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고등어

권정선재 2010. 1. 6. 07:56

고등어

 

 

권순재

 

 

 

고등어 굽는 냄새가 요란하다.

무슨 생선을 굽는 냄새가,

저리도 요란할 수 있을까?

 

내가 아는 그녀는 비린 것을 입에 대지 않았다.

비린 것을 먹으면,

바다에서 돌아가신

제 아버지가 생각이 난다면서,

비린 것을 먹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비린 것을 좋아했다.

유난히 꽁치, 갈치, 고등어 이런 것들을 좋아했다.

그렇게 나는 비린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그녀는 비린 것을 싫어했다.

 

어느 날

그녀는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우리 두 사람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그런 것 같다고.

 

고등어.

그 고등어를 구워달라고 한 덕에,

우리는 헤어졌다.

고등어 때문에

우리는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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