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오랫동안 서재가 갖고 싶었다.
그리고 스무 살,
나의 소원이 이루어졌다.
나에게 서재가 생겼다.
책이 많아서 서재를 샀는데,
서재를 사고 나니 책을 더 많이 산다.
자꾸만 서재가 부족한 것이 보이는데,
자꾸만 책을 살 수 밖에 없다.
책들이 넘쳐 나고,
그들이 숨쉴 공간이 없는데,
한 때는 너무나도 깔끔했던 이 공간이,
사람이 발 디딜 틈도 없이 책으로 가득 차게 되었는데,
그런데도 나는 책을 산다.
서재가 있으니까
서재에 책을 꽂으면 되니까.
답답한 네모 상자 안에 책을 가둔다.
답답한 네모 상자 안에 네모난 종이 속에 생각을 가둔다.
나의 생각은 무슨 모양일까?
나의 생각도 네모 모양일까?
서재는 있는데, 책이 넘쳐난다.
도대체 저 서재는 무엇을 의미할까?
나의 삶은 무엇을 답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