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여백

권정선재 2010. 2. 18. 00:06

여백

 

 

순재

 

 

 

아무 것도 없이 텅 빈 공간에 나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그려나간다.

자유를 원하던,

저 하늘의 자유로운

하얀 새의 날개 같은 여백에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하얀 세계에 나의 이야기를 담아 나간다.

 

천천히 무언가가 새겨지고,

천천히 무언가가 아로지며,

모든 것이 오늘이 될 때에,

마침내 그것은 그냥 여백이 아니라 모든 나의 삶으로 변한다.

 

그 누구도 부정을 할 수 없으며,

그 누구도 외면도 할 수 없으며,

그 누구도 부정도 할 수 없으며,

그 누구도 외면을 할 수 없으며,

 

투명하지 않지만 텅 비었던 그 공간에는 나의 삶이 새겨지고,

나의 삶이 담겨 있던 곳은 다시 여백을 이루어 비어 나간다.

지금까지 내가 머물던 이 자리에는 다른 이가 머물 것이며,

내가 머물던 곳에 있던 자는 또 다른 빈 공간을 찾아 다닐 것이다.

 

당신의 여백은 어디였으며,

나의 여백은 어디였는가?

 

누가 그것을 기억할 수 있으며?

누가 그것을 떠올릴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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