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피플 5
권순재
무심코 고개를 돌리고,
숨을 한 번 헉 하고 들이켰다.
피가 낭자한 거리에,
피칠갑을 한 자가 앉아 있다.
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려고 하지만,
온통 흘리는 피냄새에,
자꾸만 미간이 모아지고,
자꾸만 그에게서 등을 돌리게 된다.
그러나 조금 더 용기를 내어,
한 발,
겨우 더 내딛는 순간,
그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푹 하고 엎어져 버린다.
데려가 달라고 말을 하는 그의 말라붙은 입술은,
마치 가뭄의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져 피가 스며나오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는 나의 심장은,
묘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어찌해야 하는 것인가?
어찌해야 하는 것인가?
알지도 못하는 자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쉬운 용기로 하지 못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쉽지 않은 용기는 또 다른 힘을 만들기도 한다.
나는 다시 한 번 숨을 들이쉬고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