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장 서는 날
권순재
5일장 서는 날,
역 앞은 여러 사람들로 왁자지껄한 소리를 내고 있다.
5일장.
닷새마다 열리는 장을 모든 사람들은,
하루하루 손꼽아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어린 손자에게 줄 간식을 사기 위해서,
어린 손녀에게 줄 새 옷을 사기 위해서,
노인네들은 그 굽은 손으로,
하루하루 또 산으로 쏘다니며,
나물을 캐고, 다시 그것을 다듬었다.
그네들의 굽은 손과
굽은 허리, 굽이굽이 굽은 인생.
모든 것들이 굳어서 다시 그네들을 감싸돈다.
살아온 인생이라,
살아온 삶이라,
수긍하는 그네들을 다시 한 번 감싸돈다.
예전보다 적은 사람.
애처롭게 바라봐도,
모두 제 짝 같은 노인네들 뿐이다.
모두 쌈지돈이라도 더 벌 요량으로 나왔기에,
그네들의 주머니는 여전히 텅 비어 있다.
서울서 온 젊은 아가씨에게,
살랑살랑 마음에 없는 웃음을 지어가메,
하루 왼 종일 품삯으로 5000원 한 장을 받아든다.
그네는 씁쓸함을 감추며, 미소를 지었다.
와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다시 무료하게 다른 이들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