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로맨틱 피플 11

권정선재 2009. 12. 20. 16:45

로맨틱 피플 11

 

 

권순재

 

 

 

그를 안았습니다.

상처 입은 그를 안았습니다.

온 몸에 피를 흘리고 있는,

그를 안았습니다.

 

역겨운 냄새가 나의 코를 향해 흘렀지만,

그런 것은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그의 눈은 맑았고,

나는 그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상,

그 이하,

아무 것도 상관할 것이 없었습니다.

 

그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그저,

그저 그가 안쓰러워서,

그저 그가 불쌍해서,

이렇게 그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그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무 것도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를 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 블로그 창고 > 시 읽는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 번째 페이지 2  (0) 2009.12.22
로맨틱 피플 12  (0) 2009.12.21
로맨틱 피플 10  (0) 2009.12.19
로맨틱 피플 9  (0) 2009.12.17
로맨틱 피플 8  (0) 2009.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