

신지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 이만 가야 겠다.

 

?

 

짐을 싸야 해서.

 

신지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너 괜찮지?

 

.

 

민정이 겨우 미소를 지었다.

 

나 괜찮아.

 

러시아에서 자리 잡으면 다시 연락 줄게.

 

나에게만 시간 알려줘,

 

아니.

 

신지는 고개를 저었다.

 

안 알려줄래.

 

?

 

너도 안 와도 되니까.

 

하지만.

 

괜찮다고.

 

신지는 아메리카노를 집어 들었다.

 

나 어디로 죽으러 가는 거 아니야. 나 공부를 하러 가는 걸나 말이야. 절대로 나쁜 짓, 위험한 일, 아무튼 그러한 것들을 하러 가는 게 아니니까.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그냥 나를 보내 줘. 네가 계속 이렇게 나를 잡는다면, 나는 정말로 너무나도 힘이 들 거야. 알았지?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만 미안해 해.

 

신지가 민정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 그럼 갈게.

 

.

 

 

 

하아.

 

신지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좋다.

 

서울 하늘.

 

이제는 안녕이네.

 

영원히.

 

가서 잘 살 수 있을까.

 

꽤나 고민이 되는 일이었다.

 

 

 

후우.

 

민정이 고개를 숙였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선생님이 다시 돌아가시면 어떻게 해. 나 이 선생님 없이는 이제 못 사는데. 어떻게 해.

 

돌아가는 것도 싫었다.

 

하아.

 

신지가 새삼 원망스럽게 느껴졌다.

 

도대체 왜. 왜 나에게 말을 해서.

 

민정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왜 나에게 이러는 거야.

 

민정의 눈에서 또르르 눈물이 흘러 내렸다.

 

 

 

Rrrrr Rrrrr

 

?

 

신지였다.

 

뭐지?

 

민용이 목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오빠.

 

.

 

민용이 자리에 앉았다.

 

무슨 일이야?

 

그냥.

 

신지의 목소리는 살짝 무거웠다.

 

잘 지내지?

 

.

 

민용은 미간을 모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무슨, 일은.

 

있는 것 같은데?

 

아니야.

 

민용은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무슨 일이야?

 

민정이는 버리면 안 돼.

 

!

 

민용의 눈이 흔들렸다.

 

듣고 있지?

 

? .

 

민용이 다급히 대답을 했다.

 

듣고 있어.

 

그래.

 

심장이 미친 듯 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