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5일장 서는 날

권정선재 2009. 11. 27. 00:40
 

5일장 서는 날



권순재




5일장 서는 날,

역 앞은 여러 사람들로 왁자지껄한 소리를 내고 있다.

5일장.

닷새마다 열리는 장을 모든 사람들은,

하루하루 손꼽아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어린 손자에게 줄 간식을 사기 위해서,

어린 손녀에게 줄 새 옷을 사기 위해서,

노인네들은 그 굽은 손으로,

하루하루 또 산으로 쏘다니며,

나물을 캐고, 다시 그것을 다듬었다.


그네들의 굽은 손과

굽은 허리, 굽이굽이 굽은 인생.

모든 것들이 굳어서 다시 그네들을 감싸돈다.

살아온 인생이라,

살아온 삶이라,

수긍하는 그네들을 다시 한 번 감싸돈다.


예전보다 적은 사람.

애처롭게 바라봐도,

모두 제 짝 같은 노인네들 뿐이다.

모두 쌈지돈이라도 더 벌 요량으로 나왔기에,

그네들의 주머니는 여전히 텅 비어 있다.


서울서 온 젊은 아가씨에게,

살랑살랑 마음에 없는 웃음을 지어가메,

하루 왼 종일 품삯으로 5000원 한 장을 받아든다.


그네는 씁쓸함을 감추며, 미소를 지었다.

와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다시 무료하게 다른 이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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