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내가 가는 길

권정선재 2009. 11. 10. 11:50

내가 가는 길

 

 

권순재

 

 

 

이름 모를 들꽃이 피어있고,

이름 모를 바람이 불어오는,

꼬불꼬불 이리저리 왔다갔다

흔들리는, 요상한 이 길로 가 보았니?

 

나를 어디로 데려다 줄 지도 모르고,

내가 어디로 향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그 누구도 그 아무도 대답을 해줄 수 없는 곳.

 

썩은 내가 진동을 하고,

악취가 코를 찌르지만,

어딘가 저 멀리에는 반드시,

반드시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 다짐을 하며.

 

억지로 내 코를 막고,

내 눈을 찌르고,

두 발로 힘겹게 지나가야 하는 길.

 

길 옆에 들꽃은 말라 비틀어져 버리고,

내 팔의 힘줄도 말라 비틀어져 버렸다.

나팔꽃 넝쿨만 너울너울 하늘 높이 날아 오르고,

물방개 뒷다리는 이미 힘을 잃은 채 허우적.

 

내가 가는 이 길이,

과연 무지개에 닿아 있을까?

두려움으로 다시 한 걸음 더 내가 가는 길에 몸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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