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입을 맞추다.

권정선재 2009. 11. 13. 13:07

입을 맞추다.

 

 

순재

 

 

 

차가운 그대의 입술에 저의 입술을 맞댔습니다.

파랗게 시리는 그대의 입술이,

나의 입술과 맞대서 따뜻히 변했습니다.

빨갛게 변했습니다.

 

차갑게 서리 내리는 계절.

그대의 입술에 서리에 파랗게 변해 버렸습니다.

이 계절에,

이 가을에,

그대의 몸은 겨울처럼 얼어버렸습니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대의 몸이 얼고, 또 다시 얼어서,

길고 긴 겨울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허나 그렇게 그대를 보낼 수 없었습니다.

 

울고 있는 그대,

눈물 짓는 그대,

가슴 아픈 그대,

마음 시린 그대,

 

그런 그대를 보내지 않기 위하여,

나의 입술을 그대에게 맞춥니다.

그러나 나는 몰랐습니다.

내가 겨울을 부르는 존재인 줄.

내가 그대를 차갑게 얼리고 있는 줄.

 

사실 퍼런 입술의 주인은 나였는데,

사실 빨간 입술의 주인은 너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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